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9일 달날
작가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길’ 이라는 산문을 읽었다.
나는 잡된 생각을 많이한다. 어딜 가면 눈 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건물들이 부셔져 있거나 무언가에 지탱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만약 저게 된다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웬만한 상상은 해봤다 믿었는데, 수많은 장면들 중에서 되어보지 못한게 있었다. 나는 나주에서 지리산까지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면서 다양한 터널들을 지나왔다. 긴 터널, 짧은 터널, 소리가 요상한 터널까지. 차를 타고 산이란 산들은 다 뚫고 다녔다. 김훈의 ‘길’이라는 산문을 읽기 전까진 몸에 구멍이 뻥 뚫린 산의 입장에 대해선 생각을 안해봤다. 내 몸에 구멍을 뚫고 시멘트로 상처가 아물지 않게 막아 놓고, 아스팔트를 깔아 차들이 쌩쌩 지나간다면 어떨까. 되게 오묘할 것 같다. 내 희생으로 사람들은 편리하게 갈 수 있겠지만, 내 몸에 마음대로 구멍을 뚫어 놓은 건 화가 날거다. 편리를 위해서 희생시킨다는 건 잔인하고도 무섭다. 모순이지만 나도, 많은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
나는 산문을 읽고 1980년대의 산의 모습과 2000년대의 산의 모습을 증명사진처럼 표현했다. 터널이 없던 1980년대에 산은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화장이나 악세사리들로 자신의 모습을 자유롭게 꾸민 모습을 볼 수 있다. 20년이 지나고 2000년대의 산은 사람들에게서 강제로 자신의 모습을 뺏겨 개성을 잃었다. 교정기가 끼워져 있는 이빨은 터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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