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7일차.

in santiago •  7 years ago  (edited)

순례길 7일차 (2017.06.13)
로스 아르코스 - 로그로뇨(Logroño) 28km.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출발해 넓은 들판을 접어들자마자 모기떼가 엄청 물어재꼈어요... 숙소에서도 없었던 모긴데 왜 그 들판에 그리도 많던지 ㅜㅜ 게다가 보통 모기라면 움직이는 사람을 잘 물진 않지 않나요?? 하지만 이놈의 모기들은 움직이는데도 계속 물고 달려드는데, 한두마리가 아니라 십수마리가 달려들더라구요.... 저 뿐만 아니라 동생에게도 달려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별로 안달라붙었다 하더라구요. 참 이상하네요... 그래서 수건으로 온 몸을 툭툭 쳐가며 걸어가 보려 했지만 상체에 붙은 모기를 쳐내다 보면 다리에 들러붙고 다리를 치다보면 상체를 물고... 결국 저희들은 한동안 뛰어가기로 했어요 ㅋㅋㅋ 이 산티아고길에서 뛰어가는건 참 쓸데없으면서도 어이없는 상황이죠 ㅋ 한 20분간 뛰어서 가는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갔고 다들 웃더라구요.. 그리고 Bar 에 도착해 커피한잔 하면서 쉬는데 뒤이어 오던 사람들이 발 안아프냐고 하시는데 그때서야 모기때문에 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하니 몇몇 사람들도 모기때문에 간지러워죽겠다더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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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이런 황홀한 일출광경을 보자마자 모기에 뜯겨서 쫓기다시피 달려오고 난 후의 휴식이 참 달콤했지만 오늘의 갈 길은 28km 정도나 되기에 서둘러 가야겠죠?? 잠시간 뛴걸로 다리가 좀 풀렸는지 오늘따라 동생의 발걸음이 빠르네요. 매일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이 자고 하지만 걷는 와중에 서로 힘들기도 하거니와 매일같이 붙어있다보니 말할 거리도 떨어지다보니 가끔은 오히려 멀찍이 떨어져 걷는게 서로에게 더 편한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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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동생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나가고 있네요. 저녁에 걸으며 무슨 생각 했냐 하니까 ‘내가 왜 이짓을 하고있지... 싶더라’ 고 하더라구요 ㅋㅋ 사실 사촌동생은 제가 오라 그래서 오게 된 본인 의지와 상관없는 일정을 하고 있거든요... 수년전엔 고향인 울산부터 부산까지 자전거에 짐을 싣고 가서 배를 타고 제주도 일주를 하고 다시 울산까지 돌아오는 15일의 기간동안 자전거 캠핑여행을 무작정 따라나서기도 했었어요. 워낙 힘든걸 귀찮은걸 싫어하는 성격의 동생이라 가끔은 그렇게 데리고 다니고 있어요 ㅋㅋ

한참을 먼저 가던 동생이 쉬고 있어 다시 같이 걷다보니 작은 굴다리가 하나 나오고 벽화(?)가 순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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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우리말로 의역하자면 ‘좋은길 되세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순례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인사는 하이 헬로우 보다는 ‘부엔 까미노’ 로 통일돼요 ㅋㅋ 유럽에 살다보면 간혹 배낭에 가리비 껍데기를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까미노를 걸었던 사람이 기념하기 위해 달고 다니는 경우가 있어요. 그사람들에게도 부엔 까미노 하면 괜시리 서로 친근해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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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스페인의 드넓은 포도밭이 조금씩 나타나네요. 스페인의 레드와인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죠. 뜨거운 태양 아래 달게 익은 포도로 와인을 만든 스페인산 와인을 순례길 매 저녁마다 빼먹은적이 없을 정도로 항상 마셨던것 같아요. 포도 수확시기가 되면 울타리 근처의 포도는 순례자들이 중간중간 따먹을 수 있도록 놔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 시기는 아쉽게도 포도 수확 시기가 아녔어요. 순례자들을 위해 포도를 다 따지않고 놔 둔다는 풍습(?)이 마치 우리나라에서 감나무 꼭대기의 감 몇개를 배고픈 새를 위해 다 따지않은 우리 선조들의 배풂과 참 많이 닮지않았나요?? 실제로 스페인 사람들의 인심도 우리나라 어르신들 못지 않게 좋으신게 참 정이 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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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는 길이 요 며칠보다 조금은 더 길다보니 유독 걷는 길에 갈증이 더 나서 같이 걷던 선생님과 뒤따라 오던 민성이와 함께 간이매점 에서 캔맥주를 시원하게 한잔 하고 마저 걸어갑니다 ㅎㅎ 원래도 맥주를 참 좋아하지만 순례길을 걸으며 사막의 오아시스 같던 산미구엘 이라는 스페인 맥주에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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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 시원하게 축이고 오늘의 목적지 로그로뇨에 마저 가야하기에 길을 걷다보니 넓은 들판이 나왔는데, 어디에도 길의 방향이 여느때처럼 노란 화살표나 표지석으로 알려져 있지가 않았어요. 하지만 먼저 길을 걷던 순례자들이 돌을 하나씩 가져다 놓으며 바닥에 화살표를 그려놨네요. 길을 헤멜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괜히 흐뭇해 지면서 저 또한 일그러진 화살표의 모양을 다시한번 잡아주고선 가던길을 마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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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로그로뇨의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습니다!! 시설도 너무나 좋았고 앞마당에 얼음장 같은 족욕탕과 함께 차양막이 설치돼 있어서 유난히도 더웠던 오늘을 쾌적하게 보낼 수 있었어요.

로그로뇨는 나름 대도시예요. 인구수 약 15만명으로 팜플로나 보다는 적지만 스페인 전체로 봤을때, 적어도 이 순례길 위에서 만큼은 대도시에 해당이 됩니다. 일단 대도시의 기준으로 저희는 아시아마켓(라면을 살 수 있는) 을 잡았어요 ㅋㅋ 고단한 순례길 위에서 라면은 누구나 미각을 살려주고 힘을 불어넣는 마법같은 존재였던것 같아요.
하지만 대도시이고 스페인 하면 ‘타파스 바’가 유명하대서 저희는 간만에 외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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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라는게 이리저리 둘러보니까 특정한 음식을 가리키는것이 아니라 한손에 집어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 같은 개념이었던것 같아요. 한끼의 식사 라기 보다는 누구에겐 술 안주로 누구에겐 간식으로, 또 이것들을 많이 먹으면 식사가 될 수도 있겠죠.
타파스 한개씩 각각 원하는걸로 사다가 맛을 본 후 스페인 하면 또 빠에야를 빼놓을수 없었기에 저녁으로 빠에야를 먹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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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에야 란 조리방법이 볶음형태는 아니지만 해산물볶음밥 정도가 어울릴것 같아요. 주 재료가 쌀인만큼 우리에겐 전혀 부담안가는 참 괜찮은 메뉴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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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세자르 에게 듣기를 스페인에선 빠에야를 다 먹은 후 맛있게 잘 먹었다면 빈 접시에 밥알을 하나만 딱 중간에 올려둔다고 하더라구요 ㅋㅋ 그래서 저희도 전부 싹싹 비운 후 각자 그릇 중간에 밥알을 하나씩 올려놨더니 나중에 종업원이 와서는 웃으며 고맙다고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불어보더군요 ㅋㅋ 세자르 덕분에 타문화를 존중할줄 아는 교양있는 한국인4명이 됐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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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오니 바로 앞에 성당이 있는데, 외형이 참 특이하더라구요. 보통은 조각이나 형태가 밖으로 돌출된 반면 이곳은 안쪽을 파고 조각한 별난 형태였어요. 딱히 이런 도시들의 건축물과 역사에 여행기준을 잡이 않아서 더이상 왜 그런지 알아보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인상깊었던 곳임엔 틀림없네요. 다음에 갈 땐 이런저런 마음의 짐들을 더욱 내려두고 저런 사소한 하나하나에 더욱더 집중해보는게 어떨까 싶기도 해요.

자 오늘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고 역시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다.

  • 오늘의 가계부
    맥주 - 3유로
    아이스크림 - 1.5유로
    알베르게 - 7유로
    점심 - 4유로
    세탁 - 3유로
    저녁 - 17유로

총합 - 35.5유로 (오늘은 많이 썼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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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희 부부를 기억하시나요.
와우! 까미노 친구를 여기서 만나네요. 반갑습니다.
항상 우리를 추월해서 앞서 걸어 갔었죠.
우리 부부는 항상 오후 늦게 알베르게에 도착하곤 했죠.
여행기 잘 읽겠습니다.
아내 @gghite도 조만간 여행기를 올린다고 합니다.
같은 길을 걸었지만 본 것과 느낀 것은 각자 다르겠죠.
부엔 까미노!
-원래 3일차 글에 달았던 댓글인데 여기로 옮깁니다. 제가 올린 사진이 바로 이날 것이네요.

그럼요 기억 하지요 !! ^^ 딱 저날 저 빠에야를 먹었던 그 레스토랑 이네요 ㅎㅎ 여기서 이렇게 또 뵈니 반갑네요 ! 부엔 까미노! 항상 추월은 했지만 그날그날의 여정은 비슷했죠 ㅎㅎ 각자의 길을 가는 방법의 차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진 감사합니다~!!

이런사진 보면 지금당장 떠나고싶은 여행좋아하는 줌마입니다1517755339680.gif

여행이란게 참 활력소 같은 존재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