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기 #171

in mexico •  9 hours ago  (edited)

2024.11.17(일)

오늘은 현장에 복귀하는 날이다. 장거리여행을 앞두고 밥을 먹지 않는 걸 알기에 아내는 방탄커피 한잔을 준비해줬다. 출발 전 10여 분 동안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일요일이라 아이들은 자는 중이었다. 큰아이와 작은아이 얼굴에 뽀뽀를 하고 나왔더니 큰아이가 일어나서 포옹을 해주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헤어질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얼마나 잘 살아 보겠다고 이렇게 아쉬운 이별을 반복해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선택한 길이다. 헤어지는 그 순간만 감정이 울컥하고, 막상 일상으로 돌아가서 각자 생활하다보면 또 아주 못할 일은 아니다. 우버타고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한참을 날아가다 밖을 보니 비행기 아래에 흰 구름이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다. 너무나 경의로운 풍경이다. 구름은 멀리서 보면 마치 폭신한 솜사탕처럼 고요하고 편안해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 가면 실체가 없다. 무수한 수증기의 소용돌이일 뿐이다. 어떤 존재가 겉과속이 다르고, 그 존재도 알고보면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구름을 볼 때마다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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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흰 구름바다

도착시간이 다가오니 구름에 가렸던 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곡류하천이 뱀처럼 구불구불 휘어져있다. 얼마나 오랜시간동안 침식과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진 물길일까. 이 지구는 지금도 변화하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것이다. 한번도 그대로 멈춘적은 없다. 그래서 지금 이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나에게 두번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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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류하천

두번의 비행을 마치고 나니 벌써 어둑어둑 밤이 되었다. 아침 7시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벌써 밤이다. 차로 2시간을 더 달려 현장에 도착했다. 하늘에는 달이 동그랗게 이쁘게 떠 있다. 벌써 가족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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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랗게 이쁜 달

집에 도착해서 아내와 통화를 했다. 아내는 이번일로 걱정이 많다. 다시 한번 그런일이 있으면 그때는 회사를 나오란다. 아내가 걱정하는 부분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나도 그런 폭력적인 노조가 있는 회사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겠다고 했다. 회사든 노조든 목표는 하나여야 한다. 회사가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회사이익에 대해 노조는 회사에 정당하게 수익분배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노조는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너무나 어린아이처럼 막무가네다. 게다가 불법까지 서슴치 않는다. 회사도 그런 노조에 대해 어쩌지를 못한다. 직원들 작업관리를 규정에 맞게 시켰더니 노조는 강제로 나를 쫒아냈다. 회사는 그런 불법노조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그냥 없었던 일로 했단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 다시 복귀했지만 이번일로 고민이 크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머리가 복잡하다. 어짜피 오래 있지는 못할 회사니 편하게 월급만 받고 있다가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나가는 것이 맞는지, 어짜피 나갈꺼라면 나가기 전에 좀 더 열심히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전자는 너무 재미없고 지루한 것 같아서 싫다. 반면 후자를 선택하면 나는 계약종료 전에 노조에 의해서 쫒겨나겠지. 회사는 나를 지켜줄 힘이 없으니까. 아무튼 두 옵션 모두 즐겁지 않은 선택다. 어느것 하나 내가 원하는 답은 없으니 일단 되는대로 해야겠다. 그러면 조만간 내 생각이 정리되겠지. 에고... 피곤하다 잠이나 자자!

#mexico #kr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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