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까지 보아왔던 '만들어진 영웅들' 의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다면 덩케르크는 너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영웅적 서사가 곁들여진 전쟁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덩케르크에서 서사를 전개해나가는 주인공들이 있지만 그들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에서 영웅으로 기록되는 인물은, 허무하게 죽은 17세 소년이다.
전쟁에서 필연적으로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전쟁 영웅들로부터 귀감을 얻고 그들에게 숭고한 감정을 느끼며 영웅을 소비한다.
현대에도 영웅을 소비하는 형태에는 변함이 없다.
오죽하면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흥행을 휩쓸고 있는 장르가 '히어로물'이다.
평범한 관객들에게 영웅의 비범함과 특별한 능력을 소비하며 박탈감이 아닌 대리만족을 주기 위해 영화 속 영웅들은 끊임없이 고난과 역경을 반복한다.
감독의 전 작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도 배트맨은 잘생긴 억만장자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관객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이 아닌 감당하기 힘든 역경과 선택을 반복하며 대리만족과 평범함에 대한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쯤 되면 왜 '덩케르크'에서는 영웅을 만들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전쟁에서 필연적으로 탄생하는 것이 영웅이지만, 영웅을 구분해내는 잣대는 다분히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전투를 승리로 이끈 장본인을 영웅으로 칭하겠지만 누군가는 패배한 전투에서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타인을 구한 사람을 영웅으로 칭할 수도 있다.
또한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해 수십,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군인이나 지휘관을 영웅이라 부를 수도 있고 전쟁을 피해 도망 다니며 가족의 목숨을 구한 가장을 영웅이라 부를 수도 있다.
이처럼 상대적 관념인 영웅을 우리는 무언가에 의해 특별한 능력과 책임을 갖는 사람들로 한정 지어 생각하고 있는데 '덩케르크' 는 이런 영웅관을 비틀어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만 놓고 보자면 차라리 놀란이 CG대신 IMAX를 싫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전투씬이 마치 전쟁기념관에서 틀어주는 영상기록물 같다.
거의 모든 전투씬을 한스짐머가 하드캐리한다.
때문에 인터스텔라나 인셉션과 같이 스크린에 압도당하고 싶거나 장관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차라리 스파이디 한번 더 보는 걸 추천.
*영화에 영국식 국뽕이 약간 가미되어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니어서 그런지 영화 몰입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라 참고 봐 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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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담담하다랄까? 그런 느낌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음악은 신경 안쓰면서 봤는데 나와서 글들 읽어 보니 음악이야기가 많더군요. OST를 다시 한번 음미해 봐야 겠습니다.
영국식 국뽕이란 뭘까요? ㅎㅎ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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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가 가지는 상징성이 약간 우리가 속되게 말하는 국뽕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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