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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학여행 당일이 되었다. 운동장은 설렘으로 두 뺨을 붉게 물들인 아이들로 왁자지껄 정신이 없다. 저마다 최선을 다해 한 껏 꾸민듯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 아이들 틈에서 담이를 찾았다. 저 멀리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담이와 눈이 마주쳤다.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보인다. 역시나 빨갛게 물든 손가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짐은 잘 챙겼어?"
"그냥저냥-. 짐 챙기는 것도 일이더라."
"나도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혼났어. 챙겨야 할 것들이 뭐 그리 많은지."
"그래서, 봉숭아는 챙겼고?"
"그럼! 가장 먼저 챙겼는걸? 헤헤"
"자- 반별로 차에 올라타라."
선생님의 한 마디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버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담이와 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 비행기 놓치기 싫으면 빨리 빨리 움직여!"
"으아-"
뻐근한 몸을 풀어보고자 기지개를 켰다. 버스에 비행기, 다시 또 버스라니. 차라리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숙소에 도착하려나, 생각하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휴가철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이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맑은 하늘에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도는 가족 여행으로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했다. 그런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오게 될 줄이야.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나름내로 2박 3일의 일정을 기대하고 있는 나였다.
"은실아, 피곤하면 자. 내가 깨워줄께."
"아냐. 그냥 창밖에 좀 보고 있었어. 담아, 넌 제주도 와본 적 있어?"
"나? 우리 부모님 바쁘신 거 알지? 게다가 동생들도 어리고. 여행은..., 좀 힘들어 사실."
"아..., 미안.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
"나도 알아. 그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어쩔줄 몰라하는 내 표정에, 담이는 오히려 이해한다는 듯 성급히 말을 끊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담이네 부모님이 식당 운영으로 바쁘시다는 것도, 담이가 주로 동생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이번 수학여행을 오면서도 걱정이 많았다는 것 또한 다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 자신의 감상에 빠져 말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바보같은 조은실. '어른스러운 담이와 달리 왜 나는 자꾸만 바보같은 실수를 할까?' 자책에 빠져들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도착했다. 앞자리부터 차례대로 내려서 로비에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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