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북스 전자책 폴리애나 1] 26장. 열려 있던 문

in pollyanna •  7 years ago 

26장. 열려 있던 문


오기로 했던 전문의 미드 선생은 처음에 예상했던 날로부터 딱 일주일 후에 왔다. 그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사람으로, 잿빛 눈은 상냥해 보였고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폴리애나는 대번에 그 의사가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은 제 의사 선생님과 꼭 닮으셨네요.” 폴리애나가 애교 있게 말했다.


“네 의사라고?” 미드 선생이 놀란 듯, 1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간호사와 이야기를 하던 워런 선생을 쳐다보았다. 워런은 몸집이 작고 갈색 눈에 뾰족한 갈색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아, 그분은 아니에요.” 폴리애나가 미드 선생의 생각을 알아채고 웃어 보였다. “워런 선생님은 폴리 이모의 주치의세요. 제 의사는 칠턴 선생님이고요.” 


“아!” 미드 선생이 약간 이상하다는 듯 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폴리는 얼굴을 붉히며 급히 자리를 떴다. 


“정말이에요.” 폴리애나가 머뭇거리다가 평상시처럼 솔직하게 말을 이었다. “전 항상 칠턴 선생님께 보이고 싶었는데 폴리 이모가 선생님을 부른 거예요. 저와 같은 부러진 다리에 대해 선생님이 칠턴 선생님보다 더 많이 아신다고 하셨어요. 정말 그렇다면 그걸로 전 기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의사의 얼굴에 어떤 표정이 빠르게 지나갔지만 폴리애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단다.” 그는 부드럽게 말하고는 막 침대 곁으로 온 워런 선생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은 고양이 짓이었다고 나중에 모두가 말했다. 분명 플러피가 잠기지 않은 폴리애나의 방문에 억지로 앞발과 코를 밀어 넣지 않았다면 문이 소리도 없이 열리지 않았을 것이고, 문이 열려 있지 않았다면 폴리애나가 이모의 말을 들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복도에서는 두 명의 의사와 간호사, 폴리가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폴리애나의 방에서는 플러피가 막 침대 위로 뛰어 올라와 작게 ‘야옹’거리고 있었다. 그때 열린 문 사이로 폴리 이모의 비통에 찬 비명이 날카롭고 분명하게 들려왔다. 


“그건 안 돼요! 선생님, 그럴 순 없어요! 저 아이가… 다시는 걸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시죠?” 


그리고 대혼란이 일어났다. 먼저 침실에서 ‘이모, 이모!’ 하고 부르는 폴리애나의 겁먹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나서 폴리가 열린 문으로 자신의 말이 들렸음을 알고는 낮게 신음하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절하고 말았다.


간호사는 ‘아이가 들었어요!’라고 숨이 넘어갈 듯 말하며 열린 문 쪽으로 달려갔다. 두 명의 의사는 폴리 곁에 남아 있었다. 미드 선생은 폴리가 쓰러질 때 그녀를 받았고 워런 선생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었다. 폴리애나가 다시 날카롭게 이모를 부르고 간호사가 문을 닫자, 두 의사는 암담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폴리의 의식부터 회복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폴리애나의 방에 들어온 간호사는 침대 위에서 하얗게 질려 괴로워하고 있는 폴리애나의 관심을 끌려고 헛되이 애쓰는 잿빛 고양이를 보았다.


“제발 이모를 불러 주세요. 지금 당장요!” 


간호사가 문을 닫고 급히 곁으로 왔다. 폴리애나의 얼굴은 무척 창백했다. 


“이모는 지금 오실 수가 없단다. 조금 후에 오실 거야. 무슨 일이니? 내가 도와주면 안 될까?” 


폴리애나가 고개를 저었다. 


“난 이모가 방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어요. 들으셨어요? 이모가 무슨 말을 하셨는데…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간호사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이 폴리애나의 눈에 공포를 가중시켰다. 


“들으셨어요? 아, 사실이군요! 아니야, 사실일 리가 없어요. 제가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건 아니죠?” 


“자, 자. 폴리애나. 진정하렴!” 간호사는 목이 메었다. “의사 선생님이 잘 모르시고 한 말씀이실 거야. 실수일 수도 있고. 그런 일은 허다하잖니.” 


“하지만 폴리 이모는 그 선생님이 아실 거라고 했어요! 저처럼 부러진 다리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아신다고요!” 


“그래, 나도 알아. 하지만 모든 의사들이 때로는 실수를 한단다. 지금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라. 제발.” 


폴리애나가 미친 듯이 두 팔을 뻗으며 흐느꼈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지금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그것밖에 없어요. 제가 어떻게 학교를 가고 스노우 아주머니나 펜들턴 아저씨는 어떻게 보러 갈 수 있겠어요? 다른 사람들은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잠시 격하게 흐느껴 울었다. 그러다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또 다른 공포에 휩싸인 눈으로 간호사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만약 걸을 수 있다면, 어떻게 다시 기쁨을 찾을 수 있겠어요? 그 어떤 일에서도요.” 


간호사는 그 놀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환자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도 지금 당장. 자신도 마음이 어지럽고 머리가 아파 왔지만, 손으로는 부지런히 침대 곁에서 진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 착하지. 이걸 마시렴.” 간호사가 달랬다. “그러면 한층 기분이 나아질 거야.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모든 일이 원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법이란다.”


폴리애나는 순순히 약을 받아먹고는 간호사가 건네는 컵의 물을 조금 마셨다.


“알아요. 아빠도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폴리애나가 눈을 깜박거려 눈물을 없애며 더듬거렸다. “모든 일에는 더 나쁜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아빠도 다신 걸을 수 없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을 거예요. 그것보다 더 나쁜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그렇지 않아요?” 


간호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기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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