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값 비싼 식재료 중 하나인 캐비아. 이 혀끝의 황홀을 오래토록 즐기기 위해서는 환경과 생태를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캐비아를 위기에서 구해낸 새로운 도전과 노력의 역사를 살펴본다.
저항할 수 없는 맛
기원전 4세기 이래로 많은 문호들과 철학가들은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캐비아의 맛을 칭송해 왔다. 그리스의 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그 맛이 가히 훌륭하다고 썼으며, 시인 오비드(Ovid)와 로마의 저술가 플리니(Plini The Elder)는 캐비아의 신비스러운 맛을 시로 읊어 칭송하기도 했다. 유럽 전역에 철갑상어가 널리 퍼진 시기는 중세 무렵으로 12세기 영국의 국왕 헨리 2세는 철갑상어를 ‘왕족 물고기’라고 부르며 ‘철갑상어 법(Le Droit D' Esturgeon)'을 제정하여 센(seine) 강과 론(Rhone) 강에서 잡힌 철갑상어는 귀족과 신분이 높은 성직자들만 소유할 수 있게 했다.
귀족과도 같은 자태와 위엄을 뽐내는 고급 캐비아의 종류 중 가장 크기가 큰 벨루가(Beluga)는 조명 아래에서 마치 맑은 구슬처럼 영롱한 빛을 반사한다. 작고 앙증맞은 진주 스푼으로 한 숟가락 퍼서 손에서 가장 깨끗한 부위인 엄지와 중지 사이의 손등에 떨어뜨린 후 입안에 한 순간에 털어 넣으면 바다 냄새가 확 나면서 혀끝에 닿는 순간 부드럽고 감미로운 향이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캐비아 장사치고 정직한 사람 없다
캐비아와 관련한 많은 찬사와 미사여구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상식과도 같은 말은 바로 ‘캐비아 장사치고 정직한 사람 없다.’는 말이다. 물론 그 말은 샴페인이나 패션, 자동차 등 대부분의 고급 산업에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캐비아 산업 역시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소비자에게 가려진 보이지 않는 음지가 있다. 그 음지 중 한 부분은 캐비아의 비싼 가격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캐비아가 그렇게 비싼 이유가 과연 무엇일지 한 번쯤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철갑상어 알이 고가의 호사품이 된 것은 사실 모두 어리석은 인간들 탓이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철갑상어는 꽤 오래 전부터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1893년 러시아와 이란은 협정을 맺었다. 이란이 잡은 철갑상어 어획량에 대해 러시아가 전매권을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전매협정은 국영수산회사 설립 후에도 계속 이어지다가 1952년이 되어서야 폐지되었다. 1980년대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엄격하게 지켜지던 철갑상어 어획 할당 제도도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밀어가 성행하면서 1999년에는 캐비아 밀매량이 러시아 캐비아 수출액인 2,500만 유로의 열배가량에 이르렀다.
1998년, 암거래 횡행과 철갑상어 명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모든 철갑상어 알은 해당 등급과 어획 연도 그리고 고유 번호를 부착하도록 규정되었다.
일부 환경 단체들은 철갑상어 중에서도 가장 희귀종인 벨루가(흰철갑상어)의 멸종을 막는 유일한 길은 흰철갑상어의 국제 상거래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이라고 보지만, 막대한 규모의 유통량을 가진 암시장을 단속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효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상당량의 불법 어획 캐비아가 유럽과 미국에서 암거래되었다.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석유 산업 부산물로 인한 공해와 오염 때문에 카스피 해의 수질이 많이 나빠졌으며 서식지 인근 강에 댐이 건설되면서 철갑상어의 산란지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재들로 인해 캐비아의 향연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보다 더 소수의 부유층을 위한 향유물로 남을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캐비아 산업의 미래는 그리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자연 포획에 의존하는 대신 포르투갈, 우루과이, 독일, 프랑스 등 많은 국가가 철갑상어 양식 개체를 늘이고 있다.
철갑상어 양식
캐비아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은 철갑상어 양식에 희망을 걸고 있다. 매년 약 3,000만 마리의 철갑상어 치어가 카스피 해에 방출된다. 벨루가가 알을 낳을 정도로 성숙해지려면 18년이 걸리기 때문에 어쩌면 매우 긴 시간이 걸리는 투자인지도 모르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데 모두 동감하고 있다. 아직 시각 단계이지만 철갑상어 양식은 멸종 위기에 놓은 철갑상어 보존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가슴 아픈 일은 당당한 풍모와 호방한 기질을 가진 철갑상어가 좁은 양식장 안에 갇혀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오래, 더 올바른 방식으로 캐비아를 즐기기 위한 이 해법을 우리는 거부할 수 없다. 자연과 환경, 생태계를 고민하는 가운데 인류 최고의 성찬을 즐길 수 있다면 어떤 수고인들 거부할 수 있겠는가.
글_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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