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북스 전자책 폴리애나 1] 20장. 더 놀라운 사실

in pollyanna •  7 years ago 

20장. 더 놀라운 사실


일요일 아침마다 폴리애나는 교회와 주일학교에 나가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에는 주로 낸시와 산책을 했다. 존 펜들턴을 방문한 토요일 다음 날 오후에 산책을 하려 했지만, 주일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차를 타고 가던 칠턴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칠턴이 말을 세우고 말했다. “집까지 데려다주마, 폴리애나. 잠시 너와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마침 너희 집으로 가던 길이란다.” 폴리애나가 그의 옆자리에 타자 칠턴이 계속 말을 이었다. “펜들턴 씨가 오늘 오후에 널 꼭 만나고 싶다는구나.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하더군.” 


폴리애나가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어요. 갈게요.” 


칠턴은 놀란 눈으로 폴리애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난 널 보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문병이 아니라 소동을 일으킨 것 같았으니까.” 


폴리애나가 웃었다. 


“아, 그건 저 때문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어디까지나 폴리 이모 때문이었죠.” 


칠턴이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네… 이모라고!” 


폴리애나가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였다.


“네, 소설처럼 정말 신나고 아름다운 이야기죠. 선생님께만 말씀드릴게요.” 폴리애나는 갑자기 결심한 듯이 말을 이었다. “아저씨는 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하지만 선생님은 아셔도 상관없을 거예요. 이모에게 말하지 말라는 걸 테니까요.” 


“이모라고?” 


“네. 당연히 제가 대신 말하는 것보다 직접 이모에게 말하고 싶을 거예요. 연인들이 다 그렇잖아요!” 


“연인들?” 칠턴이 소리를 지르자 말이 갑자기 내달렸다. 고삐를 쥔 손이 세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맞아요.” 폴리애나가 행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낸시가 얘기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폴리 이모에게는 오래 전에 애인이 있었는데 둘이 크게 싸웠대요. 낸시도 처음에는 상대가 누군지 몰랐어요. 하지만 우리가 알아냈죠. 그건 펜들턴 아저씨예요. 제 말이 맞죠?”


칠턴은 갑자기 맥이 풀려 고삐를 잡고 있던 손을 무릎 위로 떨어뜨렸다. 


“오! 아니야. 난 모르겠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해링턴 저택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므로, 폴리애나가 급하게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전 지금 아주 기뻐요. 상황이 더 좋아질 거예요. 펜들턴 아저씨가 저보고 와서 함께 살자고 했는데, 물론 전 폴리 이모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제게 아주 잘해 주시는걸요. 그랬는데 아저씨가 여자의 손길과 마음을 원했다고 하시잖아요. 그래서 제가 아저씨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렸죠. 전 너무 기뻤어요! 아저씨가 화해하고 싶어 한다면 모든 게 다 잘될 거니까요. 그리고 폴리 이모와 제가 그곳에서 함께 사는 거죠. 아니면 아저씨가 우리 집으로 올 수도 있고요. 물론 폴리 이모는 아직 모르세요.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죠. 아마 그래서 아저씨가 오늘 절 보자고 하신 것 같아요.” 


칠턴이 갑자기 몸을 곧추 세우고 앉았다. 입가에는 기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래. 펜들턴은 널 만나고 싶을 테지.” 그는 문 앞에 마차를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창문에 이모가 계시네요.” 폴리애나가 외쳤다. 그러나 이내 이렇게 고쳐 말했다. “아, 아니에요. 이모를 본 것 같았는데!” 


“아니, 잘못 봤을 거다.” 칠턴의 입가에서 갑자기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날 오후, 존 펜들턴은 아주 초조하게 폴리애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폴리애나, 네가 어제 한 말의 뜻을 밤새 생각해 봤다. 내가 오랫동안 폴리의 손길과 마음을 필요로 했다는 것 말이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니?” 


“두 분은 연인이었으니까요. 아저씨의 마음이 아직도 변치 않았다니 정말 기뻐요.” 


“연인이라고? 네 이모와 내가?” 


펜들턴이 너무 놀란 기색이어서 폴리애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네. 낸시가 그렇게 말했는데.” 


펜들턴이 짧게 웃었다.


“정말이지! 낸시가 잘못 알고 있나 보구나.” 


“그럼… 두 분이 연인 사이가 아니었어요?” 폴리애나는 실망감에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아니란다!” 


“그럼 소설처럼 되어 가긴 틀렸군요.” 


대답이 없었다. 펜들턴의 침울한 시선은 창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 이런! 아주 멋지게 되어갈 줄 알았는데.” 폴리애나는 거의 흐느끼고 있었다. “폴리 이모와 함께 오게 되면 아주 기뻤을 거예요.” 


“그럼 넌 안 올 거니?” 펜들턴이 이쪽을 보지 않고 물었다. 


“물론 올 수 없어요! 전 폴리 이모의 것이니까요.”


펜들턴은 화가 난 듯 홱 고개를 돌렸다. 


“이모에게 오기 전까지 넌 네 엄마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원했던 건 네 엄마의 손길과 마음이었어.”


“우리 엄마라고요?” 


“그래. 너에게는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으니 할 수 없지.” 펜들턴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는 아주 힘들게 말하고 있었다. 놀라 눈이 동그래진 폴리애나는 입을 떡 벌린 채 펜들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난 네 엄마를 사랑했단다. 하지만 네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았어. 그리고 얼마 후 네 엄마는 네 아빠와 떠나 버렸지. 그때서야 내가 얼마나 네 엄마를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다. 온 세상이 갑자기 캄캄해진 것 같았지. 하지만 괜찮아. 오랫동안 난 심술궂고 괴팍하고 사랑을 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르는 늙은이였지. 아직 60살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무지개와 같이 네가 내 삶에 들어와 내 음울한 날들을 금빛으로 물들여 버렸지. 너의 그 밝은 쾌활함으로 말이야. 나중에야 나는 네가 누군지 알게 되었고 널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단다. 네 엄마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거든. 하지만 이렇게 되어 버렸지. 네가 와야만 한다. 난 이제 네가 없으면 안 된단다. 폴리애나, 와주면 안 되겠니??


“하지만, 아저씨, 제겐… 이모가 있어요!” 폴리애나의 눈이 눈물로 글썽였다. 


펜들턴은 조바심이 났다. 


“난 어떻게 해야 하니? 네가 없이 어떻게 모든 것에 ‘기쁨’을 찾을 수 있겠니? 폴리애나, 네가 오고 나서야 난 비로소 사는 것이 조금은 기뻐졌단다! 하지만 네가 내 아이가 된다면 난 모든 것에 기뻐하게 될 거야. 그리고 너도 기뻐할 수 있도록 노력하마.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마. 내 모든 돈을 널 행복하게 하는 데 쓸 거야.”


폴리애나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안 돼요, 아저씨. 그 돈을 저에게 쓰시다니요. 아저씨가 전도를 위해 모아온 돈이잖아요!” 


펜들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폴리애나가 계속 말했다. 


“게다가 아저씨 같은 부자는 제가 없어도 기뻐할 수 있으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것들을 나누어 주고 계시니, 아저씨도 기쁘지 않을 수 없죠! 스노우 아주머니랑 제게 준 프리즘도 그렇고, 생일날 낸시에게 준 금화도 그렇고, 그리고….”


“알았다. 그런 것들은 신경 쓸 것 없어.” 펜들턴이 끼어들었다. 그의 얼굴은 이제 무척이나 새빨개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존 펜들턴은 누군가에게 ‘무언가 베푸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 쓸데없는 말들이야. 그건 그렇게… 어쨌든 그건 다 네 덕분이지. 네가 그렇게 한 거란다. 내가 아니고! 그래, 네가 한 일이지.” 폴리애나가 놀라 무슨 말을 하려 하자 펜들턴이 이어 말했다. “그것만 봐도 네가 얼마나 필요한지 확실히 알 수 있겠지.” 펜들턴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간청하며 말했다. “폴리애나, 내가 ‘기쁨 놀이’를 하려면 네가 와서 같이 해 줘야만 해.” 


폴리애나가 이마를 찡그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폴리 이모는 제게 참으로 잘해 주셨어요.” 폴리애나가 말하려 하자 펜들턴이 짜증스럽게 끼어들었다. 예전의 까다로운 성격이 다시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뜻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조바심 내는 성격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물론 잘해 줬겠지! 하지만 이모는 널 원하지 않아. 내가 보증하지.” 


“그럴 리가요. 이모는 기쁘게….” 


“기쁘게라고?” 이제는 인내심이 완전히 바닥난 펜들턴이 말했다. “장담하건대 폴리는 어떤 것에서도 기쁨을 찾지 못해. 그저 의무만 다할 뿐이지. 의무감에 차 있는 여자니까. 전부터 네 이모의 ‘의무감’은 익히 알고 있었다. 지난 15년 동안 말 한마디 해보지 않았지만 그 성격은 잘 알지. 모두가 알 거야. 네 이모는 ‘기쁨’과는 거리가 멀어. 어떻게 기뻐하는지도 모를걸. 널 보내줄 것인지 이모에게 한번 물어보렴. 오, 폴리애나. 난 네가 정말 필요해!” 펜들턴이 힘들게 말을 끝마쳤다. 


폴리애나가 길게 한숨을 쉬며 일어섰다. 


 “알겠어요. 물어볼게요.” 그리고 슬프게 말했다. “물론 아저씨와 여기서 사는 게 싫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폴리애나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잠시 침묵하던 폴리애나가 이렇게 덧붙였다. “어쨌든 어제 이모에게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어젠 아저씨가 이모도 원하는 줄 알았으니까요.” 


존 펜들턴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폴리애나. 내가 보기에도 어제 말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인 것 같구나.” 


“이모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의사 선생님께는 말했어요. 선생님은 괜찮을 것 같아서요.” 


“의사 선생님이라고! 칠턴 선생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펜들턴이 홱 돌아보며 물었다. 


“맞아요. 오늘 절 데리러 와 주셨을 때 말했는데요.” 


“이런….” 펜들턴은 중얼거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흥미롭다는 듯 일어섰다. “그래서 칠턴 선생이 뭐라고 하든?” 


폴리애나가 생각에 잠겼다. 


“음, 기억이 나지 않아요. 별 다른 말은 없었어요. 아, 아저씨가 날 보고 싶어 할 거라고 했어요.”


“아, 그랬구나. 과연!” 펜들턴이 대답했다. 폴리애나는 그가 왜 갑자기 기묘한 웃음을 짓는지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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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OSINT가 진행하는 < 보팅 파워를 나눠 드립니다 #4 >에서 나왔습니다.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꾸준한 포스팅 기대할게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