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북스 전자책 폴리애나 1] 14장. 젤리에 관한 이야기

in pollyanna •  7 years ago 

14장. 젤리에 관한 이야기 


펜들턴이 사고를 당한 그날 밤, 폴리애나는 저녁 식사 시간에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꾸중을 듣지는 않았다. 


낸시가 문에서 그녀를 맞이해 주었다.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벌써 6시 30분이에요!”


“알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는걸요. 정말이에요. 폴리 이모도 내가 잘못했다고 하진 않으실 거예요.” 폴리애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모는 모르실 거예요. 외출 중이시거든요.” 낸시가 크게 안심하며 말했다.


“외출하셨다고요! 저 때문에 나가신 건 아니겠죠?” 그 순간 폴리애나의 머릿속에는 그날 아침 달갑지 않은 지미 빈이나 고양이, 개에 대한 일, 이모가 싫어하는 ‘기쁨’이라는 말, 해서는 안 되는 ‘아빠’ 이야기 등이 마음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던 여러 가지 후회스러운 일들이 생각났다. “이런, 저 때문에 나가신 건가요?” 


“그럴 리가요.” 낸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보스턴에 있는 사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 거기 가셨어요. 아가씨가 오후에 나가자마자 전보가 왔거든요. 사흘 동안 돌아오지 않으실 거예요. 정말 기뻐할 일이죠. 아가씨랑 저랑 둘이 이 저택에 있는 거예요. 사흘 내내요!”


폴리애나가 충격을 받은 듯 쳐다보았다.


“기쁘다니요, 낸시.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기쁘다는 게 아니고요, 제 말은….” 낸시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이 놀이를 가르쳐 준 건 아가씨잖아요.” 낸시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폴리애나가 이마를 찡그렸다. 


“어쩔 수 없잖아요, 낸시. 기뻐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는 거예요. 사람이 죽는 것도 그중 하나고요. 장례식에는 기뻐할 일이 하나도 없어요.” 


낸시가 쿡쿡 웃었다. 


“자기가 죽은 게 아니란 걸 기뻐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폴리애나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펜들턴의 사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낸시는 입을 떡 벌리고 듣고만 있었다. 


다음 날 오후, 폴리애나는 약속한 장소에서 지미 빈을 만났다. 예상한 대로 부인회가 자신보다 인도의 아이들을 선택했다는 말에 지미는 크게 실망한 눈치였다.


“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잘 모르는 것들이 항상 더 좋아 보이는 법이니까.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감자가 항상 제일 큰 것과 마찬가지지. 나도 누군가 멀리에 있는 사람이 날 생각해 주면 좋을 텐데. 인도의 누군가가 나를 바라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폴리애나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와, 정말 그래! 바로 그거야, 지미! 내가 아는 부인회에 너에 대한 편지를 쓸 거야. 인도만큼 멀지도 않아. 서부 쪽에 있는 분들이지. 하지만 충분히 멀리 있으니까 마찬가지야. 너도 한번 가보면 나처럼 생각하게 될걸!” 


지미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 그분들이 날 데려갈 거라 생각해?” 


“물론이지! 인도 아이들도 돌보는데, 뭘. 이번에는 네가 인도 아이가 되는 거야. 보고서를 쓸 수 있을 만큼 멀리 떨어져있다고 생각해. 기다려 봐. 내가 편지를 쓸게. 화이트 아주머니에게 써야겠다. 아니야, 존스 아주머니한테. 화이트 아주머니가 돈은 제일 많지만 돈을 가장 많이 내는 건 존스 아주머니거든. 생각해 보니 재미있지 않니? 어쨌든 부인회원 중에 널 데려갈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해.” 


“좋아. 난 먹여 주는 만큼 일을 한다는 말을 꼭 써야 해. 난 거지가 아니야. 아무리 부인회라도 일은 일이니까.” 그는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아직은 지금 있는 고아원에 있는 게 더 낫겠지? 답장이 올 때까지는 말이야.” 


“그렇지.” 폴리애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내가 널 찾을 수 있지. 그분들이 널 데려갈 거야. 그만큼 네가 멀리 있으니까. 폴리 이모는… 아!” 폴리애나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내가 폴리 이모의 인도 아이가 된 걸까?” 


“넌 정말 희한한 아이구나.” 지미가 활짝 웃으며 돌아섰다. 


펜들턴 숲에서의 사고가 있은 지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아침, 폴리애나가 이모에게 말했다. 


“폴리 이모, 이번 주에는 스노우 아주머니께 드릴 송아지족 젤리를 다른 사람에게 가져가면 안 될까요? 이번 한 번만요.” 


“폴리애나, 이번엔 또 무슨 일이니?” 폴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넌 정말 엉뚱한 아이야!” 


폴리애나가 약간 걱정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 


“이모, 엉뚱한 게 뭐예요? 엉뚱한 사람은 평범할 수는 없는 거죠, 그렇죠?” 


“그럴 순 없지.” 


“아, 그럼 됐어요. 전 엉뚱해서 기뻐요. 화이트 아주머니는 로손 아주머니가 너무 평범하다고 말하면서 끔찍이 싫어했거든요. 두 사람은 항상 싸웠어요. 아빠는… 그러니까 우리는 나머지 부인회원들보다 그 두 사람이 잘 지내도록 하는 데 더 애를 먹었죠.” 


“그래, 그래. 알았다.” 폴리가 약간 짜증스럽게 끼어들었다. “그렇게 길게 말할 것 없다, 폴리애나. 그리고 넌 무슨 말을 하든지 그 부인회 얘기가 꼭 나오는구나!” 


“그럴 거예요. 그분들이 저를 키워 주셨고….” 


“그만 됐다, 폴리애나. 젤리 얘기나 다시 해보렴.” 폴리가 차갑게 말을 끊으며 말했다. 


“이모가 신경 쓰실 만한 일은 아니에요. 그냥 아주머니에게도 젤리를 가져가게 해 주셨으니 이번 한 번만 아저씨에게도 가져다 드리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다리가 부러진다는 건 평생 못 쓰게 된 것과는 다르지요. 아저씬 스노우 아주머니처럼 계속 누워 있지 않을 거고, 아주머니는 한두 번 빠지더라도 이후에 계속 받으실 수 있으니까요.” 


“아저씨? 다리가 부러져? 무슨 얘기를 하는 거니, 폴리애나?”


폴리애나가 이모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표정을 풀었다. 


“아, 제가 깜박했어요. 이모는 모르시죠. 이모가 보스턴에 갔을 때 일이 터졌거든요. 제가 그날 숲에서 아저씨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아저씨 집 문을 열고 의사에게 전화를 해야 했죠. 아저씨 머리도 받쳐드렸고요. 물론 그날 집에 돌아온 후로는 아저씨를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낸시가 이번 주에 스노우 아주머니께 드릴 젤리를 만드는 걸 보자 이번 한 번만 아주머니 대신 아저씨께 그걸 가져다 드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이모, 그래도 될까요?” 


“그래, 괜찮겠지.” 폴리가 약간 지친 듯 승낙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누구니?”


“존 펜들턴 아저씨요.” 


순간 폴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설 뻔했다.


“존 펜들턴이라고!” 


“네. 낸시가 이름을 알려 줬어요. 이모도 그분을 아시겠죠?” 


폴리는 대답 대신 이렇게 물었다. 


“네가 그 사람을 안다고?”


폴리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이젠 항상 웃으면서 대화를 하지요. 겉으로만 화를 내는 거예요. 가서 젤리를 가져올게요. 낸시가 거의 끝낸 것 같더라고요.” 폴리애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방을 나섰다. 


“폴리애나, 기다려라!” 폴리의 목소리가 갑자기 매우 엄격해졌다. “생각이 바뀌었다. 그 젤리는 평소처럼 스노우 부인께 가져가는 것이 좋겠구나. 지금 가거라.”

폴리애나는 낙담했다. 


“하지만 이모, 아주머니는 계속 받으실 거잖아요. 항상 아프니까 여러 가지 많이 받으실 거예요. 하지만 아저씨는 그냥 다리가 부러진 거고 곧 나을 거예요. 지금 벌써 일주일이 지났으니까요.” 


“그래, 기억나는구나. 존 펜들턴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은 나도 들었어. 하지만 존 펜들턴에게 젤리를 보내고 싶진 않다, 폴리애나.” 


“저도 아저씨가 화를 잘 내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겉으로만 그러는 거예요. 이모도 아저씨를 싫어하시는군요. 하지만 이모가 보냈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제가 가져왔다고 할게요. 전 아저씨가 좋거든요. 아저씨에게 젤리를 가져가면 기쁠 거예요.” 


폴리가 다시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궁금한 듯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은 네가 누군지 아니?” 


폴리애나가 한숨을 쉬었다. 


“모를 거예요. 제 이름을 한 번 말해 줬는데 한 번도 부른 적은 없거든요. 단 한 번도요.” 


“네가 어디에 사는지는 알아?” 


“아니요. 그건 말한 적이 없어요.” 


“그럼 네가 내 조카라는 건 모르는구나.”


“그럴 거예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폴리는 폴리애나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그녀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폴리애나는 조바심을 내며 발을 굴렀다. 한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마침내 폴리가 꿈에서 깬 듯 말을 시작했다.


“좋아, 폴리애나. 젤리를 펜들턴에게 가져가도 좋다. 하지만 명심해. 내가 보냈다고 하면 안 돼. 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해!” 


“네, 이모. 고마워요.” 폴리애나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문 밖으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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