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닦

in poem •  8 years ago  (edited)

10년, 아니 사실은 

정확히 기억 못해. 

내 나이도 헛갈리는데 뭐

10년 남짓 전, 꼬질 꼬질 

태어나 한번도 씻지 못해

냄새나는 널 우린 씻기곤

사료가 없어 멋도 모르고

우유를 먹였지. 

설사를 해대며

넌 축늘어졌지만

다 견뎌내고 잘 살았는데

오늘 넌 죽었다고 전화가 왔다. 

10년 남짓, 생일도 모르고

우리랑 살았는데 행복했니?

사람이고 동물이고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던데

넌 정말 못만난거 같다. 좋은 주인

눈 콧구명에서 고름이 새어나온다고

건들며뉴아파한다고

힘들어 한다고 해도

난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두려웠어. 그런 널 보는게

아파하는 널

그리고 아프게 놔둔 우리

원망스러웠지만

할 수 있는게 없었지. 

니가 죽었단 말을 듣고

퇴근길 버스 안에서 눈물을 삼키며

이 따위 글을 쓰는것 말고는

처음 만나 손바닦 위에서 

널 씻겼고

마지막은

손바닦으로 기억한다. 

미안, 그리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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