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퇴장 선거

in politic •  6 years ago  (edited)

먼저 예측: 이번 선거의 역사적/정치사적 함의
 
2018년은 훗날 2016년의 최순실 게이트, 2017년의 정권교체 이상으로 역사적 연도로 자리잡을 것 같다. 한국의 냉전체제가 해소된 해, 혹은 해소되기 시작한 해로 남게 될 것 같다. 나중에 후세 사람들이 책으로 볼 때엔, 그처럼 역사적인 순간을 살았던 우리가, 이 뻔한 사건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는 데에 놀랄지도 모른다.
 
그 정도 규모의 사건은 아니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2018년 지방선거의 의미도 비슷하다. 너무 당연한, 그런데 엄청난 결과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이 이미 그걸 알지만, 한편으로는 꽤 많은 사람들이 그게 확실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바로 이번이 한국당 퇴장 선거가 될 거란 사실 말이다. 보통의 지방선거는 이처럼 거창한 중앙정치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이니 물론 그 퇴장은 반지의 제왕 사우론의 바랏두르 탑이 무너지듯 한 번에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마도 2018년 지방선거 결과에서부터 2020년 총선 직전 국면까지 그 과정이 전개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실상 지금까지의 존재감에 비한다면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2016년에서부터 2020년까지의 일련의 기간이 후세엔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고, 그중 가장 큰 사건으론 그 한복판인 2018년의 냉전질서 해체가 메인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의 시간은,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 한국의 정치권력을 교체함을 넘어 한국이 처한 국제정치학적 질곡을 극복해낸 아름답고 위대한 순간으로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감상법1: 수도권-강원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결과
 
물론 이 예측에야 희망이 섞인 부분이 있다. 제발 그랬으면 바라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내친 김에 감상법을 두 개 정도 제시해본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저 예측에 부합하는지 안 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척도는 무엇이 될까?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는 그 척도가 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의 광역자치단체는 다소 결과지표가 되기에 민망한 제주도와 세종시까지 합쳐서 17개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중에서 현상유지인 6개를 방어선으로 설정했다.

상당히 치사하게 설정된 목표이긴 하나, 물론 달성이 어렵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충격적인 숫자가 나오지는 않는다. 대구-경북까지 2군데에선 그래도 이길 수 있고, 부산-울산-경남을 통으로 다 넘겨주지 않는다면 홍준표 대표 목표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한 숫자가 나오는 착시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전체 지방선거 결과의 함의는 전혀 다를 것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 광역의원, 기초의원 결과의 함의가 다를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2006년 열린우리당 참패의 사례에서 보듯이 양당제에서 한축으로 기울어질 경우 지지율만큼의 의석수를 배분하는 비례대표 체제가 매우 약하다. 쏠림 현상이 생각 이상으로 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숫자는 225석 정도인 것으로 안다. 이 결과의 쏠림도 극적이겠지만, 다른 방식의 척도도 있다. 기존의 지역구도에서 자유로운 중부지역, 수도권-강원지역의 향방을 보는 곳이다.
 
서울이 25개구청장, 인천이 8개 구청장과 2개 군수, 경기도가 31개 시군, 강원도가 18개 시군인 것으로 안다. 합치면 84개 정도다. 여기엔 기존에 한국당 강세지역이었던 곳도 상당히 섞여 있다. 경기북부와 강원도가 특히 그랬다. 어떻게 될까.
 
민주당은 아마도 과장 보태 전승을 목표로 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리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70대 14 정도가 나온다면? 한국당이 더 이상 양당제의 한축이라 생각될 수 있을까? 대구 경북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물론 이곳도 이제 더 이상 확실하지는 않다) 숫자가 합산되지 않은 값으로 보면 각 지역의 한국당 정치인과 당협이 선거 결과를 보며 느낄 공포감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감상법2: 한국당 출신 민주당 출마 후보
 
이런 결과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를 미리 예측한 이들이 없을 리 없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특히 많이 보이는 현상이 과거 한국당 출신 민주당 출마 후보가 많다는 것이다. 정의당 등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있는 정당들은 이 현상을 두고 민주당을 비판할 것이다. 이도 자연스럽다. 그들은 민주당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는 비판을 해서 자신의 지지층을 늘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현상이 벌어진 이유 역시 이번 선거가 ‘한국당 퇴장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넘어오는 이들은 기존의 철새와는 성격이 다르다.
 
예를 들자면 과거 미국과 소련처럼 대등한 양강대국이 있을 때 이문을 취하기 위해 오며가며 하며 원조받는 이들이 아니다. 나라가 기우는 시점에 그걸 빨리 알아차리고 이탈하는 이들이다. 이런 이들은 민심을 잘 읽거나, 애초 한국당 사람치고는 민주당 지향에 비슷했던 이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실제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선 굳이 이들이나 이들을 받아준 민주당을 탓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선거 결과에서 ‘한국당 퇴장’이란 역사적 순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한다. 선거 결과로 그들은 치명적인 멸망의 길로 보여줬음을 시퍼런 전국 개표 지도로 눈으로 보여줘야 한다. 선거 전에 똘똘한 놈이 탈당하고, 선거 후엔 서로 먼저 도망가느라 서로를 밟으며 비명 지르는 아수라장의 광경을 반드시 연출해야만 한다.
 
   
곧 볼 거라는 합리적 기대를 했지만, 살아 생전 볼 수는 있을까 회의도 했던 그 과업이 이루어지기 직전이다. 보름 밖에 안 남았다. 이번에 확실하게 하는 게 모두에게 이득일 것이다. 무리한 비판, 급한 비판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민주당은 잘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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