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6

in mexico •  25 days ago  (edited)

2024.10.27(일), BCS

그리운 어머니,

여기도 가을은 참 생활하기가 좋은 계절이에요. 선선한 바람도 많이 불고,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도 점점 늦어져서 아침 출근 시간에 붉게 빛나는 일출을 볼 수 있거든요. 멀리 해수면에서 떠오르는 일출 주변으로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이 나를 감싸고 있는 하늘에 아름답게 펼쳐지는 모습을 볼 때면 동화의 한 장면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에요. 하늘이 보라색을 띄는 모습을 지금까지 살면서 본 적은 여기 멕시코에서 처음인것 같아요. 너무나 황홀하고 감미로운 색감을 눈에 꼭꼭 쑤셔 담고 출근길을 나서요.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깊은 계속 사이를 흘러 내려오는 강력한 바람의 물결을 타고 콘돌들이 아침서핑을 즐기고 있어요. 긴 날개를 활짝 펴고 자유롭게 비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하늘을 날으는 한 마리의 새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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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일출

요즘 멕시코는 할로윈 준비가 한창이에요. 아파트에서는 사탕을 줄 집 문앞에 유령사진을 붙여놓으면 아이들이 그 집 문을 두드리고 사탕을 달라고 한데요. 우리나라에는 없는 문화라 처음에 멕시코에 왔을 때는 우리 아이들도 걱정반 기대반으로 들떠있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조금 커서 집집마다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 같긴 해요. 그리고 10월에는 마을축제가 열리는데 제가 있는 곳은 139주년을 맞이 했다고 해요. 그래서 3일 동안 마을파티도 하고, 마라톤대회도 하고 있어요. 첫날이 가장 신난다고 해서 나가봤는데, 온 마을 주민들이 다 모였는지 시청앞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발 디딜 틈도 없었어요. 맛있는 음식은 어찌나 많던지요... 멕시코 사람들은 정말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는 것 같아요. 어떤 사무실 직원은 월요일 출근할 때까지 춤을 추고 밤을 새고 왔다고 할 정도니 멕시코는 노는데는 정말로 진심이에요. 사실 그렇게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그저 부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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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주년 마을축제

요즘도 매일 사막여우에게 밥을 주고 있어요. 근처에 양말이를 비롯한 4마리 개들이 이 동네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서 여우가 함부로 우리 동네를 들어올 수는 없어요. 하지만 산길을 통해서 몰래 와서 제가 주는 음식을 먹고 가는 것 같아요. 제가 퇴근할 시간만 되면 가끔씩 사막여우를 볼 때도 있어요. 내 차앞을 가로질러 후다닥 달아나는 걸 보기도 하고, 어두운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기척을 느끼기도 해요. 어제는 회식하고 남은 고기를 싸가지고 와서 선인장 아래 두었더니, 갑자기 어둠속에서 움직임이 느껴졌어요. 휘파람으로 여우를 부르니 조심스럽게 나와 고기 한조각을 물고 숲으로 얼른 몸을 숨겼어요. 그러다가 고기가 맛있었는지 다시 나와서는 숨지 않고 고기를 놓아둔 그 곳에서 고기를 다 먹어 버렸어요. 그 때 사무실 동료들도 함께 여우의 모습을 지켜 봤는데, 너무나 놀라고 신기해 했어요. 이제 사막여우에게 이름을 지어주어야 할 것 같아요. 큰 아이가 '여울' 이라는 이름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여울'은 유속이 빨리 흐르는 곳을 말하는데, 이 사막여우의 움직임이 민첩하고 빨라서 이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오늘도 할머니와 사랑이 가득한 주말 보내세요~

#mexico #kr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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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여우에게 여울 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군요 ^^
아름다운 자연은 어디에 있던 공평하게 보여 주내요 ^^

처음엔 '여울'이라는 이름이 좀 어색했는데, 계속 부르다 보니 괜찮게 느껴지네요.
방문 감사합니다.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잘 전달 되실 것 같습니다.

이 곳 느낌을 자세히 전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머니도 읽어보시고 재미있다고 하셔서 뿌듯해요.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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