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 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강뚝에 여행자로 보이는 여인이 한가로이 책을 읽으며 앉아 있었습니다. 얼마 후 행상인으로 보이는 비슷한 또래의 캄보디아 현지 여성이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그 앞을 무심하게 지나쳐 갔습니다.
순간 저는 그림이 나오겠다 싶어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들고 연달아 셔터를 눌렀습니다. 워낙 순식간의 상황에서 급히 찍은 사진이라 구도니 노출이니 헤아릴 여유도 없었지만 다행히 괜찮은 장면을 이렇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치열한 노동의 현장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화로운 여가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저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은 피사체로 다가오기도 하네요. 그래서 이 사진에는 <노동과 여가가 교차하는 공간>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사진에 찍힌 이 순간 이후 두 주인공의 생활에 대해 상상해 봤습니다. 한가로이 며칠 간의 휴가를 즐기던 여행자는 아마 집으로 돌아간 후 다시 자신의 일터에서 치열한 노동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퇴약볕 아래 힘겹게 물건을 팔던 캄보디아 행상인은 해가 저물면 타인의 휴가지보다 훨씬 더 편안한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가 피곤한 몸을 누이고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갖게 되겠죠. 어쩌면 우리 모두의 하루하루가 이렇게 노동과 여가가 교차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