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17.
첫 버스킹을 마친날 저녁에 문득 버스킹은 잘 했는지 집주인 아주머니인 니콜라가 물었다. 그래서 나는 막상 하려고 찾아보니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하려면 가게들 앞에서 할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가게와 마찰이 생길거같다라고 이야기 했더니 니콜라가 그게 무슨소리야 한국에서는 그랬나봐? 여기는 뉴질랜드야! 그런 마찰 없을거니 한번 해보라고 응원해주었다.
오늘 다시한번 시내로 나와서 장소를 물색했다. 하지만 여기서 해도 되는지 망설여지는건 여전했다. 그렇지만 쫒겨나기밖에 더할까 싶어서 은행문 바로 옆에서 버스킹을 시작했다. 8곡정도 불렀을까? 기대했던것과는 달리 사람들은 내 공연에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나는 점점 작아져만 갔다. 그리고 몇 곡만 더 부르고 돌아가자 마음먹었던 그때 니콜라가 내 앞에 서있었다. 그녀는 구경하러 왔는데 버스킹 잘 되냐가며 돈은 좀 벌었는지 물었다. 딱히 할 말이 없어 그저 고개만 살짝 저었다. 마지막 두 곡을 부르는동안 니콜라가 앞에 서있어서 그런지 다섯사람 정도 같이 서서 노래를 들어주었다.
니콜라 앞에서도 아무도 안모이면 어쩌나 했었는데 조금 모인것에 안도하며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니콜라가 문득 행복하냐고 물었다. 뜨끔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대답하기 어려웠다. 내가 대답을 망설이자 갑자기 그녀는 나를 데리고 근방에 있는 카페랑 바에 들어가더니 "애 노래 정말 끝내주게 잘하는데 여기서 공연할수있을까?" 라고 다짜고짜 직원에게 이야기하고 다녔다. '맙소사.. 나 그렇게 노래 잘하는게 아닌데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말 하는건지 내가 거짓말하는 기분이 들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끈질기게 그들에게 나를 어필 했고 결국 다음주 목요일 저녁 망가누이 시내에 있는 어느 펍의 무대 위에서 공연하게 되었다.
이게 지금 뭐하는거지 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내내 앞서가는 니콜라의 등이 유난히 커 보였다. 행복..행복...그렇게 나는 그녀에게서 행복이란것에 대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