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 수업에서 교육을 받게되는 사람들과 가장 처음 이야기 나누는 주제는 공공과 공공성에 대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공공디자인 교육과정 중 가장 첫시간 여는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한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공공, 공공성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제한은 없습니다. 10가지만 생각해보세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셨겠죠?
하지만 생각만큼 쉽게 떠오르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이게 맞는 답인가 싶은 것들도 있을거구요.
당연합니다.
왜 공공 그리고 공공성에 관련한 것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걸까요?
공공을 만나는 하나의 방법
함께 그림 하나를 보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와우산> 최호철, 1994년 작
위 그림은 최호철 작가의 <와우산>이라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와우산과 그 주변을 매우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멀리는 서울의 전경이 축소되어 표현되어 있습니다. 재미있게 왜곡된 구도를 가지고 있는 그림입니다.
작가는 화가로 살아가던 어느 날 집 약도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워낙 골목이 겹겹이 있는 동네라 자세히 그리다보니 새록새록 자신이 살아왔던 동네에서의 기억들이 떠올라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먹고 제대로 동네 풍경을 그리게 된거죠. 작가는 원래는 주변 건물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산인 와우산이지만 어린시절 마음 속에 품었던 커다란 덩치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작지만 내가 사는 이곳, 이 터전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이 그림을 소개하는 이유는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속에 공공과 공공성을 발견하는 원리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공공과 공공성을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세가지
첫번째는 경험입니다. 너무 당연하지만 공공 그리고 공공성과 관련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작가는 어린시절부터 오랜 시간 모두의 공간인 마을에서 많은 경험들을 쌓아왔습니다.
두번째로 인지입니다. 나의 경험이 공공 그리고 공공성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공공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공 또는 공공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작가는 누군가에게 보낼 약도를 그리다가 각자의 공간이 모여 만들어진 모두의 공간에서 만났던 추억들을 떠올립니다. 나와 연결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거죠.
세번째로 공감입니다. 공공은 여러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나의 경험 그리고 나의 인지가 다른 사람의 경험 그리고 인지와 닿아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작가의 그림을 보고 각자가 살아왔던 마을을 커다랗게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왜곡된 구도 안에서 겪었던 추억과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우리가 수없이 존재하는 주변의 공공과 관련한 것들을 쉽게 찾아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체로 공공, 그리고 공공성과 관련한 경험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공공과 관련된 것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당연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것들을 아무런 의심없이 이용해왔죠. 모두 공짜로 제공된 것들입니다.
대상을 인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언가 불편을 느끼는 것입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쉽게 눈에 띄고 오래 기억에 남죠. 하지만 공공은 조금 다릅니다. 불편함을 느꼈다 하더라도 내가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항의하거나 개선을 요청할 생각도 잘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개선을 요구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는 공짜니까 그냥 넘어갑니다.
결론적으로 공공적인 것들은 관심을 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공공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경험의 지도
우리 주변에 그저 존재하고 있는 공공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공공성과 관련한 경험들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약도를 그려달라는 요청 같은 것이죠. 경험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경험의 지도를 자세히 그려나가다보면 공공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곳에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공공이 우리 마음 속에서 얼마나 멀게 느껴지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첫 수업시간에는 최호철작가의 와우산이라는 그림을 함께 감상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공공 그리고 공공성과 관련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죠. 한 발 물러서서 다른 사람의 세상을 바라보면 조금 더 쉽게 생각을 펼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각자 경험의 지도를 그립니다. 오늘, 어제, 지난주, 그리고 더 나아가서 올해, 가능하다면 아주 어린시절부터 내가 살아온 경험의 지도를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세상과 연결되었던 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처음 질문에 다시 답해보게되죠.
여러분도 경험의 지도를 떠올린 뒤에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공공, 공공성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이제 10개의 공간이 부족하게 느껴지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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