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아니 사실은
정확히 기억 못해.
내 나이도 헛갈리는데 뭐
10년 남짓 전, 꼬질 꼬질
태어나 한번도 씻지 못해
냄새나는 널 우린 씻기곤
사료가 없어 멋도 모르고
우유를 먹였지.
설사를 해대며
넌 축늘어졌지만
다 견뎌내고 잘 살았는데
오늘 넌 죽었다고 전화가 왔다.
10년 남짓, 생일도 모르고
우리랑 살았는데 행복했니?
사람이고 동물이고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던데
넌 정말 못만난거 같다. 좋은 주인
눈 콧구명에서 고름이 새어나온다고
건들며뉴아파한다고
힘들어 한다고 해도
난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두려웠어. 그런 널 보는게
아파하는 널
그리고 아프게 놔둔 우리
원망스러웠지만
할 수 있는게 없었지.
니가 죽었단 말을 듣고
퇴근길 버스 안에서 눈물을 삼키며
이 따위 글을 쓰는것 말고는
처음 만나 손바닦 위에서
널 씻겼고
마지막은
손바닦으로 기억한다.
미안, 그리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