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인은 / 우영국]

in nayun53 •  10 months ago 

[중년 여인은 / 우영국]

상처진 가슴
때론
견딜 수 없는 아픔에 지쳐
가슴 가득
눈물이 차오르는 밤엔
날이 하얗게 새도록
자신을 원망도 했었습니다

살아 온 흔적
하나 둘 돋아난 시린
흰 머리카락에
서러움이 돌처럼 굳어
마디 마디 박힌
망울진 옹이가 아파
품에 묻고 울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쓰러짐도 흐트러짐도 없이
순백의 설원을
초연히 걸어 왔습니다

살아 온 날들이
향기 짙은 장미 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초라하게 살지도 않았습니다

중년 여인은
누구라는 책임으로 살기에는
하루 하루 익어가는 모습에
내 자신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자기가 자기를 스스로 안고서

찬이슬을 맞아도
향기를 고이 간직하는
길섶에 핀 들꽃처럼
언제라도
나를 위해 자신을 가꾸고
나를 위해 노래하는
고운 중년 여인이고 싶습니다

내일이면
모두가 잊혀질지라도
이제는
세상을 타인으로 살아 온
지난 삶을 하나 둘 비워가며
나 자신을 더 사랑하는
꽃빛 중년 여인이고 싶습니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