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크게 정규직, 계약직, 단기직이 있다. 정규직이 되려면 힘들고, 계약직은 1일 체험을 하며 심사를 하고 채용한다. 단기직은 ‘쿠펀치’라는 어플로 근무신청을 하면 ‘확정문자’를 받고 출근한다.
‘계약직은 쉬고 싶어도 못 쉬고, 단기직은 출근하고 싶어도 출근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단기직이 확정문자를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어렵다. 내 경우 3주만에 확정문자를 받아본 적도 있고, 주 2일, 주 3일 이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주 5일 확정문자가 온다. 신청하면 거의 무조건 확정이다.
확정문자를 주5일 받는 사람을 여럿 봤는데, 공통점이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리빈을 할 줄 안다. (매우 잘하진 않아도 보통은 한다)
2, 집품 실력이 상위 20% 안에 든다
3, 포장 실력이 상위 20% 안에 든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대략 이 세 가지 이유가 보인다. 내 경우는 집품 상위 20%고, 포장 상위 20%다. 정확히 몇 프로인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20% 이상이라고만 알려준다.(내 느낌상 집품은 상위 2%, 포장은 상위 8% 정도인 듯) 하루는 하던 일을 끝내고 새 업무를 받으려고 관리자에게 갔더니,
‘ㅇㅇㅇ사원님이시죠? 와~~ 일을 엄청 잘하시네요. 와~~ 이게 몇 프로야?’
관리자가 내 데이터를 보고 놀라면서 손 느린 사람 사이에 나를 넣어줬다. 손빠른 사람과 손느린 사람이 겹겹이 있어야 밸런스가 맞기 때문이다. 1개 포장라인에 9명이 들어가는데, 9명은 다시 3명씩 조를 이룬다. 3명 중 1명은 손 빠른 사람, 2명은 손 느린 사람으로 조를 짜야 밸런스가 맞는다. 그래서 포장 자리를 배정할 때 그 사람의 데이터를 보고 자리를 배정한다.
시흥1센터에 알바한 지 6개월이다. 이젠 관리자들이 내 얼굴을 안다. 출근 체크를 하고 자리를 배정받는데, 요즘은 관리자가 내게 자리를 배정할 때 꼭 이렇게 말한다. 뒷사람에게 들리면 쑥쓰럽게 말이다. ‘사원님은 잘하시니까 ㅇㅇ셋(ㅇㅇ라인) 가실게요.’ ‘사원님은 잘하시니까 잠시만요, 어, 여기 가실게요 ㅇㅇ번 가세요.’
요즘은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혹시 계약직이세요?’ 아니라고 답하면 ‘저기 오해는 마시고요, 최근에 몇 번 일하는 거 봤는데, 본인 업무 말고도 이것저것 다 하고 계시길래요.’ 그날도 난 리빈 배정을 받았지만, 리빈 업무가 잠깐 한가할 때 빈 포장대에 들어가서 포장을 했다. 워터사원이 바쁘면 워터사원 도와주고, 배치커버 업무를 모르길래 상세하게 실습 위주로 가르쳐줬다. 그리고 워터사원이 해야 할 짐나르는 일도 리빈 업무가 한가할 때, 다른 사윈이 해야 할 몫을 나르고 분배하고 그러고 있었다. 그날 내 업무는 리빈이기 때문에 리빈만 하면 됐지만, 리빈 하면서 시간이 나면 포장, 워터, 배치, 피더 등 잠시도 안 쉬고 일하는 내내 몸을 계속 움직였다. 그런 나를 보며 한 질문이었다. 누가 봐도 계약직으로 보였을 거다. ‘아, 제 성격이에요. 저는 원래 성격이 가만히 있는거 싫어하고, 남 도와주는 걸 좋아해요. 제가 제 몸을 스스로 혹사시키는 안 좋은 성격이죠.’ 그래선지 최근 들어 계약직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내가 자주 출근하기도 하고 일을 내일 네일 안 가리고 막 해서 그런지, 나를 계약직으로 아는 사람이 많긴 하다.
그리고 이런 질문도 간혹 받는다. 주 5일 확정은 어떻게 해야 받아요? 나처럼 일하면 된다. 그런데 타인에게 나처럼 일하라고 말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꾸준히 신청하고 꾸준히 나오면 주 2일, 주 3일, 주 4일 이렇게 확정받는 날이 점점 늘어요.’
나는 일을 매우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집품은 거짓말 조금 더해서 눈 감고도 할 수 있고, 포장도 이젠 눈 감고도 할 만큼 한다. 그런데 리빈은 이제 겨우 2주 했다. 리빈을 매우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이게 내 성격이다. 나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하고, 저 사람이 왜 잘하는지 관찰한다. 그러곤 따라해본다. 잘 할 때까지 계속 해본다. 잘하는 사람의 특징을 잡아내고, 저 사람이 왜 잘하는지 이유를 알아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냥 내 성격이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다. 원래 내 성격이 배우는 걸 좋아하고 지는 것도 싫어한다. 이 두 가지 성격이 만나 뭐든 빠르게 배운다. 안 좋은 성격이다. 몸을 혹사시키기 때문이다.
2024.01.23.
음... 지금 생각은 다르지만, 기록해둔 거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