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샘 or 변기

in poem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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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를 끌어안고 울어본 이는  알 것이다.

뒤샹, 그의 마음을.



구토,

눈물 콧물 위액을 전부,

전부 다 받아내는 

그 기특한 물건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내가, 나조차도

나를 받아들일 수 없어

만취할 수 밖에 없어

천번쯤 

내장을 뒤집어

구토에 구토를 반복할 때 

내곁에 변기가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변기가.



천번

아니

백번

아니

열번이라도

나를 그토록 받아준 존재가 있다면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아직 

단 한번도 

내 입에서 내뱉어지지 않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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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tain, Marcel Duch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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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감성이 메말라서인지... 변기를 보고 시를 쓸수 있는 능력이 너무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예전 변*님을 끌어안고 통곡하던 생각이 나서심히 괴롭네요 :)

@harryji님도 경험 있으시군요ㅎ
괴롭고도 씁씁한 기억이지만
그랬던 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겠죠.

맞네요.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 변기가 내 곁에 있었네요.

숨어서 울기도 좋죠.
그 녀석의 울음소리에 묻히니까요.

으아....가슴 파고드는 한마디입니다.ㅠㅠ

제 똥꼬가 좋아하고, 허여멀건 뇌덩어리가 큰 숨으로 잠시 쉬는 곳~~

적나라한 단어 좋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