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기쁨 놀이를 하는 사람들
존 펜들턴의 두 번째 방문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오후 밀리 스노우가 찾아왔다. 전에 한 번도 해링턴 저택에 와본 적이 없는 밀리는 폴리가 거실에 들어오자 매우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저… 아가씨의 문병을 왔습니다.” 그녀가 더듬거렸다.
“친절하시군요. 그 애는 별 차도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떠세요?” 폴리가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씀을 드리려고 왔답니다. 아가씨에게 전해 주려고요.” 밀리가 숨도 쉬지 않고 급히 말을 쏟아 냈다. “저희는 참으로 두렵습니다. 아가씨가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되다니. 저희를 위해, 특히 저희 엄마를 위해 놀이도 가르쳐 주고 여러 가지로 애써 주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다니요. 아가씨가 그 놀이를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엾은 아가씨! 그런 상황에선 아가씨라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아가씨가 우리에게 했던 말을 생각해 보니, 아가씨가 우리에게 해준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아가씨가 놀이를 하는 데 말이죠. 아가씨는 기뻐할 수 있을 거예요. 아주 조금이라도 말이에요.” 밀리가 말을 멈추고 폴리가 뭐라고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폴리는 정중하게 앉아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그저 난처할 뿐이었다. 밀리가 한 말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밀리 스노우가 원래 좀 특이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미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앞뒤가 맞지 않는 터무니없고 무의미한 말들을 달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폴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군요, 밀리. 조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요?”
“예.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아가씨가 우리에게 해준 일을 알려 드리고 싶다는 거예요. 물론 조금은 알고 계실 거예요. 저희 집에 오신 적도 있고 저희 엄마가 좀 유별난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엄마와 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려 드리고 싶어요. 저도 달라졌어요. 저도 그 놀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조금요.”
폴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밀리가 말하는 그 놀이가 무엇인지 물으려 했지만 말할 틈이 없었다. 밀리가 흥분하여 다시 수다스럽게 말했다.
“전에는 잘되지 않았어요. 엄마가 말이에요. 항상 다른 것만 원했답니다. 하지만 아무도 엄마를 나무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에서라면 말이죠. 어쨌든 엄마는 이제 커튼을 열어 방을 밝게 하고 여러 가지 것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엄마의 모습이라든지 잠옷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리고 뜨개질도 시작했는데 시장이나 병원에서 필요한 끈이나 포대기 같은 것을 만들고 계시죠. 아주 재미를 붙이셔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하고 계세요. 이건 모두 아가씨 덕분이에요. 아가씨가 엄마에게 두 손과 팔이 있다는 게 기쁜 일이라고 말해 주었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곧 두 손과 팔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뜨개질을 시작하신 거예요. 이젠 방도 얼마나 달라졌는지 몰라요. 빨강, 파랑, 노랑 털실들에, 창문에는 아가씨가 준 프리즘이 놓여 있죠. 이제는 그 방에 들어서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전에는 방에 들어가는 게 끔찍이 싫었는데 말이에요. 너무 어둡고 칙칙하고, 엄마는 너무… 불행했거든요. 그래서 이 모든 게 아가씨 덕분이란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아가씨를 알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전해 주세요. 아가씨도 우리를 알게 된 것을 조금이라도 기뻐하리라 생각해서요. 이게 다예요.” 밀리가 한숨을 쉬며 급히 일어섰다. “전해 주시겠어요?”
“물론이죠.” 폴리는 이 장황한 말들을 자신이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존 펜들턴과 밀리 스노우의 방문은 시작에 불과했다. 방문은 끊이지 않았고 항상 전할 메시지가 생겼다. 어떤 말들은 너무 별나서 폴리를 더욱 난처하게 했다.
어느 날은 몸집이 작은 벤튼 부인이 찾아왔다. 서로 왕래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폴리는 이 미망인을 잘 알고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언제나 검은 옷만 입고 다니는, 마을에서 가장 슬픈 여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목에 옅은 파란색 리본을 매고 있었다. 비록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사고 소식을 듣고 자신이 얼마나 슬프고 두려웠는지 말하고 난 다음, 폴리애나를 볼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폴리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아직 아무도 면회시킬 수가 없어요. 좀 더 기다려 주세요.”
벤튼 부인은 눈물을 닦고 일어나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을 나서려던 순간 급히 돌아섰다.
“그렇다면 제 말 좀 전해 주세요.” 그녀가 더듬거렸다.
“물론이지요, 벤튼 부인. 기꺼이 전해 드리겠습니다.”
작은 부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제가 이걸 매고 왔더라고 전해 주세요.” 벤튼 부인은 목에 있는 파란색 리본을 만지작거렸다. 폴리의 감출 수 없는 놀란 표정을 보고 그녀가 덧붙였다. “아가씨는 아주 오랫동안 저보고 다른 색상의 옷을 입어 보라고 권했지요. 내가 그렇게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면 아가씨가 기뻐할 것 같아서요. 내 그런 모습을 프레디가 보면 아주 기뻐할 거라고 말했었죠. 프레디는 제 전부예요.” 벤튼 부인이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아가씨에게 이렇게 전하면 아마 이해할 거예요.” 그녀가 나가고 문이 닫혔다.
그날 조금 뒤에는 다른 미망인이 찾아왔다. 폴리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미망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폴리애나가 어떻게 이 사람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녀는 자신을 ‘타벨 부인’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절 모르시겠지만….”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조카인 폴리애나와는 잘 알고 있답니다. 저는 여름 내내 호텔에 묵으면서 매일 산책을 했죠. 건강을 위해서요. 거기서 폴리애나를 만났지요. 정말 사랑스러운 아가씨더군요! 그 아가씨가 제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이곳에 왔을 때 전 너무 슬펐어요. 아가씨의 밝은 얼굴과 쾌활한 성격은 몇 해 전 잃은 제 어린 딸을 생각나게 했지요. 사고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답니다. 그리고 그 불쌍한 아이가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그래서 더 이상 기뻐할 일 없이 슬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접니다. 제 말을 전해 주시겠어요?”
“물론이죠.”
“그럼 타벨 아주머니가 지금은 기뻐하고 있다고만 전해 주세요. 이상하게 들리실 거예요.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지만 괜찮으시다면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녀의 입술이 슬프게 떨리고 눈가에 웃음기가 가셨다. “조카분은 제 말을 이해할 거예요. 꼭 전해 주어야 할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실례가 되었다면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부인은 말을 마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폴리는 이제는 완전히 얼떨떨해져서 폴리애나의 방으로 급히 올라갔다.
“폴리애나, 타벨 부인을 알고 있니?”
“네, 알아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분이에요. 병을 앓고 있는 데다 무척 슬퍼하고 계세요. 호텔에 계시는데 오랫동안 산책을 하세요. 우린 함께 산책하기도 해요. 제 말은… 전엔 그랬어요.” 폴리애나의 목소리가 떨리더니 커다란 눈물이 뺨 위로 흘러내렸다.
폴리가 급히 헛기침을 했다.
“그분이 방금 여기 다녀가셨단다. 전할 말이 있다고…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만 타벨 아주머니도 지금은 기뻐하고 있다고 전해 달라더구나.”
폴리애나가 살짝 손뼉을 쳤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아, 너무 기뻐요!”
“하지만 폴리애나, 그게 무슨 말이니?”
“아, 그건 놀이인데….” 폴리애나가 갑자기 입을 다물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무슨 놀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모. 저… 그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그건 또 해선 안 되고….”
폴리의 입에서 조카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폴리애나의 얼굴에 난처해하는 기색이 역력해 그만 입을 다물었다.
타벨 부인이 다녀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절정의 사건이 오고야 말았다. 유난히 볼이 빨갛고 이상하리만큼 노란 머리를 한 젊은 여인이 찾아왔다. 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싸구려 보석류로 몸을 치장하고 있었다. 폴리는 소문으로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해링턴 저택 아래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폴리는 악수를 청하지도 않았다. 사실대로 말하면 거실에 들어선 순간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
여자가 급히 일어났다. 눈은 울고 있었던 듯, 매우 붉었다. 여자는 반은 시비를 걸 듯 잠시 폴리애나를 볼 수 있는지 물었다.
폴리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자의 간청하는 눈빛에, 아직은 아무도 폴리애나를 면회할 수 없다고 정중하게 덧붙였다.
여자가 망설이다가 약간 무뚝뚝하게 말을 시작했다. 턱은 여전히 도전하듯 비딱한 상태였다.
“난 페이슨이라고 해요. 톰 페이슨이요. 저에 대해선 아마 들으셨을 거예요. 이 마을의 선량한 사람들은 대부분 아시죠. 들으신 내용 중 더러는 사실이 아닌 것도 있어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전 아가씨 때문에 왔으니까요. 사고 소식을 듣고 가슴이 찢어졌답니다. 지난주에 아가씨가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쓸모없는 제 두 다리를 아가씨 대신 잃어버리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100년을 걸어 다니는 것보다 아가씨가 한 시간 기분 좋게 걸어 다니는 것이 훨씬 좋을 거예요. 항상 그것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다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란 걸 알았죠.”
부인은 말을 멈추고 헛기침을 한 다음, 여전히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잘 모르시겠지만, 전 이 댁 아가씨를 꽤 자주 만났어요. 우리는 펜들턴 언덕 길에 살고 있는데, 아가씨가 자주 그곳을 지나갔죠. 항상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아이들과 놀아 주고 제게 말을 걸어 주었어요. 남편이 집에 있을 때는 남편과도 이야기했죠. 아가씨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했고, 우리도 좋아했어요. 아가씨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대개 우리 같은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어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와 더 많이 어울렸다면 우리같이 어려운 사람이 이렇게 많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녀가 갑자기 씁쓸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아가씨는 와 주었죠. 아가씨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실 거예요. 아가씨가 그런 사실을 모르길 바라요. 만약 알고 있다면 다른 일들도 알아야 하는데, 전 알리고 싶지 않거든요.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는 우리에게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남편과 저는 우울하고 낙담한 상태여서,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기세였어요. 이혼까지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죠. 그때 사고 소식과 아가씨가 다시는 걷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가씨가 우리 집에 자주 들러 문간 계단에 앉아 아이들과 놀아 주고 웃고 기뻐하던 일들이 떠올랐어요. 아가씨는 항상 뭔가에 기뻐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그 놀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함께 해 보자고 권했어요. 아가씨가 자신의 불쌍한 처지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들었어요. 더 이상 그 놀이도 할 수 없고 기뻐할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가씨에게 이야기해 주려고 왔어요. 우리가 서로 잘 지내 보기로 했고 그 놀이도 하고 있다는 것을요. 아가씨가 조금이라도 기뻐할 수 있으니까요. 아직 놀이는 잘하지 못하지만 차츰 나아질 거예요. 어쨌든 우린 노력할 거예요. 아가씨가 그러길 바랐거든요. 제 말을 전해 주시겠어요?”
“네. 전해 드릴게요.” 폴리가 약속했다. 그러고는 문득 어떤 충동이 일었는지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페이슨 부인.” 그녀가 짧게 말했다.
페이슨 부인의 도전하듯 치켜든 턱이 내려갔다. 입술이 눈에 보일 만큼 떨리고 있었다. 부인은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는 폴리가 내민 손을 덥석 잡았다가 놓고 도망치듯 나갔다.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폴리가 부엌에 있는 낸시에게 다가갔다.
“낸시!”
폴리가 날카롭게 말했다. 지난 며칠간의 당혹스럽고 난처한 방문에 오늘 오후의 이상한 일들까지 더해져 마침내 팽팽하게 당겨진 그녀의 신경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만 같았다. 낸시는 폴리애나의 사고 이후 마님이 이렇게 엄격하게 말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낸시, 마을 전체가 떠들고 있는 그 터무니없는 놀이가 도대체 뭔지 말해줘. 그게 폴리애나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밀리 스노우부터 톰 페이슨 부인까지 왜 모두들 자신들이 그 놀이를 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라는 거야? 리본을 다는 것도, 가족의 불화가 멈춘 것도, 전에는 전혀 좋아하지 않던 것을 좋아하게 된 것도 모두 폴리애나 때문이라니. 폴리애나에게 직접 물어보려고 했지만 딱히 어떤 대답을 들을 것 같지는 않아. 물론 그 애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지난밤에 폴리애나에게 들은 이야기로 보건대 너도 그들 중 하나인 것 같더구나. 자, 이제 말해봐.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지?”
낸시가 갑자기 눈물을 터트리는 바람에 폴리는 놀라 당황했다.
“그건 지난 6월 이후 아가씨가 온 마을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 사람들이 아가씨를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 주려고 그러는 거예요.”
“무엇을 기뻐하는데?”
“그냥 기뻐하는 거예요. 그게 놀이예요.”
폴리가 발을 동동 굴렀다.
“너도 똑같이 말하는구나, 낸시. 도대체 무슨 놀이 말이냐?”
낸시가 고개를 들어 여주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건 아가씨 아버지가 가르쳐 준 놀이예요. 아가씨는 인형을 갖고 싶었는데 전도품 상자에는 지팡이가 들어 있었대요.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이 아가씨도 울음을 터트렸대요. 그때 아가씨 아버지가 어떤 경우든 기뻐할 일은 있다고, 그 지팡이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대요.”
“지팡이를 기뻐하라고!” 폴리는 위층 침대에 누워 있는, 다리를 못 쓰게 된 아이를 생각하며 눈물을 삼켰다.
“네. 저도 그렇게 말했었죠. 아가씨도 처음엔 그렇게 말했대요. 하지만 아버지가 지팡이를 쓸 일이 없는 걸 기뻐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대요.”
“아!” 폴리가 외쳤다.
“그 후로 아버지가 그것을 놀이로 만들었대요. 모든 일에서 기뻐할 거리를 찾는 놀이요. 아가씨는 그 놀이를 하면서 인형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대요. 왜냐면 지팡이를 쓸 일이 없어서 너무 기뻤으니까요. 두 사람은 그것을 기쁨 놀이라고 불렀대요. 그게 바로 그 놀이예요. 그 후로 아가씨는 죽 그 놀이를 해 왔어요.”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폴리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이 놀이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아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낸시가 폴리애나처럼 열을 올리며 말했다. “아가씨가 저희 엄마와 가족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 아가씨가 두어 번 저와 함께 집에 갔었거든요. 아시죠? 아가씨는 절 기쁘게 해 주셨어요. 아주 작은 일에서 큰일까지. 이젠 기뻐하는 게 훨씬 쉬워졌어요. 예를 들면, ‘낸시’라는 이름도 이젠 상관없어요. ‘헵시바’가 아닌 걸 기뻐하라고 아가씨가 말해 주었거든요. 그렇게 싫어하던 월요일 아침도 기뻐할 수 있게 해 주었어요.”
“월요일 아침을… 기뻐한다고!”
낸시가 웃었다.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 알아요. 하지만 들어 보세요. 제가 월요일 아침을 끔찍이 싫어한다는 것을 알자 아가씨가 이렇게 말했어요. ‘낸시, 다른 날보다 월요일 아침에 더 기뻐할 수 있어요. 다시 월요일 아침이 될 때까지 일주일이나 남았잖아요!’ 그때부터 월요일 아침만 되면 그 말이 생각나서 웃게 되죠. 정말이에요!”
“하지만 어째서… 그 앤 내게 그 놀이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거지?” 폴리가 더듬거렸다. “왜 내가 물었을 때 그렇게 이상하게 굴었을까?”
낸시가 머뭇거렸다.
“말씀드리기 뭣하지만요, 마님이 아가씨에게 아빠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하셔서 그랬어요. 그건 아빠의 놀이잖아요.”
폴리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가씨는 제일 먼저 마님께 이야기하고 싶어 했어요.” 낸시가 약간 불안정하게 말을 이었다. “누군가와 그 놀이를 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제가 시작한 거예요. 아가씨가 함께할 사람이 있도록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폴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 이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놀이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어디를 가도 그 이야기뿐이니까요. 물론 아가씨가 많이 이야기를 했고 또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요. 그러고는 놀이를 시작한 거죠. 아가씨는 항상 사람들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고, 또 늘 기뻐하니까 사람들이 모를 수가 없죠. 그런데 아가씨가 다쳤다고 하니 모든 사람들이 슬퍼하는 거예요. 특히나 아가씨가 어떤 것에도 기뻐할 수 없어 얼마나 슬퍼하는지를 듣고는 더욱 안타까워하는 거죠. 그러니 매일같이 찾아와 아가씨로 인해 자기들이 얼마나 기쁜지 전하는 거예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고요. 아가씨는 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그 놀이를 하고 싶어 했거든요.”
“그래, 이번엔 누가 그 놀이를 해야 할지 알겠구나.” 폴리가 목이 멘 목소리로 말하더니 휙 돌아서 부엌을 나갔다.
낸시가 놀란 눈으로 폴리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아, 이젠 어떤 일이라도 믿겠어요.” 낸시가 중얼거렸다. “아무리 믿지 말라고 해도 말이에요.”
잠시 후 폴리애나의 방에서는 간호사가 나가고 폴리와 폴리애나만이 남았다.
“오늘 또 손님이 왔단다.” 폴리가 목소리를 떨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페이슨 부인을 아니?”
“페이슨 아주머니요? 그럼요! 펜들턴 아저씨 댁으로 가는 길에 사시는데 세 살 된 예쁜 여자애와 다섯 살 된 남자아이가 있어요. 아주머니는 굉장히 친절하세요. 아저씨도 그렇고요. 그런데 서로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모르는 것 같아요. 싸우기도 하고요. 서로 의견이 잘 맞지 않나 봐요. 게다가 가난하기도 하대요. 성직자가 아니라서 전도품 상자도 받지 못한다나 봐요. 아빠는 자주 받았는데….”
폴리애나의 뺨이 갑자기 붉어졌고 이모의 뺨도 그랬다.
“하지만 그렇게 가난하면서도 아주머니는 가끔 정말 예쁜 옷을 입고 계세요.” 폴리애나가 약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와 루비, 에메랄드가 박힌 정말 아름다운 반지도 가지고 계세요. 하지만 아주머니는 너무 오래 끼고 있던 반지 하나를 빼 버리고 이혼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혼이 뭐예요, 이모?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 걱정이에요. 아주머니가 말씀하실 때 표정이 좋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이혼을 하게 되면 더 이상 그곳에서 살지 않고 아저씨도 가 버리고 아이들도 가 버릴지도 모른대요. 아무리 반지가 많아도 그 반지는 가지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이모, 이혼이 뭐예요?”
“하지만 그분들은 멀리 가지 않을 거란다.” 이모가 대답을 피하며 말했다. “그분들은 거기서 함께 사실 거야.”
“와, 정말 기뻐요! 그럼 제가 만나러 가면 그곳에 계시겠네요.” 폴리애나가 갑자기 인상을 쓰며 말을 멈추었다. “이모, 왜 다신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릴까요. 다신 펜들턴 아저씨를 보러 언덕을 올라갈 수 없는데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 폴리의 목이 메었다. “마차를 타고 갈 수도 있을 거야. 들어 보렴! 페이슨 아주머니의 말을 아직 다 전하지 않았단다. 아주머니는 함께 살면서 그 놀이를 할 거라고 하셨단다. 네가 바라던 것처럼 말이다.”
폴리애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웃음을 지었다.
“정말요? 정말이에요? 와, 그 말을 들으니 기뻐요!”
“그래. 아주머니도 네가 기뻐하길 바란다고 하셨단다. 널 기쁘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하신 거야, 폴리애나.”
폴리애나가 재빨리 이모를 올려다보았다.
“어, 이모. 이모는 마치 그 놀이를 알고 계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그 놀이를 아세요?”
“그래, 알고 있단다.” 폴리는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려 다분히 노력했다. “낸시가 말해 줬단다. 정말 좋은 놀이라고 생각해. 나도 너와 함께 해보고 싶구나.”
“이모가요? 정말 기뻐요! 그 누구보다도 이모랑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항상 그랬어요.”
폴리가 가빠 오는 숨을 골랐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지만 어쨌든 말을 꺼냈다.
“그래. 게다가 다른 모든 사람들도 하고 있지 않니. 온 마을이 너와 함께 그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더구나. 목사님까지도 말이야! 너에게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 마을에 내려갔다가 포드 목사님을 만났단다. 네가 쾌차되는 대로 널 만나고 싶다고 하셨단다. 네가 말해준 800개의 기쁨의 구절 덕분에 기쁨이 끊이질 않는다고 하셨어. 이게 다 네가 한 일이란다. 마을 전체가 그 기쁨 놀이를 하고 있고 온 마을이 더 행복해졌지. 새로운 놀이를 가르쳐 준 네 덕분에 말이야.”
폴리애나가 손뼉을 쳤다.
“와, 정말 기뻐요!” 크게 외치던 폴리애나의 얼굴에 갑자기 밝은 빛이 비추었다. “이모, 저도 이제 기뻐할 일이 생겼어요. 전에는 다리가 건강했다는 걸 기뻐할 수 있어요. 그러지 않았다면 도저히 그런 일은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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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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