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16일차.

in santiago •  7 years ago 

순례길 16일차 (2017.06.23)
까리온 - 테라디요스(Terradillos) 27km.

멋드러진 나무 한그루 아래에서 쉴만한 그늘을 찾기조차 힘든 이곳 메세타(Meseta).오늘도 일찍 일어나 출발하지만 해발 800미터의 이 고원평지는 정말 지루하기 짝이없네요. 가히 순례길 중에 마의구간 이라고 불릴만 합니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을 매일 반복하는 우리들의 일상과 별 차이 없다 느껴지는, 지루하다 뭔가 새로운 길을 걷고싶다 라는 느낌이 마구마구 드는 그런 구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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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지루한 길이다보니 먼저 가던 순례자들이 쉬면서 돌을 주섬주섬 주워다가 만든 이정표. 정말 멋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황무지 속에 사람의 손길을 탄 투박한 멋이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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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는 이 길이 비록 오르막 내리막이 연속되는 힘든곳은 아닐지언정 사람이란 참 간사하기에 그저 지루하단 생각만으로도 다른 힘든 길을 하루빨리 걷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걷고 걷다보니 오늘의 목적지 테라디요스 직전의 마을 레디고스 라는 곳에서 다시금 발견한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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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절반을 지나 380km도 남지 않았네요. 300키로대가 지나면 이 메세타 구간도 끝이겠지요. 마치 휴가를 기다리며 일상을 버티고 힘내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바 없어 보이는것이 정말 이 산티아고 순례길엔 우리들의 인생이 녹아나 있는것 같아요.

오늘의 목적지 테라디요스 마을 초입에 있는 알베르게에서 묵어가기로 하고 뒤따라 걸어오시던 선생님도 같은 숙소에서 지내기로 하셨어요. 짐정리를 해 두고 마을을 둘러보러 나갔는데, 정말이지 사람은 무슨 개미한마리 살지않는 폐허의 느낌이랄까요... 마트나 식재료를 살만한곳도 없고 알베르게에도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주방이 없더군요. 다른 선택지 없이 점심저녁 둘 다 사먹기로 했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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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조차 없지만 아이는 사는건지 성당 옆에 자그마한 놀이터가 있네요. 동생은 놀이터가 나올때마다 스페인의 말을 두루두루 타 보겠다며 저러고 있네요 ㅋㅋ 이 길이 정신상태를 요상하게 만들어가고 있는것 같아요 ㅋㅋㅋ

마을을 둘러보다가 안쪽에 있는 다른 알베르게에 클라우디오가 묵어간다기에 놀러갔다가 식당에서 점심을 사먹고 다시 돌아와서 저녁은 우리 알베르게에서 사먹었어요. 마을 내에 식당도 마땅히 없어서 알베르게에서 운영하는 식당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오늘의 마을.... 정말 그냥 쉬어가는 정도의 마을로 큰 기대감도 없었지만 새벽 1시에 근육통때문에 깼을 때 밖에서 본 은하수 덕분에 이 마을을 잊을수 없을것 같습니다.

내일은 좀 더 재미난 길이길 바라며 오늘도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이 길이 지루한 덕에 글 마저도 지루해져 버리네요 ㅜㅜ 그래도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Buen Camino!

  • 오늘의 가계부
    아침식사 - 3유로
    맥주 - 2.5유로
    알베르게 - 8유로
    빨래 - 2유로
    점심 - 6유로
    저녁 - 10유로
    맥주 - 3유로

총합 - 34.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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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산티아고 글을 올리고 있었네요. 지난 주에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바빠서 스팀잇 접속 잘 못하다가 이번주에 지나간 것 둘러보느라고 둘러봤는데, 이 글은 오늘에야 눈에 띄어네요.ㅜ

메세타 구간이 많이 지루하셨었나봐요.
전 힘들긴 했어도 그 광활함에 놀라고, 그 꾸준히 걷기만 하는 평온함이 좋았었는데.
정말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른가 봐요. ^^

정확하 이야기 하자면 평온함 속에 뚜벅뚜벅 걷는게 정말 좋았는데 그 좋은것도 몇날며칠 지속되다보니 그게 좋음과 지루함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좋은것만 계속 지속되다보니 그 좋은것에대한 감사함을 못 느끼겠다 랄까요, 그래서 굴곡있는 언덕을 갈망했던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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