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지키스탄에서 만난 소년 >
타지키스탄을 다녀온 지 벌써 3년이 되어 간다. 여행을 하는 기간에도 타지키스탄은 여행목록에 없던 나라였다. 인도에서 이란으로 넘어가기 전에 경유지로 정했던 곳인데 그곳의 매력에 빠져서 약 1달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수도 두샨베에서 며칠을 보낸 후 '세상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파미르 고원을 가기위해 전초기지 격인 호록에 머무르게 되었다.
마을 전체적인 느낌은... 음... 추운 날씨 때문인지 시멘트 벽이 조금 잘 어울렸고, 한 낮의 햇빛이 호록을 가로지르는 강을 살랑거리게 하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눈이 작은 이방인인 나에게 인사를 건네주었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분명 동양인을 처음보는 것은 아닐테지만 커다란 카메라를 손에 들고 다니는 키다리 아저씨는 처음 보아서 그런 것 같았다. 호록에서 시간을 보낸지 3일 정도 지났을까? 길을 걷는데 한 소년이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 Hello~"
" Hello, Good to see you."
그의 인사에 부족한 영어로 답을 했지만 그는 웃으면서 손짓을 할 뿐이었다. 내가 웃으면서 쳐다보자. 그는
" Home! My home!"
이라 하면서 강 건너 언덕위의 건물을 가르켰다. 아마도 자신의 집에 초대를 하고 싶었나 보다. 그의 의도를 확실히 알고 싶었던 나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고 다시 소년이 가르키고 있는 집을 가리키면서 살짝 끝을 올려 말했다.
" Do you want to go your house with me?"
나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던 작은 친구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이내 나의 손을 잡더니 성큼성큼 길을 앞섰다. 아이가 초대하기도 하였고 타지키스탄의 풍습을 조금 알고 있었기에 나는 몸에 힘을 뺀채 아이가 이끄는 곳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의 집으로 가는 10분동안 아이는 끊임없이 무엇인가 를 말하려고 했다. 소년이 내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략적으로 유추해 보면...
' 집에 누나가 있어. 그녀는 영어를 잘해. 집에 초대하고 싶어.'
이정도 같았다.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아서 나는 아이에게 'Okay' 이라 웃으며 대답을 할 뿐이었다. 조금은 복잡할 수 있는 골목을 지나서 대문 밖으로 있는 힘껏 뛰어오르는 짖는 개의 시선을 회피하며 그의 집에 도착했다. 대문을 들어서자 마자 그는 큰소리로 누군가를 부르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워낙 후다닥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나는 따라 들어갈 타이밍을 놓쳐버려 마당에 멀쭉거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몇분이 지나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자 학생이 나오면서 나에게 인사를 했다. 소년보다는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듣기가 편한 것을 보아하니 그리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아 보였다. 그녀는 내게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 Come~"
이라고 짧게 말할 뿐이었다. 사실 타지키스탄은 이슬람을 대부분 믿고 있어서 집에 남자를 초대하면 그 집의 남자들이 맞이하게 되는 데, 동생의 아우성에 낯선 이방인을 맞이하게 된것이 영 익숙하지 않은 듯 싶었다. 나는그녀의 안내에 따라 조심스럽게 집안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아이의 엄마와 할머니로 보이는 여성들이 자리에 앉아 빵을 빚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며 인사를 하니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하던일들을 계속했다. 나는 소년의 누나가 안내한 자리에 앉았고, 소년은 버터를 띄운 블랙티와 집에서 만든 구운 빵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마주 앉아서 손으로 먹는 시늉을 한다. 점심을 먹지 않았기도 했고 타지키스탄에서는 꽤나 익숙한 경험이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최대한 맛있게 먹었다.
이방인이 빵을 손으로 찢어서 차에 찍어먹는 모습이 신기한지 방안의 세 여성과 소년은 내가 음식을 먹는 내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음식을 어느 정도 먹자. 소년은 옆에 누나를 앉히고는 내게 누나를 통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름이 무엇인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등의 간단한 호구조사 후에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영어 교사가 되고 싶어 여행객들에게 말을 걸지만 영어가 부족해서 항상 누나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영어책을 보여주었는데 그림과 간단한 단어, 그리고 단어를 쓰면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책이었다. 얼마나 힘을 들여 썼는지 연필 자국이 오돌토돌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엄지를 올리면서 칭찬을 하자 소년은 활짝 웃으며 몸을 살짝 배배 꼬았다. 순수한 아이었다. 그 후 살짝 정적이 흘렀는데 그건 아마 소년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하였고 소년의 누나와 나의 영어실력의 부족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휴대폰을 꺼내어 아이에게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짧은 감탄과 함께 연신 사진을 넘기던 소년이 집안의 여성들을 가리키며
" Photo!! Photo!!"
라며 외쳤다. 동생의 철 없는 소리를 들은 소년의 누나는 손사래를 쳤고 소년의 엄마와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렸다. 그도 그럴것이 아무리 개방적인 타지키스탄의 이슬람이지만 선은 있어서, 처음 보는 이방인 남자에게 가족의 여성 전부가 사진을 찍히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인 것이었다. 아쉬워하며 엄마를 조르는 소년에게 나는
" I think it's better taking a picture of you."
라고 말했고, 그 소리를 알아 들은 누나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인사하며 동생을 끌어다 내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소년은 처음에 엄마와 누나를 몇 벚 쳐다보더니 그리 싫지는 않은지 창가에 가서 포즈를 취했다. 그곳에서 찍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 사진을 보정 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소년의 눈이 불편한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에서는 흔들림이 없었다.
세상을 보는 깊은 통찰력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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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별말씀을요. 제가 글재주가 별로 없어서 부끄러울 뿐이에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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