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13일차.

in santiago •  7 years ago 

순례길 13일차 (2017.06.20)
부르고스 - 온타나스 (Hontanas) 31km.

하루를 푹 쉬고 수민이와 동생 이렇게 셋이서 출발하는 아침부터 황홀한 광경을 맞이했습니다. 오늘의 느낌을 딱 한줄로 표현하자면 ‘뜻하지 않은 순간의 황홀한 풍경에 감사하다’ 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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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를 빠져나오자마자 마주쳤던 풍경으로 습지에서 올라오는 물안개와 나무뒷편에서 떠오르던 일출모습이 겹치니 이런 멋진 장면이 연출됐어요. 이 산티아고길을 걷다보면 이런 뜻하지 않았던 멋진 풍경들을 종종 보게되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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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걸어가던 동생도, 수민이도 아침부터 보이는 멋진 물안개에 신기해하며 걸어가던중에 어느새... 수민이 가방에서 워터슈즈가 하나 떨어져 없어졌네요 ㅋㅋ 수민이는 새로 사온 트래킹화가 발에 맞지않아 종종 워터슈즈를 신고 걷곤 했었는데 한짝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결국 다음 도시에서 신발하나를 새로 사겠다고 하더군요.

  • 팁 ! 순례길은 800km의 여정이 결코 짧지않기에 신발은 잘 선택하고 자기 발에 충분히 맞게 길들여서 신으시는게 좋습니다.

하루를 푹 쉬고 출발하니 기운이 펄펄 나던지 수민이와 동생은 노래를 크게 틀고선 열심히 부르면서 걷기 시작했어요. 걷다가 다른 순례자들을 지나갈땐 강남스타일을 켜 두고선 다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이 둘은 아주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한것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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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걷다보니 지나치던 한 작은 마을의 벽에 그려진 ‘낙서’. Camino de Santiago 바로 이 길 산티아고길 이네요. 흔한 벽에 락커로 한 낙서지만 걸어가던 순례자들 발을 잠시 멈추게 하는 멋진 낙서네요 ㅎㅎ 물을 한모금 하고 잠시간 쉬고난 후 다시 출발하려는데 수민이는 역시나 발이 아픈 관계로 천천히 걷겠다고 하고 숙소에서 보자고 하고선 저희끼리 먼저 걸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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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를 지나니 드디어 이 길의 악명높은 메세타 구간이 나왔네요. 메세타구간 이란 고원지대 라는 말인데, 해발 800미터의 고지대로 평지가 끝없이 펼쳐진 곳이예요. 이 산티아고길에서 거의 200km 에 달하는 구간이 메세타 구간인데 이 때 많이들 지쳐한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 구간의 첫발이라 그런지 앞에 드넓게 펼쳐진 황금빛 들판이 그저 가슴 뻥 뚫리는 멋진풍경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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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나비들이 나풀거리는 꽃들 사이에서 날개를 활짝 편 이 장면을 찍기위해 얼마나 한동안 가만히 지켜보기도 하고 또 이런 자연의 모습 하나하나에 기분좋은 마음을 가지고 다시 길을 걷고를 반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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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넓은 메세타 구간에서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울리며 양치기를 졸졸 쫓아가는 수많은 양떼들도 보이고 참 소박하고 여유로운 스페인의 모습들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악명높다던 메세타 구간... 첫날이라 분명 멋져보였음에도 불구하고 , 언덕이 없이 그저 평지라 큰 무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지루한게 새로운 유형의 힘든여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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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적지도 드디어 저 앞에 보이네요. 하루 휴식후의 31km 여정이다보니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바로 온타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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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초입에 있는 알베르게였는데 침대도 튼튼하고 식당도 있고 휴식공간 등 상당히 쾌적했어요. 오늘도 찌는듯한 더위속에 걸어오며 맥주도 여러번 마셔가며 왔는데, 아까 헤어진 이후로 연락하기로 했던 수민이는 도통 연락이 안오네요. 저녁이 다돼서야 연락온게 저희가 보기로 한 마을이 온타나스보다 하나 더 간 곳으로 착각했다며... 오후 4시나 돼서야 도착해서 아무리 둘러봐도 저희다 없다고 그러더라구요.

어찌됐던 오늘 하루도 참 고생 많았고 휴식하며 마을을 돌아보는데, 인구수 100명이 채 되지않은 이 작은 마을의 성당에서 이네들의 문화를 지키고자하는 바램을 조금이나마 엿볼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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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입구에는 오래전 건조된 성당이었지만 많이 손실돼어 다시 재건중인 곳으로 여러분의 기부금으로만 재건 중이라고 해요. 해서 왼쪽벽만 완성된 상태고 전면부와 오른쪽 벽은 그저 흰색 시멘트벽으로 뒀더라구요. 이 작은 마을에서도 자기들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지켜나가려는 모습이 참 보기좋습니다.

두서없는 오늘의 글도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ㅎ

  • 오늘의 가계부
    아침식사 - 4유로
    맥주 - 4유로
    음료수 - 1.3유로
    점심 - 2.1유로
    알베르게 - 8유로
    세탁 - 3유로
    저녁거리 - 2.2유로

총합 - 24.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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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esome photos!! I really like it! Very good composition! There's always a story with nature.

Thank you!! :) Photos and nature are always awesome.

아, 여기서 우리와 일정이 조금 달라졌군요.ㅋ
우린 끝에서 두번째에 있는 바에서 아침을 먹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