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단기 알바)는, 쿠팡이 주업인 사람이 있고 쿠팡이 부업인 사람이 있다. 쿠팡이 부업인 사람은 투잡이라고 보면 된다. 내 경우는 투잡이다.
낮엔 원래 직장에서 일하고 밤엔 쿠팡에서 일하는 투잡족은 의외로 많다. 혼자 일하는 포장이나 집품과 다르게 같이 일하는 리빈의 경우, 같이 일하다 보면 서로 얼굴도 익히고 인사도 하는 사이가 된다. 자연적으로 쉬는 시간에 대화도 하다 보니, 나처럼 투잡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고 엄청 많지는 않다. 대략,,, 열 사람과 대화해 보면 2명 정도가 투잡이다. 본 직장이 있지만, 쉬는날 나오는 ‘반 투잡’도 열에 둘 정도 된다.
쿠팡이 주업인 일용직 사원은 왜 계약직을 안 할까? 이 궁금증도 어느정도 해결됐다. 우선 계약직과 일용직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계약직은 주5일 출근이 정해져 있다. 여기에 월차1일 더 쉴 수 있고, 월 3일 정도의 결근은 봐준다고 한다. 그럼 월 4일을 더 쉴 수 있으니, 주 4일 출근도 가능하다. 물론 출근 안 하면 급여는 삭감된다. 하지만 7일 중 4일 일하고 3일 쉴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지각과 조퇴도 어느정도 가능하니 근무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쉬는 날이 많은 게 좋은 사람에겐 이런 적용이 가능하고, 일하는 날이 많은 게 좋은 사람에겐 조출(1시간 먼저 출군)과 연장수당이라는 게 있고, 해당 월에 만근을 하면 만근수당이 나온다. 만근수당이 대략 10만 원 정도니, 월 20일 일하고 21일치 급여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급여는 일용직과 차이가 별로 없다. 월 20일 출근하는 일용직이나 월 20일 출근하는 계약직이나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계약직은 의무감이라는 게 생긴다. 책임감이랄까, 특별히 관리받는다. 일의 성과도 일일이 측정하고 재계약 또는 여러가지 이익과 불이익이 발생한다. 쿠팡 소속이라는 구속이 생기고, 제약사항이 좀 있다. 그래서 구속받는 게 싫은 사람에겐 일용직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일용직의 단점은 ‘확정문자’를 받아야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펀치’라는 앱으로 최대 2주 전부터 근무신청을 받는데, 확정문자는 근무일 전날 온다. 내일 출근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대략 24시간 전에 알 수 있게 된다. 즉, 고용 불안이라는 단점이 있다. 한 달 내내 신청해도 5일밖에 출근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0일 출근하는 사람도 있는 등.
고용불안은 싫고, 안정적인 직장이 좋으면 계약직이고 구속이 싫으면 일용직이라고 보면 된다. 즉, 쿠팡이 주업인 일용직 중에 구속이 싫어서 일용직을 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과거에 계약직을 했다가 일용직으로 전환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계약직 해보니 별거 없더라, 게다가 나는 계약직을 해봐서 일도 잘하니 일용직 확정문자도 잘 받는다’는 사람이라고 보면 거의 맞다.
이 외에, 혼자 살며 큰 돈 필요 없이 한 주에 2일 정도만 일하고 싶어서 쿠팡을 주업으로 삼는 일용직도 많다. 주간조가 일당 8만 원, 오후조가 일당 10만 원 정도니 주 2일만 출근하면 월 70 정도를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70 정도면 혼자 살 수 있긴 한가 보다. 집이 전세면 가능할 것 같다. 나도 결혼 전엔 월 지출이 50도 안 됐으니까.
아무튼, 나처럼 투잡을 하면 하루를 두 번 사는 느낌이다. 음… 글이 길어진다. 한 번 끊고 이어서 쓰겠다.
202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