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4일차.

in santiago •  7 years ago 

순례길 4일차 (2017.06.10)
빰쁠로나 - 푸엔테 라 레이나 (Puente la Reina) 24km.

4일차 아침도 어김없이 6시에 일어나 씻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아침을 먹은 후 출발을 합니다. 하지만 항상 저희가 거의 마지막으로 출발하는것 같더라구요. 딱히 늦게 일어나고 그런것도 아닌데, 대다수의 순례자들이 아침을 숙소에서 먹지 않고 걸어가다가 나온 Bar 에서 카페콘레체와(Cafe con leche=카페라떼) 또띠야(Tortilla=오믈렛) 를 아침으로 사먹는듯 했어요.
첫날부터 계속 같은 일정과 같은 숙소에서 지냈던 클라우디오와 실비아. 둘 다 이탈리아인으로 항상 저희보다 일찍 출발해서 같이 걸을 일이 잘 없으나 이날은 저희가 이 두사람을 처음으로 따라잡아 잠시간 같이 걸었던 날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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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는 이탈리아에서 간호사로 일하는데, 휴가를 2주간 내고 산티아고길을 시작했대요. 끝까지 완주하는건 아니지만 중간지점까지 간 후 다음 휴가때 나머지 구간을 완주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 생각은 차마 못했더랬죠 저는 ㅎㅎ 알고보니 많은 순례자들이 이런식으로 순례길을 걷는데 전부 유럽사람이었어요. 역시나 유럽인으로써의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네요.
클라우디오는 이번이 두번째 순례길로 매 숙소마다 쎄요(도장)를 받을 때 손자사진이 프린팅 된 흰색 티셔츠에 같이 받길레 뭐냐고 물어봤더니 ‘자신은 지금 이 길을 본인의 손자와 같이 걷고있다’ 라며 나중에 손자가 커서 그것을 보고 꼭 실제로 같이 걸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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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와 클라우디오랑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도 저희는 금방 앞질러 가기 시작했어요. 어차피 숙소에서 다시 만날 것이고,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걷는 와중에 말을 많이 하고싶어하지 않기때문(?) 이죠. 아무래도 하루에 25km정도를 매일 걷는게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자연의 바람에 흔들리는 풀소리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아무 말 없이 혼자 생각에 빠지는 그 시간들이 참 평화로운 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 사진에서 저 멀리 능선에 풍력발전기가 보이는데, 저곳에 이 순례길에서 유명한 명소 중 하나인 ‘용서의 언덕’ 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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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황금빛 들판을 마주하니 동생과 함께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ㅋㅋ 물론 저희 사진들을 보고싶어하시는 엄마와 이모를 위한 샷 이기도 했어요. 글을 쓰면서 사진을 다시 보는데 역시나 너무 아름다운 곳이고 언젠가 다시 가겠단 마음이 더욱 확고해지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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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시간쯤 걸었을까 10시경 이곳 ‘용서의 언덕’에 도착하니 인터넷으로만 보던 조형물들이 눈앞에 딱!! 그리고 언덕 밑으로 보이는 평야가 정말 오늘도 속을 시원하게 해 주더라구요. 매일 도시속에 살다보면 이런 풍경을 볼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 이런 시간들이 더욱 소중해 지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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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분쯤 쉬다보니 클라우디오랑 실비아도 도착했고 알렉산드로 아저씨 부부도 오셔서 다같이 기념샷을 하나 찍었더랬죠. 구름한점 안보이는 하늘이 참 청명하죠? 이곳에서 꿀맛같은 휴식을 가지고 다시 오늘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두시간쯤 걷다보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푸엔테 라 레이나 에 도착했어요. 도착시간은 오늘도 12시 반쯤으로 많은 사람들이 1시가 되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더라구요. 1시부터 3시 사이엔 해가 너무 따가워 걷기가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다들 새벽일찍 출발해서라도 1시 이전에 도착하려고 해요.

간식으로 싸 놨던 샌드위치를 먹고 사촌동생은 낮잠을 자는 사이에 저는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러 나갔어요. 해가 가장 뜨거운 시간에 스페인 사람들은 씨에스타 라는 휴식시간을 갖는데 이 시간동안엔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심지어 가정집들도 해가 들지 않게 창문을 닫아버려 이런 시골 마을은 인적마저 드문 동네들이 되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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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물에서부터 느껴지는 색감들이 꼭 스페인 국기를 연상케 하고 거기에 시에스타 라는 ‘여유’ 까지 곁들여 지니 비로소 ‘스페인’이란 나라의 분위기가 완성된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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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인구수가 4천명정도에 불과하지만 있을건 다 있고 신식 건물과 옛 건물들의 조화 마저도 잘 돼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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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는 여왕의 다리 라는 의미로 이 다리를 보고 지어진 이름이래요. 이날 스페인 친구 세자르 의 말로는 다리를 신발벗고 다 건너면 소원이 이뤄진댔는데 ‘뭘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 는 전셰계 공통의 관심사인가봐요 ㅋㅋ 그래도 이왕 온거 한번 시도해 봐야지 싶어서 걷는데 웬걸... 발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마치 지압판 같은 다리를 걷는데 상당히 버겁더라구요. 그래도 나름 지압이 된 느낌으로 오히려 피로가 좀 풀린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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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저녁은 알렉산드로 내외분과 실비아가 대접하겠다고 이탈리아 식으로 준비를 해 주셨는데, 스파게티 소스를 갖은 재료들과 함께 직접 만들어서 흔한 이탈리아 가정식 파스타를 맛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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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 아저씨는 자기들이 대접하는거니 퍼다주는것도 본인이 직접 하시겠다며 그저 받기만 하라시더군요 ㅋㅋ 참 유쾌한 이탈리아인들 입니다. 스파게티와 함께 우리 한국인에게 매 끼니마다 ‘밥’을 빼놓을 수 없다면 이탈리아인들은 ‘바게트’ 를 빼먹으면 안되더라구요. 그리고 마실것으론 정말 흔하디 흔하고 저렴한 와인. 너무나 완성적인 한끼를 대접받은 후 우리는 다음날을 위해 휴식을 취하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오늘하루도 이렇게 지나고 역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의 가계부
    맥주2잔 - 4유로
    알베르게 - 5유로
    세탁 - 2유로
    장보기 - 3.6유로

총합 - 14.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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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진 잘보고갑니다 :)

감사합니다~!! 팔로우 하겠습니다 ㅎㅎ 블로그에 사진들이 너무 멋져요~ 계속 연재 될 산티아고편에 멋진 사진이 몇개 있는데 앞으로도 종종 찾아와 주세요~:)

언젠가는 산티아고를 가보려고 해서, 관심 갖고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앞으로도 계속 관심가져 주세요~

한주의 시작!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시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