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전략 : 이 시대의 아버지

   

  우리 말 속담 중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다. 자기는 하고 싶지 아니하나 남에게 끌려서 덩달아 하게 된다는 뜻으로,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결국 망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재미있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엄마 따라 안방 간다.’ 엄마를 따라 안방을 가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과거 우리의 가정을 대변하는 표현은 ‘가부장제’였다. 때로는 타이틀이, 때로는 족쇄가 되어온 가장이라는 명찰은 지난 오랜 시간동안 경제력을 대변해왔다. 즉, 가족 구성원 내 경제력을 가진 자가 곧 가장이라는 명패의 특권과 무게를 떠안아 왔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전통적 개념의 가장이 사라지고 있다. 즉, 더 이상 가족 구성원들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가 과거에 비해 평등해지고 있다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정에서 아버지가 소외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과거 가사노동과 경제활동으로 분리되어온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 구분을 허물어 왔다. 이에 더해 ‘아빠 어디가’, ‘냉장고를 부탁해’ 등의 프로그램이 대변하듯, 아이를 돌보는 아빠, 요리하는 아빠 등의 이미지가 널리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아버지들의 노력과는 반대로 가정 내에서 점차 아버지라는 존재가 소외되어 가고 있다 생각되지 않는가? 거실에서 홀로 tv를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아버지가 보인다면, 아마 당신의 예상이 맞을 것이다.    

  아버지가 거실에 상주하는 이유는, 물론 대부분의 가정에서 TV가 있는 곳이 거실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TV 시청을 통한 오락이라는 단순한 이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실의 또 다른 기능은 집안 모든 공간과 연결된 소통의 공간이라는 점에 있다. 즉, 거실은 각자의 방이 있는 가족구성원들이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실에 상주하는 우리의 아버지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라 생각된다. 고리타분한 뉴스나 옛날 무협드라마를 보고 있는 아버지가 진정 원하는 것이 과연 tv에 있을지, 소통에 있을지를 말이다.    

  거실이 아버지의 공간이라면, 안방은 어머니의 공간이다. 아니다. 안방이 어머니의 공간이라면, 아버지의 공간이 거실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지금 아버지에게는 개인 공간, 즉 자기 방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이 아버지는 거실을 점령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앞서 언급한 ‘엄마 따라 안방 간다’라는 표현을 살펴보자. 이제는 감이 잡히지 않는가? 이 표현은 가정 내 아버지의 소외 현상을 표현한 문장이다. 경제력이라는 우위가 사라진, 하지만 어머니보다는 덜 친근한 우리의 아버지들이 소외되고 있는 현상을 말이다. 그리고 필자는 본 현상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시급한 사회 문제라고 말하고자 한다. 왜? 독거노인. 그렇게 소외 당한 아버지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외면당하고, 결국 독거노인이 되어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독거노인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 줄 로봇을 만드는 기술의 발전을, 그들의 말벗이 되어줄 동년배들이 모여 있는 요양원 지원 사업을 위해 전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 요구된다. 아니다. 그 말이 아니다. 이 글은, 그들을 만들어내는, 갈수록 약해져만 가는 가족의 유대감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우리의 이기심이 진정 문제라고 비난하고 싶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