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법주사들어가는 길, 뒤바뀐 문

in oldstone •  6 years ago 

속리산은 어디서 가더라도 가깝지 않은 곳이다. 서울에서도 그렇고 지방에서도 그렇다. 한번 가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아마 속리산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속에서 멀리 떨어진 산이니까 자주 갈 수 있으면 안되는 거 아닐까 ? 조금 일찍 서둘렀지만 법주사 초입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니 벌써 오후가 지나버렸다.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갔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법주사 들어가는 길이 매우 넓어서 마치 공원같다. 그늘이 있는 쪽으로 갔더니 조각상이 있었다. 이 넓은 공간이 서운해서 뭔가 장식이라고 하려 한 듯하다. 조각상이 전시된 곳에는 여체가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예술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벌거벗은 여성 상을 절에 가는 길에 세워 놓으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하기도 했지만, 실제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속리산 자락의 짙은 그늘에 훨씬 더 잘 어울렸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일주문이 나왔다. 일주문위에 '서호제일가람'이라고 쓰여 있다. 아마 다른 절의 일주문과 좀 다르게 하고 싶었나 보다. 통상적으로 하자면 ‘속리산 법주사’라고 한다. 속리산 법주사라고 하기에는 뭔가 양이 차지 않았나 보다. 일주문을 지나면 좌우로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 긴 길은 아니지만 아름다움을 즐기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짙은 그늘 밑으로 개천이 흘러간다. 초록색의 영롱함이 개천을 지나는 물에 비치는 것을 보면서 여기가 세상하고 떨어진 곳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나는 이 맛에 산사를 찾아 다닌다. 우리네 전통건축의 정원은 대부분 건물의 뒷편에 있다. 그래서 후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절은 그 자연의 아름다움이 앞에 있다. 산을 찾아 가는 길이 모두 정원같다.

속리산 앞에 도착해서 보니 제일 먼저 금강문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 의아했다. 사천왕문이 아니고 왜 금강문일까 하고 의아해 하면서 금강문에 들어갔다. 통상 금강문에는 금강역사와 동자 보살상이 있다. 그런데 법주사 금강문에는 동자가 아니라 성인의 모습을 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있었다. 성인의 모습을 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금강문에서 보는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사천왕문은 금강문 다음에 있었다. 이런 사찰 배치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원래 사천왕문 다음에 금강문이 서 있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법주사는 금강문 다음에 사천왕문이 있었다. 그냥 지나가기 쉽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 금강역사들은 부처님을 훨씬 가까운 곳에서 호위하기 때문에 사천왕문 안쪽에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P7230635.JPG

이렇게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것은 무엇인가 이유가 있는 법이다. 궁금했지만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냥 사천왕문으로 갔다. 사천왕문도 다른 절과 달랐다. 사천왕상앞에는 소원을 비는 나무조각들이 잔뜩 걸려있었다. 원래 사천왕상에게는 소원을 비는 것보다 극락갈때 잘 통과시켜달라고 아부하는 것이 맞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도 간혹 천원짜리나 동전을 뇌물로 바치곤 한다. 혹시 기억했다가 지옥으로 보내지 말고 극락으로 밀어 넣어 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법주사에는 사천왕상 앞에 각종 소원을 비는 동그란 나무조각들이 가득하다. 법주사 사천왕상은 영험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P7230663.JPG

다음에 법주사를 찾으면 문의 순서가 뒤바뀐 이유를 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천왕문을 지났다. 소원을 빌어야 하나 뇌물을 바쳐야 하나를 고민하면서...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I love you @oldstone friend..😱 i love your post & photography

Thank you so much

저는 예전에 문장대 오른다고
법주사는 휙 지나쳤는데
다음에는 찬찬히 보고 싶네요

참 좋은 곳입니다

절에갈땐 @oldstone님 포스팅 을 공부하고가야겠어요
주말에 보문사에올라 둘러보며 느낀점 은
그저 '가을이깊네 '였거든요 ㅎㅎ

가을을 느끼는 마음보다 소중한 것은 없지요

뇌물을 바치면 뇌물죄로 지옥으로 보낼것 같아요. 소원을 비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
포스팅만 보아도 절구경 다 한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그래도 봐주지 않으실까요 ㅎㅎ

금강문의 배치를 알아차리시다니~!!
눈썰미가 정말 뛰어나시네요~

답사 다니다 보면 다 그렇게 된다합니다

매번 올드스톤님 덕분에 우리나라 절에 대해 공부하게되네요ㅎ

우리네 문화유산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 절이지요

사천왕상이 저런 뜻이였군요. 다름에 절에가서 저런 곳이 있으면 돈 드리고 잘 부탁해달라고 빌어야 겠습니다~!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듯 합니다

절을 보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헤헤

그렇지요. 보온병에 따듯한 차 한잔 들고 앉아 있으면 좋습니다

오호! 다음에 뵈면 극락 부탁 뇌물을 좀 드려야겠네요.

ㅎㅎ 당근이지요

속리산에 있는 법주사.. 저도 가본 곳입니다.^^
제가 갔을 때 절 마당에서 대형 붓으로 글을 쓰는 퍼포먼스가 있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는데, 새록새록하네요.
아, 문의 순서가 바뀐 건가요?
절에 대한 지식이 얕아서 그런 건 몰랐네요.
아무튼 언제나 사천왕상을 지날 땐 전 무서웠습니다.
잡귀는 확실히 물리쳐줄 위엄이 보이는 사천왕상인 것 같습니다.^^

잡귀정도는 뭐 한칼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