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출고 공정 중에 워터가 가장 힘들다. 멀티라인 워터는 할만한데 싱글라인 워터는 거의 허브(상하차)와 비슷하다.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은 싱글워터를 전담으로 하면서도 늘 웃는 단기사원이 있다. 내가 워터를 처음 할 때 이 단기사원과 같이 워터를 배웠는데, 난 그 뒤로는 줄곧 집품에 다녔고 이 사원님은 줄곧 워터만 했다. 나이도 이름도 모르지만, 대략 20대 중반 정도의 남자다.
이 사원님은 출고에서 가장 힘들다는 싱글워터를 하면서도 늘 웃는 얼굴이며 휘파람까지 불면서 일한다. 내가 어쩌다 싱글워터에 걸려 힘들어하면, 자기가 할 테니 조금 쉬라고 웃으며 말한다. 근육질 체격이긴 하지만 본인도 힘들텐데, 워터를 같이 배운 인연이랄까, 날 많이 도와준다.
그래선지 이 사원은 관리자들이 얼굴도 알고, 가끔은 이름과 원바코드를 물어보고 간다. 관리자가 단기사원 원바코드를 물어보는 경우는 2가지다. 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에 넣으려는 것이다. 물어보나마나 화이트리스트에 넣으려고 물어본 것
부럽다. 관리자들이 내 얼굴도 안다. 난 시흥1 오픈때부터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원바코드를 물어보는 관리자는 없었다. 오래 다녔고 이것저것 웬만한 건 다 해봐서, 뭘 시켜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만 인식하는 것 같다. 내 얼굴이 좀 울상이라 그런가… 아무튼 부럽다.
202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