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란 뭔가

in politics •  7 years ago  (edited)

2015년 11월 16일

IS(Islamic State)는 도대체 뭔데 자꾸만 외국인들을 인질로 삼고, 참수 동영상을 뿌리고, 파리 같은 도시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는 건가. 이름이 이슬람국가를 뜻하는 것 같던데, 새 나라를 세우겠다는 사람들이 저렇게 막 나가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먼저 IS 이전에 가장 유명했던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는 서방세력을 중동에서 축출하는 게 목적이고, 그를 위해서 서방세계를 직접 공격하는 게 주된 활동이며, 점조직으로 이뤄져 있고 지하조직이기 때문에 미국이 14년째 싸우고 있지만 아직도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많이 속해있지만, 아랍민족주의의 성격도 가지고 있고, 세속적인 정치 권력을 다룬다. 서방세력과 이스라엘만 중동에서 몰아내면 그만인 것이다.

반면 IS는 원래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로 존재하던 조직이 독립해서 만든 단체다. 독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와하비주의/살라피주의)들이자 이슬람 종말론자들이라는 점이었다. 꾸란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이들은 꾸란에 나온 대로 칼리파(이슬람에서 교황 같은 존재)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은 무슬림들은 절대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믿고 있고, 천 년 가까이 제대로 된 칼리파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들은 비아랍 칼리파였던 오스만투르크 칼리파들을 인정하지 않는다)이야말로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봤다. 알-카에다 지도부에 칼리파 제도를 복원하라는 요구를 했으나, 무시당하고 결국 독립하게 된 것이다.

칼리파 제도를 복원하려면 먼저 영토가 필요했다. 꾸란에 따르면 칼리파는 종교적 수장뿐 아니라 이슬람의 세속적 권력의 중심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IS의 지도자인 알-바그다디가 이라크와 시리아의 여러 도시를 점령하자마자 한 게 이제 자신이 칼리파이고 IS는 칼리파 국가라는 선언이다. 이 선언은 굉장한 결과를 가져왔는데, 전 세계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단체들이 IS에 충성서약을 하고 IS 점령 지역으로 집결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알-카에다보다 세력이 커지게 된 것이다. 꾸란에 모든 무슬림은 칼리파에게 충성을 서약해야 하고, 칼리파가 다스리는 지역으로 하루빨리 이사를 가야 한다고 쓰여있다. 물론 신약성서에 재산을 모두 포기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예수가 말했다고 여러번 강조해서 나와도 기독교인들이 그 부분은 무시하듯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그 부분은 무시하고 넘어간다.

이쯤 되면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를 세우는 게 IS의 목표인가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슬람 국가 건국은 이들 목표의 부산물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에서는 국가나 영토의 개념이 없다. 그냥 전 세계가 점령한 땅과 아직 점령하지 못한 땅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신에게서 권력을 받은 칼리파 외에 그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 외교를 하거나 할 수도 없고, 따라서 UN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신생국으로서의 존재를 인정을 받거나 요구할 수도 없다.

이들의 진정한 목표는 세속적 권력이나 영토의 안정이 아닌, 이슬람 종말주의의 실현이다. 실제로 IS의 이맘들과 칼리파도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고, 실제 하는 짓을 봐도 알 수 있다. 이슬람 종말주의의 실현이 목표고, 이슬람이 처음 생겨서 비이슬람 세력들을 상대로 싸워 살아남아야 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꾸란의 규율들의 극단적인 실천이 수단인 이들에게, 모든 비무슬림들은 점령해서 노예로 삼거나 이도교세금을 물려야 할 대상이고, 칼리파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시아파는 물론, 자신들과 같은 수니파 무슬림들 중에서도 칼리파에게 충성 서약을 하지 않거나 극단적인 꾸란의 해석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잡아서 이단으로 공개 처형하는 게 신의 뜻이라고 믿고 있다. 극소수의 자신들 외에 모든 이를 적으로 삼고 있다. 새 이슬람 국가를 세워서 잘 꾸려나가는 게 목표였다면 이렇게 미친 방식으로 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이슬람 종말주의는 기독교의 종말주의와 매우 흡사하다. 꾸란의 예언에 따르면 때가 되면 이슬람의 군대와 로마의 군대가 다비크라는 시리아의 도시에서 결전(기독교의 아마게돈 개념)을 하게 되고, 이걸 시작으로 칼리파의 세력이 급속도로 팽창해서 이스탄불을 불태우면, 다잘이라는 이름의 적구세주(anti-messiah, 기독교의 적그리스도 개념)가 나타나서 칼리파 세력을 거의 절멸시킨다. 약 5,000명 남은 칼리파 세력은 예루살렘에서 최종항전을 하는데, 절멸 직전에 예수(이슬람에서는 예수가 선지자 무하마드 다음으로 중요한 선지자다)가 재림해서 다잘을 물리치고 이들을 구원한다. 그 다음은 세상의 종말이 오고, 자신들이 천국에 간다는 시나리오다.
IS는 이 종말주의의 신봉자들이기 때문에 전략적 가치가 없는 다비크를 점령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지금은 유럽과 미국으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전쟁을 선포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 중이다. 다비크에서 결전을 벌이기 위해서. 이들에게는 사실 중동지역과 터키 지역 이외의 지역은 안중에도 없고, 미국과 유럽이 자신들을 공격해서 자신들이 지더라도 상관이 없다. 어차피 예언에 나오는 종말까지만 가면 되는데, 그를 위해서는 이겨도 되고 져도 상관없이 서구세력과 전쟁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말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시리아 이라크 지역 함락전쟁에서 미군이 목격됐다는 뉴스가 돌자 IS 홍보 트위터 계정들은 미친 듯이 자신들의 성공을 축하했다. 나중엔 근거 없는 뉴스로 판명됐지만.

이번에 파리에서 저지른 테러로 인해 프랑스가 IS에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군대를 파견할 가능성이 커졌다. IS도 아마 그걸 바라고 저지른 테러였을 것이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이 IS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 IS는 이슬람 종말주의의 예언이 이루어졌다고 광고할 것이고, 전 세계에 더 많은 근본주의자들이 마지막 성전에 참여하기 위해 IS를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구세력의 중동 원유 착취, 신자유주의로 인한 빈곤, 무슬림들에 대한 차별 등이 지난 몇십 년간 심화되어 왔기 때문에, 마땅히 다른 희망이 없는 사회계층이 흔히 극단적인 이념에 쉽게 동화되듯이(일베 같은 존재는 양극화가 심한 국가에는 다 있는 것 같다) 극단적인 교리의 유혹에 약한 무슬림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과연 프랑스는, 서구문명은, IS가 벌려놓은 판에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더 현명한 대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참고 -
http://www.theatlantic.com/magazine/archive/2015/03/what-isis-really-wants/384980/?utm_source=SFFB
http://www.huffingtonpost.com/2013/02/07/muslim-views-of-the-apocalypse_n_2635839.html
http://www.telegraph.co.uk/news/worldnews/middleeast/iraq/10956280/Inside-the-leadership-of-Islamic-State-how-the-new-caliphate-is-run.html
http://www.longwarjournal.org/archives/2014/06/isis_announces_formation_of_ca.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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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위험성...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군요;;

종교가 세속의 권력까지 쥘때 엄청난 재앙이 올 수 있죠. 종교에 바탕한 국가권력은 거의 항상 위험.

Hey @unattached, great post! I enjoyed your content. Keep up the good work! It's always nice to see good content here on Steemit! Che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