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들어올 수 없고, 누구도 나갈 수 없다. ‘트랩드(TRAPPED)’
Icelandic Mystery TV Series
북극권 아래에 위치한 섬나라, 아이슬란드.
빙하와 용암이 만든 비현실적 장관을 연출하는 매력적인 지역이지만, 지구상 가장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아이슬란드의 작은 해안 마을에서 벌어지는 가장 혹독했던 어느 겨울의 이야기이다. 2015년 토론토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에서 첫 상영된 후 아이슬란드(RUV)와 영국(BBC), 독일(ZDF) 방송에서 방영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아이슬란드 미스터리 TV 시리즈이다. 넷플릭스에는 현재 시즌1, 총 10화가 올라와 있고, 2018년 가을, 아이슬란드 국영방송(RUV)에서 시즌2 제작을 발표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겨울, 아이슬란드의 대지는 온통 눈으로 파묻혀 황량하고, 해안가 암석 위로 칼날같이 부서지는 파도가밀려든다. 폭설 예보가 시작되던 그 날, 혹독한 날씨 예보에도 마을 사람들은 익숙한 듯 일상을 이어간다. 참 별일 없는 마을이라 관내 경찰서에는 경찰서장을 포함해 상주 경찰관 3명이 전부다. 그 날도 그들이 하는 일아라곤 소화전 앞 주차단속과 이에 불만을 제기하는 마을 주민의 전화를 받는 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시간, 조업을 나간 어선 그물에 낯설고 구역질나는 불쾌한 무엇이 걸렸다. 살해된 후 상반신만 남은 시신, 죽은 자는 누구이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때마침 대형 여객선 한 대가 항구에 들어온다. 여간해서는 외부인의 출입이 거의 없는 작은 마을이지만, 여객선을 통해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마을의 경제를 책임지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 때가 되면 호텔과 식당들이 활황을 맞는다. 혹독한 날씨 탓에 고립이 길어진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나쁠 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 그 여객선에서 살해되어 바다로 던져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신분을 알 수 없도록 머리와 팔 다리가 모두 잘린 채 아직 부패되기 전의 시신. 살인범은 바로 그 여객선 안에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길이라고는 눈으로 뒤덮인 험준한 산악길 을 넘어 자동차로 들어오거나, 해안에 당도하는 여객선이 전부인 작은 해안 마을, 한 치 앞도 안 보일 눈보라가 덮치면, 이 곳은 완전히 고립된다. 도로는 폭설에 가로막히고, 해안은 유빙들로 진입이 어려워진다. 거센 눈폭풍은 비행기나 헬리콥터마저 접근을 불허한다. 연일 계속되는 폭설과 눈폭풍은 점점 이 작은 해안 마을을 서서히 외부로부터 고립시켜간다. 그런데 하필 지금 누군지도 모르는 살인자를 마을로 들여 보내게 될 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 처했다. 이 상황을 대처하고 살인범을 검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은 수사 권한이 없는 지역 경찰서장과 2인의 순경 뿐이다.
차분하게 상황을 통제해 가는 경찰서장, ‘안드레’. 하지만 실종자 확인같은 간단한 수사 협조에도 여객선 선장은 왠일인지 비협조적이다. 선장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인가? 그 와중에 여객선 승객 중 눈에 띄는 한사람, 7년 전 마을 내 창고 화재 사건의 그가 마을로 돌아왔다.
예고 영상에서 펼쳐지는 아이슬란드의 차갑고 황량한 경관에 매료되어 재생 버튼을 눌렀다가 전편 정주행할 수 밖에 없는 이 작품은 서서히 조여드는 고립감에서 오는 일상적 공포를 탁월한 각본과 연출력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몰입감 최고 TV 시리즈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작품이 탁월한 것은 단순히 훌륭한 미스터리 드라마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가진 일상적 공포를 활용한다. 우리 내면에 있는 편견이 어떻게 고립된 공간에서 공포로 진전해 가는가를 다루고 있다. 평화로운 마을의 숨겨진 비밀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 마을에는 사랑하는 아이들이 살고 있다. 주인공 ‘안드레(경찰서장)’의 딸은 이상한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한 후, 눈폭풍이 부는 그 날 밤 잠에 들지 못한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 살인범이 집에 찾아오면 어떡하지?” 한편, 7년 전 화재 사고로 딸을 잃은 아비는 그 자가 마을에 다시 돌아온 것이 달갑지 않다. ‘갇혔다’의 의미의 ‘트랩드(TRAPPED)’, 또다른 의미로 ‘내면의 고립감’이다. ‘고립’은 비단 날씨 때문만이 아니며,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고립되어왔고, 고립되어 가는지가 담겨 있다.
✅ @chironcast, let me be the first to welcome you to Steemit! Congratulations on making your first post!
I gave you a $.05 vote!
Would you be so kind as to follow me back in return?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