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美味)-찰나(刹那,ksana)

in pati •  6 years ago  (edited)

2018년 11월 2일 쇠날

제 2회 미미 모임의 주제는 동물이다. 자신의 띠를 가지고 작업했다.내가 태어난 해인 2000년은 경신년으로 백룡의 해다. 20세기의 마지막이자 새 천년의 시작을 알린다.

스승 몽피께선 내 블로그에 올린 미미모임 작업글을 보시고, ‘찰나(刹那)[찰라]’에 대해 공부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구글에 ‘찰나’를 치고 여러 글들을 찾아봤다. 찰나는 불교용어로 나오는데 아주 짧은 시간을 말한다. 1찰나는 75분의 1초(0.013초)에 해당한다. 무한과 가까운 ‘겁’에서 우리의 인생은 ‘찰나’다. ‘겁(劫)’은 불교용어로 매우 긴 시간이다. 예를 들자면, “둘레가 사방 16km나 되는 바위를 백년마다 한 번씩 선녀가 내려와 입고 있던 엷은 옷으로 스칠 때, 마침내 그 바위 가 닳아 없어지는 기간보다 더 긴 기간” 의 반석겁(磐石劫)과 “사방 16km의 성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백년마다 한 알 씩 집어내어 그 겨자씨가 다 없어지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 겨자겁(芥子劫) 이라고 말한다. 겁은 영원의 시간인 영겁(永劫)으로 많이 쓰인다. 나는 찰나를 공부하며, ‘띠’를 생각했다. 띠는 내가 태어난 해를 말한다. 찰나를 공부하기 전까진, 용을 직접 재활용품들로 만들어 그 해에 일어난 일들을 용의 비늘에 그림으로 그려보려고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겁에서 우리의 인생은 찰나’인 것처럼 그 해에 일어난 일들 만을 가지고 작업하는 건 무의미해졌다고 생각됐다. 나는 찰나를 표현하기 위해 손가락을 튀기는 손짓을 택했다. 마침 용의 발가락이 5개라 어렵지 않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나의 손가락을 튀기려고 하는 바로 직전의 찰나를 사진으로 찍었다. 힘이 잔뜩 들어가있는 발가락을 원했다. 집에서 계란을 먹고 남은 텅 빈 계란판 2개를 가지고 발가락을 만들었다. 용의 발은 새와 비슷한 발가락에 매의 발톱, 호랑이의 주먹을 가지고 있다. 새의 발을 잘 흉내낼 수 있는 재활용품은 계란판이라고 생각됐다. 사실 전부터 계란판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긴 했다. 재활용품을 택한 건, 그저 새로운 무언가를 사서 만드는 것보단 집에 보이는 것들을 가지고 작업물을 만들어보는 게 더 재미있어서 선택했다. 이번에 그림말고 조형물로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이소에서 산 천 원짜리 글루건을 억지로 짜내며 계란판 발가락 관절을 찢고 붙였다. 발가락 윗부분은 계란 다리를 감싸는 부분을 썼고, 아랫 부분은 계란 머리를 감싸는 부분을 썼다. 내가 산 계란판에는 신기하게도 뚜껑 뿐만 아니라 머리를 덮는 판도 따로 있었다. 내가 아는 계란판 밑부분만 있고 플라스틱 뚜껑으로 덮혀진 것과는 많이 달랐다. 발톱은 매 발톱으로, 페트병 입구와 가까운 휘어진 부분을 잘라냈다. 페트병 한 개에 총 4개의 발톱을 만들 수 있다. 뜨겁게 달궈진 쇠로 된 글루건 입으로 녹여 더욱 휘어지게 만들었다. 검은 종이테이프로 테프병 발톱을 감쌌다. 발가락 앞쪽에 발톱을 달았다. 용의 발바닥은 계란 뚜껑을 반으로 잘라 두 개를 겹쳐 상자형식으로 만들었다. 호랑이 주먹의 폭신한 느낌을 주기위해 뽁뽁이로 감싸고 흰 색 아크릴을 칠했다. 발가락들을 사진과 최대한 비슷한 생김새로 붙이고 말린 발바닥을 붙였다. 다시 발바닥 윗부분에 딱딱한 계란판 뚜껑을 덮었다. 다음으로 종이상자를 오려 만든 동그라미에 페트병 입구만 잘라 붙였다. 지지대를 만들었다. 발바닥 밑에 구멍을 뚫어 나무 젓가락을 꽂은 뒤, 페트병 입구멍에 세워 붙였다. 이를 가려줄 발목을 만들어주기 위해 종이상자를 높이에 맞게 잘라 감쌌다. 붙이고 보니 글루건 심이 아슬아슬하게 남았다. 완성된 발목에 흰 종이 테이프를 붙였다. 심심한 감이 있어 검은 종이 테이프를 얇게 잘라 발가락의 주름과 발윗바닥의 비늘을 만들었다. 훨 나아졌다. 이를 끝으로 백룡의 발이 완성됐다. 어찌보면 백룡이라서 다행이었다. 아크릴물감으로 칠하지 않아도 되어 작업시간이 줄었다.

발가락의 관절들이 잘 표현되어 좋았지만, 아쉬운 점은 발바닥이다. 좀 더 둥그렇게 만들어졌으면 한다. 각 진 네모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부분도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길고 지루한 저의 작업과정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업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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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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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작품활동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