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마곡사에 들어가는 길, 비밀의 문

in oldstone •  6 years ago 

춘마곡추갑사라고 했다. 가을에는 갑사, 봄에는 마곡사가 좋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난 마곡사를 가을에만 세번째다. 봄에 마곡사를 가보려고 했으나 이런 저런 일이 생기곤 했다. 화풀이 하는 마음으로 마곡사를 다시 찾았다. 그러나 가을에 마곡사를 찾을 때면 왜 추마곡은 안되나 하는 의문이 든다. 가을에 마곡사 가는 길은 아름답다. 그리 멀지 않지만 걸어가는 내내 물소리가 들린다. 음악을 감상하는 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무릎이 아파서 빨리 걷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빨리 걷지 못하게 되면서 보는 것이 더 많아졌다. 생각도 많아졌다. 어디 한군데 아픈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의사인 내 친구는 나이들어 무릎이 아프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는 듯 하다. 조금 아프니 삶에 대해 겸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아플 필요는 없다. 그냥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었다. 가을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길을 멈추곤 했다. 카메라를 들이대었으나, 찍고나서 보면 색깔이 잘 안나온다. 아무리 카메라가 좋아도 자연의 색만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다보니 벌써 절 입구가 나온다. 어라 제일 먼저 날 맞이 하는 문이 해탈문이다. 사천왕문이 아니다. 일전에 법주사도 금강문이 먼저 서 있었다. 사실 구례 화엄사도 사천왕문이 금강문 다음에 있다. 이쯤 되면 좀 이상하다. 뭔가 이유가 있을 법한데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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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해탈문 안에는 금강역사들이 서 있었다. 그러니 금강문하고 해탈문을 겸하고 있는 택이다. 그런데 해탈문 안에 서 있는 금강역사들의 모습이 다른 절과 좀 다르다. 통상 금강역사는 한분은 입을 벌리고 또 한분은 입을 다물고 있다.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아금강역사 닫고 있는 것을 훔금강역사라고 한다. 시작과 끝을 연결하여 영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데 마곡사의 금강역사들은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것도 무슨 연유일까 ? 끝만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 시작이 없으면 끝도 없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천왕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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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문과 천왕문의 배치가 아주 절묘했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일자로 배치하지 않고 살짝 방향을 틀어 놓았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만든 분에게 경외감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해탈문에서 천왕문으로 가는 길을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가도록 배치한 것이다. 물론 천왕문에서 절로 들어가는 다리도 살짝 비틀어 놓았다. 돌로된 다리에서 천왕문과 해탈문을 바라 보면서 혼자 웃었다. 나혼자만 비밀을 알아차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번 가지만 갈때 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다. 답사는 이런 맛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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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진 풍경과 색감이 너무 좋네요~ ㅎㅎ
정말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을 사진에 그대로 담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팡이 도로짚고 산기슭 돌아서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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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사진
미소가 절로 나오는
너무나 이쁜 가을이 보입니다.
카메라 필터링 되어 아쉽겠으나
사진만으로도 그냥 행복하네요.^^♥
마곡사 비밀의 문
기억했다 언젠간 가보렵니다.

단풍이 너무 멋집니다.^^

정성을 담은 가을모습에 흠뻑반해봅니다.

가을 마곡사 사진이 참 좋습니다.
사진은 찍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고 하는데^^

멋진 가을사진 아름답습니다.

가을이 가득하군요~
한국만큼 아름다운 가을은 없는듯 합니다

추마곡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춘마곡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무릎이 아파 지팡이를 짚고 가셨다니...
빨리 걷지 못함이 좋다고 표현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그 마음을 조금 얻어갈게요
건강 잘 챙기세요 올드스톤님...

와 마지막 사진 최고의 가을 느낌입니다~~~^^

단풍까지 사진 정말 이쁘게 담으셨네요:]

가을이네요~
특히나 단풍과 어울어진 산사가 너무 멋집니다

  ·  6 years ago (edited)

단풍본지가 정말 오래됬는데.
이맘때쯤 부처가 태어난 네팔에 룸비니라는곳은 반딧불이 장관을 이룰때거든요
불교에 관심이 많으신것 같아서요^^

저는 마지막 사진을 보고 설레여서 보고 또 보고 그랬습니다. 단풍과 한옥의 조화가 너무 잘 맞는 듯 합니다. 단풍은 한옥에서 볼 수 없는 색감들을 뿜어내고, 한옥은 한옥대로 튀튀한 검은 빛의 거친 기왓장과 곧은 나무가 보여주는 색감이 4계절, 1년 내내 조화를 바라며 지어진 느낌입니다.

정말 절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너무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