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이어서)
다음은 탈네모꼴 글자 작업입니다.
네모꼴은 글자의 초,중,종성이 사각형 틀에 맞도록 배치된 글꼴입니다.
그래서 모양이 달라집니다. 예시에서 ㅁ과 ㅏ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탈네모꼴은 사각형 틀 없이 고정된 모양의 초,중,종성 을 조합해 만든 글꼴입니다.
배치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네모꼴과는 달리 모양 그대로 고정된 채 배치됩니다.
예시에서 초성 ㅁ과 종성 ㅁ의 모양이 같고, 종성유무와 상관없이 ㅏ의 모양이 같습니다.
탈네모꼴은 초,중,종성을 조합한다는 한글창제의 원리를 이어받고 있습니다.
먼저 만들었던 네모꼴 글자를 탈네모꼴에 맞게 다시, 완전히 다듬었습니다.
초성과 종성 따로 만들 필요 없어 조금은 수월했습니다.
그 후 간격을 일정하게 맞춰 조합했습니다.
글자가 추가되면서 모양을 수정했습니다.
글자 위 끝을 똑같이 맞추고, 초성+중성 / 초성+중성+종성 에 따른 길이를 정합니다. 그 안에서 간격은 일정하게 맞춰집니다.
네모꼴은 돌을 조금씩 깨뜨려 조각을 해가는 느낌이었다면, 탈네모꼴은 마치 블록 쌓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뭘하든,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아예 시작하질 못했습니다. 아니, 안했습니다.
실수를 두려워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이게 아닌데...' 싶어도, 놓지 못했습니다. 포기하면, 왠지 그대로 망해버리는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타이포그라피는 낯설고, 어려운 분야였습니다. 다가가기 어려운, 그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있던 폰트를 쓰거나 직접 캘리그라피를 쓰는 게 다였습니다. 이는 작업을 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작업을 하는 중에도 계속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사실 시작하기 전부터 '뭘 해야하지?' 막막했고, 평소였다면 멍하니 있으면서
'이런 날 스승께서 발견해주셨으면' 바라고만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습니다.
작업 초반 막막해서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을 때, 스승께서 일단 해봐라, 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닌 것 같을 땐 과감히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라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단 시작해보았습니다.
실제로 잘못 이해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어가는 데 무리 없었습니다. 고치면 됐기 때문입니다.
하다가 마음에 안 들었을 땐 완전히 엎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좀 촉박하긴 했지만, 덕분에 '고소한 누룽지 참 맛있다'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잘못된 것은 고치면 그만이고, 아닌 것 같다 싶으면 다시 하면 되는 것인데. 난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이번 작업을 통해 이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너무 많은 걸음이 남았지만, 그래도 이번 걸음을 시작으로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