편지 #3

in mexico •  4 months ago  (edited)

2024.10.9(수), BCS

그리운 어머니,

요즘은 운동을 꽤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매일 1시간씩은 운동을 하려고 해요. 현장도 다니지만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보니 허리도 무리가 가고 다리근육도 점점 빠지는 것 같아서요. 운동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오려는데 내 발걸음을 가로막는 작은 생명체가 보고 화들짝 놀랐어요. 사마귀도 긴장한 채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거에요. 처음 사마귀를 봤을 땐 사막에서 사마귀가 산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여기는 푸릇한 풀도 없이 흙밖에 없어서 사마귀가 산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사막에 사는 사마귀는 초록색이 아니라 어두운 흙색이에요. 내가 가까이 다가가서 우리는 서로 눈을 마추보았어요. 눈꺼풀도 없고 눈동자도 없는 매끈하고 둥근 까만 눈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 아이가 정말 나를 보는 것이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반대쪽으로 건너가서 다시 사마귀를 봤어요. 그런데 글쎄 사마귀가 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잠시 후 나와 다시 눈을 마주치는 거에요.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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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을이 되면서 해가 짧아져서 퇴근시간이면 이미 주변이 어두워져 있어요. 숙소로 가는 동안 밤하늘의 별을 자주 바라보는데, 수많은 별들이 하늘에 빼곡히 박혀서 내 머리 위에서 반짝거리는 광경이 정말 이뻐요. 카시오페이아 자리, 백조자리, 그리고 안드로메다 별자리가 한눈에 보이고 그 별자리들을 가로질러 은하수가 밤하늘에 우유를 쏟아부은 듯 은은하게 빛나요. 핸드폰으로 몇 번이나 사진찍기를 시도해 봤지만 그 별들을 사진 속에 담을 수는 없었어요. 막상 사진을 찍으면 어두운 배경에 가장 밝은 별 몇개만 먼지처럼 나와서요. 하지만 이런 밤하늘의 풍경은 여기가 아니면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매일 고개를 뒤로 획 젖히고 한참을 쳐다봐요. 언젠가 어머니도 이곳에 오셔서 함께 별을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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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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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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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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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까



이곳의 터줏대감들이에요. 양말이가 가장 먼저 이곳에 살고 있었고, 얼마뒤 브라우니와 뻬까가 새끼였을 때 사람들이 데리고 왔어요. 그러다가 까미가 가장 늦게 이곳에 합류했어요. 양말이와 까미가 금술이 좋고, 브라우니와 뻬까는 남매인데 사이가 좋아요. 양말이와 까미가 남매의 친부모는 아니에요. 사람들이 새끼를 외부에서 데리고 왔거든요. 요즘 얘네들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해서 앞으로 강아지 이야기도 자주 할 것 같아요.

그럼 오늘 하루도 할머니와 화이팅 하세요!

#mexico #kr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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