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장. 지미의 활약
“지미 빈이 찾아왔어요. 마님을 뵙고 싶어 하는데요.” 낸시가 문에서 말했다.
“나를?” 폴리가 놀란 듯 물었다. “폴리애나가 아니고? 오늘은 몇 분 동안 면회를 시켜도 좋을 것 같은데.”
“네. 저도 그렇게 말했는데 굳이 마님을 만나야 한다네요.”
“알았어. 내려갈게.” 폴리는 약간 지친 듯 의자에서 일어났다.
거실로 내려가니 둥근 눈에 볼이 빨간 소년이 폴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즉시 말을 꺼냈다.
“아주머니, 제가 하려는 말이 무척 난감한 일인 것은 알지만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모두 폴리애나를 위한 것이니까요. 폴리애나를 위한 일이라면 뜨거운 석탄 위를 걸어가거나 아주머니와 정면으로 맞서는 일도 할 수 있어요. 아주머니도 그러실 거라 생각해요. 폴리애나가 다시 걸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려고 온 거예요. 폴리애나가 걷지 못하는 게 단지 자존심 문제라면… 아주머니가 이해하신다면 분명 칠턴 선생님을 이리로 와 달라고 부탁하실 거예요.”
“뭐라고?” 폴리가 놀라움에서 분노로 변한 얼굴로 말을 가로챘다.
지미가 절망적으로 한숨을 쉬었다.
“저, 아주머니를 화나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처음에 폴리애나가 다시 걸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면 아주머니가 들어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지미,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지미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말씀드릴게요.”
“그래, 처음부터 차근차근 말해 보렴.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야. 아까처럼 중간에 불쑥 말하지 말고. 뒤죽박죽돼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구나!”
지미가 결심한 듯 입술을 물었다.
“먼저 칠턴 선생님이 펜들턴 아저씨를 만나러 와서 서재에서 말씀하셨어요. 이해하셨죠?”
“그래, 지미.” 폴리의 목소리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는데, 전 창문 아래 화단에서 잡초를 뽑다가 두 분이 말씀하시는 걸 듣게 되었죠.”
“아니, 지미! 엿들었단 말이냐?”
“전 그런 짓은 안 해요. 엿듣는 일 같은 건요.” 지미가 기분 나쁜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게 되어 기뻐요. 제 말을 듣게 되면 아주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실걸요. 폴리애나가 걷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지미, 무슨 뜻이니?” 폴리가 안달을 하며 앞쪽으로 몸을 구부렸다.
“칠턴 선생님이 어딘가의 선생님을 알고 계시는데 그분이 폴리애나를 고칠 수 있대요. 폴리애나를 걷게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세요. 하지만 선생님이 폴리애나를 진찰할 때까지는 확실히 알 수 없대요. 그래서 폴리애나를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나 계시지만 아주머니가 만나게 해주지 않을 거라고 펜들턴 아저씨께 말씀하셨어요.”
폴리의 얼굴이 매우 붉어졌다.
“하지만, 지미, 난 어쩔 수 없었단다. 그런 줄도 몰랐어!” 폴리가 손가락을 비틀며 힘없이 말했다.
“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러 온 거예요. 아주머니도 아셔야 하니까요.” 지미가 열성적으로 말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쨌든 아주머니가 칠턴 선생님을 집에 들이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요. 워런 선생님께도 그렇게 말했고요. 아주머니가 부탁하지 않으면 칠턴 선생님은 갈 수 없대요. 자존심과 어… 직업상의 문제라고요. 누군가 아주머니를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두 분 다 누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밖에 있던 저는 내가 하겠다고 다짐하고 바로 달려온 거예요. 이해되셨어요?”
“그래. 하지만, 지미, 그 의사 선생님 말인데….” 폴리가 흥분하여 물었다. “그분은 어떤 분이라던? 어떤 치료를 한대? 그분이 정말 폴리애나를 걷게 할 수 있다던?”
“전 누군지 몰라요.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셨어요. 칠턴 선생님이 그분을 아시는데, 얼마 전에 폴리애나와 아주 비슷한 환자를 고치셨대요. 어쨌든 그 의사 선생님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두 분은 오직 아주머니에 대해서만 걱정하셨죠. 아주머니가 칠턴 선생님이 폴리애나를 진찰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거라면서요. 선생님을 불러 주실 거죠? 이제 이해하신 거죠?”
폴리가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숨은 고르지 않았고 가빠 왔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지미는 그녀가 곧 울음을 터트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폴리는 울지 않았다. 잠시 후 폴리가 말했다.
“그래. 칠턴 선생님에게 폴리애나를 보이도록 하마. 이제 집으로 돌아가거라. 어서! 난 워런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야겠다. 지금 위층에 계시거든. 몇 분 전에 오시는 걸 보았으니.”
잠시 후 워런 선생은 복도에서 잔뜩 흥분해 얼굴까지 빨개진 폴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어 폴리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더욱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 언젠가 선생님이 칠턴 선생님을 불러 함께 진찰하겠다고 하셨을 때 제가 거절했었죠. 그 이후 많이 생각해 봤는데요, 선생님이 칠턴 선생님을 불러 주셨으면 해요. 지금 바로 불러 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