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대흥사 가는길steemCreated with Sketch.

in oldstone •  6 years ago 

(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대흥사 가는길

대흥사가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언제 한번 가보아야지 하다가 마음먹고 찾은 것이 한달 전이었다. 한달 전만 해도 무지하게 더웠다. 인간이 간사한 것인지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제 시원한 것 보다 따뜻한 것을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절을 찾을 때 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절가는 길이 절구경의 7할은 되는 것 같다. 대흥사도 그랬다. 짙은 녹음이 우거진 길을 차를 타고 한참을 갔다. 녹음이 우거진 이길이 아름다워 유네스코에 지정되었나 보다 혼자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차를 운전했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느껴보았다. 예전에 러시아에서 공부를 할 때 같이 있던 고려인 친구가 모스크바 주변의 그 넓은 숲길을 지나면서 창문을 열고 ‘공기가 너무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그는 그리고서는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공기를 마치 얇은 비단 만져보는 흉내를 내곤 했다. 나도 그의 흉내를 내면서 공기를 만져 보았다. 한여름의 가뭄이 심해서 인지 눅눅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더위는 짙은 녹음을 그의 발아래 복종시키지 못한 것 같았다. 짙은 녹음은 무척 단단한 갑옷인가 보다.

얼마간 가다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서 대흥사 가는 길을 그리 멀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너무 고즈넉했다. 평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절을 찾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 길을 오롯이 혼자서만 즐길 수 있었다. 오래된 나무들 사이를 맨발로 걸었다. 대지의 시원한 느낌이 발바닥을 통해 내 안으로 전해 오는 듯 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갑자기 카페가 눈앞에 나타났다. 마당에는 장독대가 있고 쇼윈도우에는 천연염색한 천들이 매달려 있었다. 천연염색한 옷감으로 만든 개량한복이 멋들어지게 걸려 있었다. 천연염색한 하늘하늘한 천들의 색깔은 아침의 햇빛에 더욱 투명하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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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예쁜 카페를 여기에 세울 생각을 했을까 ? 가는 길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 카페와 천연염색한 천들의 색깔들이 성하의 아침 햇볕에 부서지고 있는 구경을 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다시 길을 걸었다. 조금 더 가다보니 여관이 있다. 절 입구 바로 밑이었다. 여관이 예사롭지가 않다. 문이 열려 있기에 그냥 들어가 보았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묵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옛날 집이었다. 어릴적 아버지 따라서 여관에서 며칠 잔적이 있었다. 그때 여관에서는 아침에 밥을 주었다. 아버지와 겸상을 했다. 잘 먹어보지 못하던 계란말이가 나왔다. 맛있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계란말이를 좋아한다. 식당가서 맛이 없어도 계란말이만 주면 군말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여행을 하면서 지냈던 여관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그때도 방앞의 마루에 아버지와 마주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방앞의 조그만 마루는 나에게 아버지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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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을 한바퀴 둘러 보았다. 주인이 그제서야 나를 알아 본 모양이다. 내가 여관안을 돌아 다녀도 아무말 하지 않는다. 옆으로 가보니 조그만 연못이 있다. 연못에는 연잎이 펼쳐져 있었다. 두꺼비 조각상이 물을 내뿜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연못이 마음에 들었다. 다시 대흥사에 오면 여기서 하루 묵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여관에서 하루를 묵고 절에 올라가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았다. 여관 앞에 광주민주화 운동때 이 곳에서 밥을 해서 날랐다는 기록이 있다. 세상에서 아무리 떨어져 있다하더라도 세상일에 무관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대흥사 가는 길은 이제까지의 절가는 길중에서 나를 가장 차분하게 만든 듯 하다. 사람없는 평일날 저녁에 올라서 카페에서 차한잔 하고 여관에서 하루를 보낸다음 절에 가면 좋을 듯 하다. 이런 차분한 느낌을 한 번 더 경험하고 싶다. 말없이 같이 걸어도 될 어릴적 친구하고 라면 더 좋을 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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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대흥사 한 번 가보지 못하신 게 한이었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오르네요. 동네 할머니들 다 다녀왔는데 당신만 못 가보셨다고...

저 여관 유선관 아닌가요? 장군의 아들 촬영지로 알고 있어요. 검색해보니 한국 최초의 여관이라고 나오네요.

한번 가보세요 할머니 대신해서

Really..excellent post.i love your photoshoot & post my lovely friend oldstone love you

Thank you

대흥사가 세계문화유산 지정됬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ㅎㅎ
카페도 산사와 정말 잘 어울리고..
여관이라고 하는 곳이.. 한옥인것이 진짜 대박 괜찮내요..

조용할 때 가시면 고즈넉하고 좋아요

아버지와 마주앉아 먹던 그 아침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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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1980년의 어느 봄날, 할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께서 현충사를 다녀오신다기에 따라 나섰던 ....

  • 그 때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이였죠.
  • 온양의 어느 온천장에서 3대가 밤늦도록 맥주도 하며 늦게까지 두런두런 하였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개고 방을 치우니, 종업원 두분이 아침상을 들고 들어 오시더군요 ... 글을 읽다가 보니 옛생각이 절로 나서 ....
  • 할아버진 그리고 4년을 더 사셨고, 아버지는 4년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항상 그리움으로 남는 법인 듯 합니다.

광주민주화 운동때 이 곳에서 밥을 해서 날랐다는 기록

궁금하네요.
그 깊은 곳까지 민주화를 함께 했다니...

그땐 그랬나 봅니다

이런곳은 혼자 여행하면 더 운치가 있을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같이가도 좋은 곳입니다

대흥사에 대해 잘 몰랐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곳입니다

적절한 날씨는 너무 짧아진 세상이죠.

ㅎㅎ

대흥사가 세계문화 유산이였군요
저도 산사를 찾아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직은 여유롭게 다니지 못하지만
전국에 있는 유명한 모든 사찰들을 다니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ㅎㅎ

한 곳씩 다니다 보면 모두 다 다니게 되겠지요

세계문화유산인만큼 멋지네요 ㅎ

그렇지요

저때만해도 초중고 수학여행때 여관에서 숙식제공
이 다 됐던게 생각나네요.
지금의 호텔처럼요.
고즈넉한 산사길을 걷는다는것이 가을의
정취에 더 빠져들게 합니다.^^

참 좋은 곳입니다

  ·  6 years ago (edited)

고려인 친구가 모스크바 주변의 그 넓은 숲길을 지나면서 창문을 열고 ‘공기가 너무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그는 그리고서는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공기를 마치 얇은 비단 만져보는 흉내를 내곤 했다. 나도 그의 흉내를 내면서 공기를 만져 보았다.

그 길을 오롯이 혼자서만 즐길 수 있었다. 오래된 나무들 사이를 맨발로 걸었다. 대지의 시원한 느낌이 발바닥을 통해 내 안으로 전해 오는 듯 했다.

어릴적 아버지 따라서 여관에서 며칠 잔적이 있었다. 그때 여관에서는 아침에 밥을 주었다. 아버지와 겸상을 했다. 잘 먹어보지 못하던 계란말이가 나왔다. 맛있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계란말이를 좋아한다. 식당가서 맛이 없어도 계란말이만 주면 군말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여행을 하면서 지냈던 여관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그때도 방앞의 마루에 아버지와 마주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올드스톤님께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이 글귀에 제 감정을 이입 되어서 대리로 제가 그 곳에서 숨쉬고, 걷고 만진 것 같아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한국에 갔을 때, 아버지께 목욕탕에 가는 것은 어떤지 여쭤봤습니다. 2주 반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서 여러가지 할 일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아버지와 함께 하지 못했던 목욕탕에서 때밀어드리기가 너무 그리웠습니다.

오랜만에 찾아간 목욕탕 그리고 때밀어드리기. 이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어릴 적 과거의 향기가 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과거의 추억 속과 현재 살아가는 나를 엮어주는 매개체가 있다는 것은 아버지께나 제게나 너무나 소중한 것들인 것 같습니다. 오늘 올드스톤님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소중한 것도 느끼고, 제대로 힐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와 시간을 많이 보내시는 것. 참 잘하셨군요.
시간은 흘러버리면 아버지를 추억할만한 것이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눈물을 더 흘리게 됩니다

사실 한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이유가 부모님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왠지 그러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2년반 동안 한국에 가지 않으니 무뎌질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뵙고 오니 더욱 더 보고 싶어집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런 마음이 더 들더군요

스타벅스같은 카페보다 한국적인 분위기의 카페가 더 맘에 듭니다
대흥사와 잘 어울리네요

참좋은 곳입니다

천연 염색하고 저런식으로 말리나보군요~ 신기합니다ㅎ

염색 다말리고 파는 물건 들입니다

중학교 때 안보내준다는 엄마를 졸라 수학여행으로 대흥사 갔던 기억이 납니다.
글과 사진을 보니 해남사에도, 예쁜 카페도 궁금해집니다~^^

좋은 곳으로 수학여행 가셨군요

대흥사가 어디에 있지?! 가보고 싶다!!
했는데...해남이면 너무 멀어요ㅜㅠ
올드스톤님의 사진에서도 그 차분함이 느껴집니다
공기를 손으로 만져보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해남에 가시면 구경할 곳이 많습니다. 강진도 지척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