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별로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워터가 배치커버를 한다. 그러니까 ‘워터’는 직책이라고 보면 되고, 배치커버는 직무라고 보면 된다. 워터가 워낙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에 워터의 업무는 센터별로 천차만별이다. 나는 시흥1센터 기준으로 글을 적고 있다.
집품에서 싱귤레이션 토트가 오면 토트에 있는 바코드를 찍어, 마감시간별로 분류하는 걸 배치커버라고 한다. 분류하는 일이니 일은 어렵지 않겠지만, 문제는 중량물이다. 신선센터의 중량물은 주로 대용량 냉동식품, 국물까지 얼린 갈비탕 등, 우유 같은 것들이다. 하나씩 보자면 그다지 무겁진 않은데, 집품 사원이 토트 하나에 까득 담았을 때 이게 문제가 된다. 토트 하나에 2리터 우유가 9개도 들어가는데, 이 경우 토트 하나 무게는 20키로가 넘는다. 8시간 일하는 동안 이런 토트는 무수히 온다. 이런 토트 하나를 들어 포장사원에게 전달만 한다면 그나마 괜찮다. 그런데, 이런 토트를 들어서 분류를 하고 다시 들어서 옮기고 다시 들어서 포장사원에게 전달하는 일이 배치커버다. 온몸에서 땀이 뻘뻘 난다.
그래서 집품에서는 제발좀 토트 하나에 우유를 적당히좀 담아야 한다. 토트를 들고 날라본 사람이 집품을 하면 적당히 담는데, 집품 외에는 경험이 없는 사람은 PDA나오는 대로 토트 하나에 마구잡이로 담는다. 쿠팡 물류센터는 일부러 신규를 일정 인원 매일 뽑는다. 이유는 DB를 확보하여 계약직 권유를 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그런 이유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 중 거의 반은 일한 지 한 달이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러니 전체 시스템을 알 수 없는 건 당연하다. 토트 하나에 2리터 우유 9개 담는 일은 매일 많은 곳에서 일어난다. 집품사원에게 일일이 매일 교육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교육을 해도 그대로 안 하는 사람도 많다.
센터마다 마감 시간이 다르긴 한데, 01시30분이 새벽배송 1차 마감이다. 그래서 토트가 오면 1시 30분 토트부터 포장사원에게 줘야 한다. 2차 마감이 02시기 때문에 02시 토트가 오면 옆에 쌓아놓고 1시 30분 토트부터 모두 포장사원에게 준다. 그 뒤에 1시 30분 토트 포장이 끝나면 02시 토트를 뿌려주는 일을 배치커버가 한다.
쿠팡의 새벽배송 주문 마감이 00시 00분이다. 나도 그런 적이 좀 있긴 한데,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자정 다 돼서 주문하는 사람이 많다. 그럼 쿠팡은 2시간 안에 포장까지 끝내야 한다. 어느날은 퇴근하려고 줄 서 있는데, 이런 대화가 들렸다. ‘너 요즘도 열두시 다 돼서 주문하지? 너 같은 사람 때문에 오늘처럼 마감때 바쁜 거야.’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오후조와 심야조는 주문을 낮에 하자. 오후에 주문하면 그거 내가 일해야 한다.’ 근데 그래도 나는 저녁에 주문한다. 낮엔 일하느라 주문할 정신 같은 거 없다. 그리고 오후에 주문해야 물량이 많아 단기 알바 채용도 많이 하지. 그래야 내 일자리도 생기고.
202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