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사랑 이야기

in mosque •  3 years ago  (edited)

웅장한 힘을 보여주었던 술탄 쉴레이만의 모스크 그리고 그 술탄을 보필한 재상이자 사위 뤼스템의 모스크, 이 두개의 모스크는 동일한 건축가가 완성한 것이다. 바로 "미마르 시난 Mimar Sinan" 이다. 서양에서는 "오스만의 미켈란젤로"라고 불리지만, 정작 이땅에선 성베드로 성당의 돔 하나를 지은 사람과 모스크, 하맘, 수로교 등 400여 건축물을 지은 사람과 어찌 비교를 하느냐며 코웃음을 짓는단다.


이스탄불에서 모스크는 이방인이 보기엔 한집 건너 하나씩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그 건축가까지 안다는 것은 벅찬 일이다. 그럼에도 이 건축가를 기억하는 것은 공주와의 사랑얘기 때문이다.


8각형에 둥근 돔을 가지고 있는 단아한 건물에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 들어가본다. 여러개의 크고 작은 묘가 놓여 있다. 가장 큰 것이 술탄 쉴레이만의 묘이고, 그 옆에는 가장 애정을 쏟았던 외동딸의 묘가 있다. 그 외동딸의 남편이 뤼스템 파샤 이다. 그러나 정작 이 외동딸 미흐리마Mihrimah 공주가 사랑한 사람은 남편이었던 뤼스템 파샤가 아니라 미마르 시난 이었던 것이다.
바닥에 놓여 있는 묘만 없다면 크기만 작았지 여느 모스크 못지 않게 화려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다. 아버지의 강요에 전사인 뤼스템 파샤와 결혼을 했고, 사후에도 아버지 옆에 있어야 하는 공주가 연모했던 위대한 건축가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졌던 것이다.


외동딸의 사랑은 본인의 욕심으로 갈라 놓은 아버지 술탄 쉴레이만 이지만, 본인의 사랑엔 또 진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까? 외국의 정교회 사제의 딸이었다가 침략자의 포로로 잡혀 노예로 하렘에 들어온 휘렘Hurrem을 평생 사랑했으니 말이다. 술탄 쉴레이만 1세 이전까지 술탄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휘렘과 정식 결혼을 하여 오스만 제국 최초의 황후 대접을 받게 했고, 원정시 보낸 편지들이 지금도 전해져 온다고 한다.


이토록 사랑했던 부인의 묘소는 본인의 묘소 옆에 있다. 비슷한 모양의 건물이지만 크기도 작고 내부도 화려한 장식 없이 간결하고 단아하게 꾸며져 있다.


그렇다면 위대한 건축가 미마르 시난의 묘는 어디에 있을까? 쉴레이마니에 모스크 담장 밖 모퉁이에 있다. 멀지않은 곳에 있기는 한데, 좁은 도로사정에 주차하려는 차들의 어수선함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 사진 한장 찍기 어렵다. 낯선 모스크도 이런 사랑 얘기가 곁들여지니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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