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아이들 사진을 잘 보여주진 않습니다. 손 탄다고 해야할까. 하여간 꽁꽁 숨겨 둡니다. 이 사진들은 내가 중국에 혼자 있을때, 그러니까 불러 들이기 직전 나와 통화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이쁘죠? 애들은 다 이뻐요~~
오늘 아침 딸아이를 깨워 출근하여하는데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디다. 대뜸 괘씸한 생각부터 들더군요. 원하는대로 자퇴도 시켜주었고 아무 간섭도 않는데 이 약속마져 지키지 않느냐. 하여 소릴 질러 깨워 끌다시피 사무실로 출근해서 보니 얼굴이 말이 아닙니다. 왜 그러냐는 물음엔 귀찮다는 표현만 하네요. 오냐. 일단 자고 나서 초뺑이 쳐봐라.
1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어디 아프냐?'
'머리 아파.'
부위를 알려주는데 편두통은 아닙니다. 그건 나도 앓고 있으니까. 덜컥 뭐가 내려앉는 소리가 가슴 깊숙한 곳으로 부터 들립니다.
'언제부터 그랬어?'
'중 2때부터.'
'왜 말 안했어?'
'말했어. 아빠가 안들었잖아?'
'지금은 어떤데?'
'물라. 아프면 타이레놀 한판 다 먹어야 해.'
아놔... 이런... 왜 이리 되었나. 아이를 채근하기 전에 무지막지한 후회가 밀려 옵니다. 그렇게 싫어하는 형에게 (똥 좀 끼죠.)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하니 평소라면 개질왈고도 남았았을텐데 순순히 예약 잡고 지가 봐준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아이들 운명은 정해진 것 같다. 부무가 아무리 난리를 피워도 제 갈길 가더구만.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는 당장만 보고 울고불고 하지만 앞날은 모르는 거다.'
흠.. 이젠 좀 인간다워 지는구만.
별 일이야 있겠습니까? 뭐가 있었다면 그새 난리 났을테고 나도 한가하게 블로그질이나 할까.
그냥 후회만 남았지만 지금이라도, 저 모습을 기억할 수 있는 지금 잡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뭐 대학따위 나오지 않음 어떻고 시집 못가면 어떤가요.
내 살아 있는 동안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습니까? 그나마 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