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여행이야기) 절에 가는 길에서

in oldstone •  6 years ago 

저는 불교신자는 아닙니다. 그래도 시간만 나면 전국의 절을 다니면서 구경을 합니다. 제가 절을 즐겨 다니는 이유는 여행을 하면서 우리 선조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 절집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불교의 건축에 대해서 그리고 불교 미술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그래도 절에 여러번 다니다 보면 무엇인가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절에 다니다 보니 절을 즐기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오늘은 제가 절을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절을 찾아가는 길을 감상하는 방법입니다. 어느 절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면 저는 우선 절 입구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면서 입구에서 절까지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길은 절입구까지는 차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일주문이나 불이문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든지 오래된 절은 절에 들어가는 길이 길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차를 타고 잘 조성된 길을 한참을 가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많은 경우 절을 보러 가면서 절에 가는 길에 대해서는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웬만하면 절에 가는 길은 걸어서 갑니다. 처음에는 절을 보러가는데 왜 길이 이렇게 쓸데 없이 멀고 긴거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이 서서히 바뀌었습니다. 절에 가는 길을 걸으면서 저 나름대로 마주하게될 절집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절에 가는 길은 절집의 모습이 다른 것 처럼 모두 다릅니다. 특별히 도시에 가깝게 자리한 곳을 제외하고는 절에 가는 길은 멀고 멉니다. 왜 이렇게 먼곳에 떨어져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예전에 듣기로는 인적이 먼곳에서 속세를 멀리하여 수양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도를 닦으려면 굳이 아무도 찾아 오지 않는 산속에 들어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면서 유혹을 물리치고 수양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인간이란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라면 수양도 유혹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유혹과 정면으로 부딪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절에 가면서 고명한 스님들이 득도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의 한 소절에 불과한 것이지요. 이렇게 말하면 좀 불경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만 성철스님이 자신이 수양하는 곳 주변에 철조망을 치고 몇년간 면벽을 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경허 스님이 미친 여인을 품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훨씬 더 의미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절을 즐겨 다니면서 저는 절에가는 길을 통해서 제 자신을 찾아가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발 한발 걸어가면서 저는 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기회를 가지곤 합니다. 아직도 저는 제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들면서도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를 못합니다. 그저 어리석고 용렬한 사람일 뿐입니다. 얼마전만 해도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습니다. 그러나 절에 가는 길을 걸으며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찾아 가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을 알아가는 길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마치 오랫동안 걸어서 절에 가는 것 처럼 말이지요. 어떤 절이든 밖에서 바로 직접 보이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절집은 밖에서 볼 수 없도록 꼭꼭 숨어져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밖에서 보아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꼭꼭 숨겨진 절집을 찾아 가는 것이 절을 즐기는 출발점입니다. 아름다운 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짧고도 강렬한 길, 길고 길게 늘어지면서 은은한 길들이 있습니다.

어느 절이든지 찾아 가면서 묘한 흥분을 느끼곤 합니다. 그저 들뜬 기분이 아닙니다. 그저 차분하게 저의 내면 깊숙한데서 올라 오는 아로마 향 같다고나 할까요. 큰 절은 차량이 다니는 길 옆에 걸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절대로 차를 타지 않습니다. 걸어서 가지요. 가급적이면 맨발로 걸어 가려고 합니다. 발바닥 밑으로 전해지는 흙과 나무와 잔돌을 느끼기 위해서 입니다.

간혹 절에가는 길에 맨발에 카메라를 들고 가는 사람이 있다면 저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절에 가는 길은 아름답습니다. 굳이 갑사가는 길이 아니라도 절집에 가는 길은 아름답습니다. 절에 가는 길에서 느낀 아름다움처럼 우리의 삶도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삶이 간혹 우울하고 지칠때면 절에 가는 길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좋은 듯 합니다. 우리의 삶도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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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ery useful article,telling about a very magnifincent temple,i have to learn a lot from you sir,@oldstone

절이 자연과 함께 잘어울려져 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주는거 같아요
절 잘다녀오세요 올드스톤님^^ 즐거운 금요일 되시고요^^

저도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절에 가는걸 참 좋아해요ㅎㅎㅎ
조용하고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 곳에서 불상이든, 마당앞에 누워있는 고양이든, 풀꽃이든 제 멋대로의 담소를 나누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더라구요 ^ ^♡
그나저나 가는 길부터 맨발로 걸어가신다니-
안해본 건 꼭 해보고 싶어하는 성미 탓에 아마 조만간 절에 가는 길, 맨발로 걷고있는 작은 여자가 있으면 저일 듯 합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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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산에있는 절은 한번씩 들리는 편입니다..
지나치듯... 올드스톤님 뵙고 싶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저는 예전에 월정사에서 템플 스테이를 한 적이 있는데 정말 힐링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불교신자보다 더 절을 좋아하시는거 같습니다. 가장 인상깊은 사찰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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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불교 신자는 아닌데 절에 가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것 같아요
전생에 스님이었을까요? ㅎㅎ

절에가면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보팅하고갑니다.. 행복하세요....

담담한 글 잘보았습니다.

어머님이 어릴 때는 교회 다니셨다는데
결혼 하시고, 저희 두 형제를 키우시고
이젠 조용한 절이 좋다고 하시더군요

공감하고 갑니다.

저도 불교는 아니지만,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습니다. :D

절에 가면 왠지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은 빼고요.

여백을 즐기기에 좋더라구요.

자연의 아름다움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절은 점점 수행보다
보통 사람들에게
안식과 치유 역할을 많이 하는 거 같습니다

제 작업실에서 300미터쯤 가면 정암사라고 신라 선덕여왕 때 지은 적멸보궁이 있지요 적멸보궁이니까 부처님사리만 모셔져 있지만 그곳의 탑이 볼만하지요

무더위 어찌 견디셨어요
이제 제법 바람에게서 가을냄새가 나요
평안하셔야할텐데요

저도 무교지만 절을 더 좋아하는 자연친화적이고 교회나 성당보다 조용하고 무언가 자신에게 힐링되는 느낌이 더 많이 들더라구요. 뭔가 느리고 수수한 그런느낌.

그러고보니
언제나 동행인과 함께 걸어가느라
그저 걷기만 했네요.

반갑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초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ㅎㅎ사본 -smiley-150601_640.png

대박사건!!

저의 종교는 불교에 많이 가깝습니다.

저도 지나가다 시간이 허락되면 절에 방문합니다.

자주 방문하지 않아 어색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합니다. ^&^

간혹 조용한 절에 가면 그 정취를 느끼는 기분을 만끽하곤 했는데, 결혼을 하고 보니 가정 내 종교갈등 문제로 이젠 절에 가지를 못해요 ㅜㅜ

절에 가는 길
제대로 느끼고 계십니다.
절은 도착했을 때도 좋지만
찾아가는 과정 또한 많은 생각을 갖게합니다.

저도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절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마 많은 절이 산중에 있어서인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산속에 있는 절은 종교를 떠나서 사람을 편안하게 해줘서 좋죠:]

이정도면 해외의 절 탐방으로까지 발전하실 수도 있겠네요 ㅎㅎㅎㅎ

절에 가는 길마저도 그곳에 스며있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음미하시면서 가시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ㅎㅎㅎ

제가 절을 즐겨 다니는 이유는 여행을 하면서 우리 선조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 절집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듯 합니다. 외국에서는 아직도 내려오는 그들의 전통 문화가 삶 곳곳에 묻어나오거나 건축물이 남아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신식 건물로 감춰버린 것 같아서요.

이 또한 새롭고 발전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습성일 지 모르지만, 전통적인 한국의 모습이 일부만 혹은 특정한 지역에 가야만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산사에 가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