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마곡사 비밀, 산신각

in oldstone •  6 years ago 

마곡사에 세번째 갔지만 산신각에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전에는 여러 사람들과 같이 갔다. 산사 여행에 동행이 있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산사 여행은 고즈넉한 기분을 느끼기 위한 경우가 많다. 삶에 지치면 누구든지 좀 조용히 있고 싶어진다. 그래서 산사여행을 떠난다. 내 경우는 가는 동안에 심심해서 사람들과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란 묘한 존재다. 사람에게 지쳐서 여유로움을 찾아 떠나는 그 홀로 있는 순간에 무료함을 느끼니 말이다. 산신각은 절마다 조금씩 다 다르다. 그림이 다르고 내용이 다르고 형식이 다르다. 그래서 산신각만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마음에 있어도 동행들이 있으면 내 마음대로 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이번엔 산신각에 올라갔다. 산신각은 절의 제일 높은 곳에 있다. 산신에게 절을 보호해달라는 의미라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삼성각이라고도, 어떤 경우에는 산신각이라고도 한다. 삼성각이라 할 경우에는 부처,산신, 독성이 모셔져 있다.

마곡사는 산신각이라고 한다. 산신만 모셔져 있다는 의미다. 산신각은 마곡사의 전각들을 모두 다 살펴볼 수 있는 위치에 지어져 있었다. 마곡사는 하천을 두고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천 넘어서는 대광보전과 대웅보전 등의 전각이 있고, 하전 이편에는 영산전과 명부전이 자리하고 있다. 산신각은 양쪽이 모두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있었다. 위치를 참 잘잡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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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각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가을 단풍에 물든 마곡사는 불국의 낙원이나 마찬가지였다. 봄에 마곡사가 아무리 아름답다하더라도 단풍에 물든 것보다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봄엔 꼭 마곡사에 가볼 작정이다. 어떻기에 단풍에 물든 마곡보다 아름답다 하는지. 단풍에 취해 산신각의 문을 열었다. 산신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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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이 부인과 같이 앉아 있었다. 이제까지 많은 절을 다녔지만 산신과 부인이 같이 있는 그림은 처음 보았다. 그림을 보면서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세상은 음과 양으로 이루어졌는데 어찌 산신에게는 있고 음이 없을 수 있다는 말인가 ? 원래 부처와 독성이야 혼자서 깨우치는 것이라서 홀로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산신은 혼자 있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말이다. 부인과 같이 앉아 있는 산신의 모습을 보니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산신도 나와 같은 사내나 마찬가지고 보면, 그도 부인에게 바가지를 긁힐 것이다. 산신도에서도 부인의 모습이 더 힘을 쓰는 것 같았다. 뭐 어쩔 수 있나 ? 마누라는 아무도 못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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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를 이기려고하는 순간 삶은 피곤해지는것 같습니다 ㅎㅎ

그렇지요 ㅎㅎ

산신각에 그런 의미가 있군요.
다음부터는 산신각에 들어 가봐야겠습니다.

네 아주 좋은 곳에 있습니다.

홍진의 명리를 따르다 보니, ...

  • 출가할 엄두는 못내고,
  • 템플스테이 하고픈 곳 중의 하나로 점찍어 두고 있습니다. ...

그냥 사는게 출가지요

....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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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바가지라고요?
치악산 중턱에 보문사란 작은 절이 있습니다. 며칠전 갔었는데 아름다운 모습들에 폰 아니 가져온것을 후회했더랍니다. 매번 이럽니다.
거기도 산신각 같은게 있었는데 다시 한번 가서 자세히 봐야겠습니다. ^^

치악산으로 한번 가보아야 겠습니다.

세상은 영웅이 다스리고..
결국 그 영웅을 다스리는자는...ㅎㅎ

결국 죽쒀서 마누라 주는 거지요

  ·  6 years ago (edited)

"마누라는 아무도 못이긴다" 라는 글을 보니 예전에 협상의 기술이라는 강의를 들은 적이 생각납니다.

강사분께서 어떤 수강생에게 협상을 배워서 누구에게 사용하려고 하냐고 물으니, 수강생은 마누라에게 쓰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강사분께서 "마누라는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복종의 대상입니다. 제 교육이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씀하셔서 한참을 웃은 기억이 나네요 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산신각이란
산신에게 절을 보호해달라는 의미군요.
그 안에 그림까지 볼 수 있다니...

산신각마다 그림들이 조금씩 다 다르더군요

마곡사의 깊은 가을이 너무 멋집니다.
일반적으로 산신은 혼자(솔로, 독신...)으로 알고 있었는데 부인이 있다니
다소 낯설군요. 어떤식으로 바가지를 긁을까요?ㅋㅋ

산신도 부인께 잘하셨을 듯 합니다 ㅎㅎㅎ풍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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