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궐 - 용감한 감독 아니면 오따꾸

in movie •  6 years ago  (edited)

영화는 확 끌리는 맛에 봐야한다. 미리 이것저것 알아보고 가면 기대가 커서 실망할 때가 많다. 포스터 한장에 그 맛이 살아야 한다. 십장생도를 뒤로하고 앉은 장동건, 멋진 도 한자루를 움켜 쥔 화려한 한복의 현빈 두 남자만으로도 무슨 영화인가 궁금했다. 조선시대의 찬탈과 역모의 영화인가? 마침 무료 영화 관람권이 생겨서 예매를 했다.

영화를 잘 보고난 뒤, 참 용감한 감독이 나왔구나. 오따구 기질도 돋보인다. 이름 있는 미남배우 두 명을 데리고 좀비 영화를 찍었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 웃음이 나다가 조금 심각해지기도 했다. 돌아보면 두 가지 관점으로 이 영화를 본 것 같다.

꽤 오래전 영화다. 좀비영화중에 가장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정신없이 웃고 즐기다 끝난다. 잘 생긴 조지 클루니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겪는다. 처음 분위기를 잡다가 '여기가 좀비 소굴이구나' 깨달을 때부터 정신이 없다. 이 영화가 급반전의 좀비화를 만들었다면, 창궐은 여차저차해서 좀비가 나오고, 애잔한 스토리를 묶어서 너덜너덜한 조선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자꾸 이 두 영화가 좀비를 떠나서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캐릭터를 보면 열혈강호가 생각난다. 청나라 복식의 화려하고 고급진 한복에 갓을 썼다. 알 수 없는 기다란 도 한자루를 차고 한양으로 향하는 모습이 열혈강호의 한비광과 비슷하다. 가끔 가벼운 모습과 시작부터 입은 청나라 복식 때문에 더 비슷해 보인다. 덕희(이선빈)가 극중에서 활을 잘 쏘는데, 매유진의 천마파천궁과 같은 실력이다. 경빈외에도 조금 썸을 타면 구도가 있으면 좋을 텐데, 이청이란 녀석은 "청나라 가자?"라며 조르기만 있다. 싱겁게.. 왕이 되면 왕비가 되기 어렵지 않을까? 나쁜자식.

기시감이 드는 장동건(김자준)은 혼자만 옷이 다르다. 비단이 아니라 마치 자색의 호랑이 가죽 느낌처럼 보인다. 열혈강호에서 자하신공을 극성으로 익히며 본성을 잃은 신지의 대장느낌이 난다. 마지막 지붕 결투신의 모습은 상당히 좋았다. 분위기도 좋고, 그 이유가 대사가 적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조금 심각하게 본 관점은 조선의 시대적 관점이다. 왕은 이조, 형은 이영, 동생은 이청으로 다 외자 돌림이다. 조선의 왕은 우리가 상상하는 왕처럼 누굴 호령하는 패왕적인 왕은 아니다. 하루종일 경연을 해야하고, 때되면 인사하고 구중궁궐에 갖혀사는 사대부의 상징처럼 키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의심이 많을지도 모른다. 점을 치고 불안한 이조(김의성)의 모습이 왕이 갖고 있는 심리적 불안감의 한 모습일지 모른다.

시대적으로 보면 소현세자의 독살설이 남무하는 시절이다. 이청이란 불리는 사내가 청나라에서 귀환하여 백성을 보듬고 나라를 세우리라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유교라는 통치 이념에 주희가 한 공자님 주석놀이의 틀에서 관념론적이고 비생산적인 이념 논쟁이 심했던 나라가 영화처럼 세외문물을 받아들여 백성을 잘 살게 한다는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 역사에 대해 무의미안 "혹시"와 같은 가정이다.

좀비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사회가 안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80억이 조금 아까워 보이는 물괴도 그렇다. 현 시대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좀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속의 바램이 이런 가공의 괴물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박종사관으로 나오는 조우진은 내부자들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사악하거나 얼빵하거나 그런 역할이 많았는데 우국충정지사의 역할도 괜찮아 보인다. 대길역의 조달환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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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궐 #영화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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