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4

in mexico •  3 months ago  (edited)

2024.10.12(토), BCS

그리운 어머니,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는데 벌새의 노래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와 귓가를 간지럽혔어요. 벌새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 벌새들이 좋아하는 나무에서 꿀을 빨고 있는 벌새를 발견하고 핸드폰을 급하게 찾아 들었지만 이미 그 벌새는 또 다른 나무로 이동하여 꿀을 빨았어요. 서로 숨박꼭질 하듯 쫒고 쫒기는 놀이를 몇번 하다가 도저히 벌새의 움지임을 따라잡을 수 없어 벌새가 꿀을 빠는 사진을 찍는 것은 그만두었어요. 대신 벌새가 꿀을 빨아먹는 꽃을 자세히 관찰했는데, 빨간꽃은 나무줄기 끝에 무리지어 피어있고 그 줄기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뾰족하게 있어 꽃나무 주변으로 가까이 갈 수 없었어요. 빨간꽃은 꽃잎 바깥까지 암술이 길다랗게 튀어나와 있고 그 주변으로 수술이 암술보다는 낮게 올라와 있는데 갑자기 이 꽃나무 이름이 궁금해서 AI로 찾아봤어요. 오꼬띠요(Ocotillo)라고 하는 나무로 사막의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고 해요. 아직 꽃봉우리가 펼쳐지지 않았지만 성격급한 벌새는 입을 꼭 다문 꽃안으로 길다란 부리를 쑥 집어넣고 격렬한 날개짓을 하며 꿀을 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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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이라 근무를 마치고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과 외식을 했어요. 바다가 훤히 보이는 조용한 햄버거 가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선선한 바다 바람도 맞으며 한 참을 있었어요. 허리띠 풀고 많이 웃고 나니 명치쪽에 답답하게 막혀있던 무언가가 시원하게 내려가는 것 같았어요. 햄버거와 닭날개튀김, 그리고 소고기타코를 나눠먹고 평소에 먹지도 않는 맥주도 오늘은 두 잔이나 마셨어요. 결국 배가 가득차서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결국 숙소로 돌아와 따뜻한 치아파스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조금 소화가 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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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베이컨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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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체라 타코



여기는 별이 아름답게 밤하늘에 매달려 있고, 은하수는 바다위에 은빛가루를 뿌리며 흐르고 있어요.

그럼 오늘도 할머니와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아참! 그리고 오늘 둘째 아이 생일이라는 걸 깜박하고 말 안할 뻔 했네요.

#mexico #kr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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