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경기 -> [ 파묵갈레 ]

in pamukkale •  2 years ago 

파묵갈레 Pamukkale 는 Pamuk (목화) 과 Kale (성) 가 합쳐진 말로 "목화의 성" 이라는 뜻이다.


20년 전 어찌저찌 얻은 행운으로 터키 패키지 여행을 왔었다. 그때 스처지나가듯 들른 파묵갈레는 참 인상적 이었다. 희고 흰 언덕에 따스한 물이 흘러 겨울엔 온천을 즐기고 여름엔 천연 수영장이 된다는데, 수영을 즐기기엔 추운 11월 말이었고 온천을 즐기기엔 시간이 여의치 않은 단체 관광객의 입장이 몹시도 큰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안탈리아에서 파묵갈레는 25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서울에서 김천 정도의 거리 라고 할까? 그러나 도로 사정이나 고속버스 사정이 우리나라 만큼은 아니어서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온전히 꽉찬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수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 입장을 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신발을 벗고 하얀 석회 언덕을 올라야 한다. 오돌도돌 물이 흐르는 바닥은 미끄럽지도 않고 발바닥이 아프지도 않았다. 미지근한 물에 발을 적시며 아이처럼 첨벙거리지는 못해도 모두 즐거운 모습으로 연신 사진을 찍으며 언덕을 오른다. 그래, 오길 잘했다!


하얀 언덕 위로는 "성스러운 도시" 라는 뜻의 히에라폴리스Hierapolis가 있다. 기원전 130년에 이곳을 점령한 로마인들은 신전, 온천욕장, 공동묘지, 원형극장 등 많은 유적을 남겼다. 로마에 이어 비잔틴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번성을 누렸으나, 1354년 이 지방을 강타한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었다. 이 사라진 도시는 1887년 독일 고고학자 카를프만이 발견하였다.


로마시대의 유적지를 가면 볼수있는 아고라, 공중목욕탕, 원형극장 등이 있다. 파묵갈레가 있는 도시 데니즐리가 고원에 있어서 그런지 언덕 위의 원형극장에서 바라본 전망은 이번 여행 중에 둘러본 중에서 단연 최고 였다.


그리고 이 멀리까지 온 또다른 이유는 허물어진 도시의 폐허 속에서 즐기는 온천 이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봉이 김선달식 장삿속이 드러나는 곳이지만, 그냥 돌아서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이 뻔한 일이므로 그냥 그러려니 넘어간다. 언제 로마시대의 돌덩어리 위에 앉아 온천을 즐기겠나?

온천장을 나서니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1일관광 차들이 있다. 우리는 힘을 내서 다시 버스 터미널로 향해야 한다. 가장 빠른 길은 파묵갈레 석회 언덕을 통해 내려가는 것이다. 덕분에 언제 또 올지 모르는 하얀 언덕에 발을 디딜수 있으니 나쁜 선택은 아니다.

좀 벅차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다녀왔다.

Posted using PLAY STEEM https://playsteem.app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image.png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Please check my new project, STEEM.NFT. Thank you!
default.jpg

오늘도 눈 호강 합니다.
너무 멋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