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아픔 딛고 간식전문점 영업담당 상무가 된 봄이

"매출 보고받고 계신 조이전무, 봄상무님"

주인에게 버려진 뒤 털이 덥수룩한 채 거리에서 발견됐던 강아지가 수제간식전문점의 영업담당 상무로 채용됐다고 합니다.

작년 12월 인천 구월동에 문을 연 반려동물수제간식전문점 냠냠(www.냠냠.net). 이곳에는 조이 전무님과 봄 상무님 임원 두 분(?)이 계신다고 합니다.

태국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는 포메라니안 조이 전무님은 모델과 함께 대외협력을, 시츄 봄 상무님은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네요.

이제 시작 단계인 간식전문점에 거창하게 임원(?)을 둘씩이나 둔 이유는 뭘까요. 봄 상무님이 난데없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서라는군요.

그날은 발렌타인데이였던 지난 2월14일이었습니다.

봄상무가 처음 가게에 온 날. 털은 정리가 안 돼 있었고 엉켜 있었다.

가게에 종종 들르던 손님이 인근 구월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봄이를 데려와 주인을 찾아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봄이는 산에서 꽤 지냈는지 아니면 집을 나올 때부터 그랬는지 길게 자란 털이 지저분하게 엉켜 있던 상태였습니다.

산도적? 혹은 노숙인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죠.

하지만 아주 품의있게 행동했는데요. 아마도 갑작스레 신상에 변동이 생긴 듯했습니다.

냠냠의 사장님은 급한 대로 무거운 털옷을 벗기고, 따뜻한 물로 목욕도 시켜줬습니다. 그리곤 미용을 시키고 주인찾기에도 나섰습니다.

다행히 칩이 있었는데 2015년 4월생이고 이름은 토니였습니다. 원 동물등록지는 대전이었고 인천으로 주인이 이사를 온 듯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수소문해서 주인을 찾았지만 주인은 연락처가 바뀌어 연락이 안됐습니다. 주소지로 찾아가봐도 이미
이사를 한 상태였습니다. 주인찾기는 더는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냠냠의 사장님. 처음에는 다른 이에게 입양을 보내려 했지만 한 번 아픈 경험을 했고, 가게 안에서도 축처져 있는 모습을 보고 그냥 키우기로 했습니다.

처음 모습과 한 달 여 뒤의 봄이. 인상이 많이 밝아졌다.

지나고 보니 봄이가 온 날도 특별했고, 가게를 준비하면서 만든 홍보 그림에는 봄이가 올 것을 예견했는지 우연하게도 시츄 캐릭터가 들어가 있기도 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동물등록을 다시 하고 이름도 토니에서 봄이로 개명했습니다. 이제 완전히 봄이가 된 것이죠.

봄이는 짧은 시간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사원(?) 직급을 줘서 그런지 삐져서 잘 움직이지도 않더니 상무로 승진을 시켜줬더니 책임감을 갖고 찾아온 손님들을 반갑게 접대한다고 하네요. ^^ 아마 사장님 덕분이겠죠.

"불독 손님, 뭘 찾으세요?"

어떤 성격이나 덩치의 강아지 손님이 와도 머뭇하는 기색이 없다고 합니다.

얼굴도 무척이나 밝아졌다고 합니다. 이제는 가끔 성과를 놓고 조이 전무님에게 대들기도 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답니다.

먹성 좋고 사람을 참 좋아하는 시츄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듯하네요.

"난 비밀번호를 몰라. 열어줄 수가 없단다."

그래도 아직까지 옛 주인에 대한 추억은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사장님은 얼마 전 봄이가 발견됐던 장소엘 데리고 가봤습니다.

굳게 닫혀 있는 아파트 공용현관 앞에서 한동안 떠날 줄을 모르는 봄이. 아마도 전에는 아파트에서 살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도넛 장난감을 한 시간째.."제품 내구성 테스트중이라고!"

사장님은 "처음 봄이의 모습을 봤을 때 가슴이 데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봄이가 옛 기억을 빨리 잊을 수 있도록 새로운 즐거운 기억들을 마구마구 만들어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봄 상무님! 이제 옛 직장은 잊으세요! 빨리 택배 주문서 처리해 주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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