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 물건을 살 때 휴대폰을 한 손에 쥐고있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바로 Imperial unit(야드파운드법)을 Metric system(미터법)으로 환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대 후반,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에 한복을 입혀놓고 정치인이랑 주절거리는 마당에 이런 작은 불편함의 존재가 참 답답하다. 또 어떤 의미에서 거대하기도 하다.
미국에 Metric System이 제 때 전해지지 않은 것은 바로 ‘대해적시대’의 산물이다. 18세기 후반, 권세있는 자연과학자 Dombey 씨는 품속에 고귀한 막대기와 구리 실린더를 넣고 배에 올랐다. 이 막대기는 정확히 1m 짜리였고 구리 실린더는 딱 1kg 짜리로, 토마스 제퍼슨에게 ‘이제부턴 Metric System의 시대입니다. Meteric System을 씁시다!’ 라고, 거만한 프랑스사람 답게 권하러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의 원대한 계획은 폭풍우를 만나 한번 무참히 꺾인데다 영국 해적을 만나는 바람에 제퍼슨에게 말 한마디 꺼낼 수조차 없게 되었다. (프랑스국적선+부유한 탑승객 조합때문에 정말 호되게 당한 모양이다) 그렇게 미국은 Metric System이 뭔지도 모른채 영국식 야드파운드법을 계속 사용하게 되었고 프랑스에서 부랴부랴 다음 타자를 보냈을 때는 이미 미국정부의 관심이 싸게 식어버린 뒤였다. 정확히 1m짜리 막대기와 정확히 1kg짜리 구리 실린더가 대서양 어딘가에 가라앉은 것 처럼.
지금 내가 겪는 작은 현상들은 전부 과거에서 온 것이다. 각각의 현상들에 달린 낚시줄을 잡고 따라가다 보면 오늘 알게된 이 사실처럼 엄청나게 거대한 덩어리가 연결돼있을 수 있다.
나는 가끔 이 거대함에 무력함을 느낀다.
우리의 현재는 얼마나 무거운 덩어리들을 매달고 나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