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봄이 최대한 보이지 않았던 '봄' 뮤직비디오 감상

in sct •  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김재규입니다.
2NE1 전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여 데뷔 10주년을 자축했다는 소식을 듣고, 늘 귀로만 들었던 박봄의 '봄'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게 됐습니다.
스트리밍으론 여러번 들었지만 직접 MV를 찾아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MV를 보고 생각난 점이 있어 짧게 남깁니다.

박봄이 보이지 않는 박봄의 MV??

뮤직비디오는 대체로 가수의 외모를 강조합니다. 노래하며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수의 얼굴과 몸매를 조금이라도 더 부각시켜서 대중의 관심을 끌게 하려는 MV가 넘쳐나는 시대에, 박봄의 MV는 좋게 말하면 파격적인 시도를 합니다.

'봄' MV 내내 가수인 박봄은 최대한 많은 후광을 받습니다. 박봄을 강조하기 위한 후광이라고 하긴 좀 그렇습니다.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후광이 과하게 들어갑니다. 박봄의 퍼포먼스는 보더라도 얼굴은 보지 말라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박봄의 얼굴이 MV에서 전혀 안나오는 건 아닙니다. 누운채로 옆모습만 보여준다거나, 얼굴에 조명이 비추지 않아서 알아보기 어렵게 나옵니다. 뒷모습만 보여주는 장면도 있습니다.

반면 피처링을 한 산다라박은 등장하자마자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 뒤로 흐릿한 초점 속에 박봄이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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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느낌의 장면이 MV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번 보입니다)

MV가 끝날 때까지 박봄의 얼굴은 과한 후광과 어두운 조명 때문에 가려진 시간이 대부분이며, 정면이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MV의 썸네일에선 박봄의 얼굴이 제대로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 MV에서 박봄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을 다 합쳐도 과연 15초가 넘을까 의문입니다.

MV 감독이 박봄 안티인데 억지로 촬영을 맡아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요? 박봄은 데뷔 10년차에 나이도 30대 중반의 솔로 가수입니다. MV의 연출에 박봄의 의도가 어느정도 들어갔거나, 최소한 박봄이 동의한 방향으로 연출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의 봄이 과거의 봄을 그리워하다

가사를 켜고 노래를 한번 더 들어 봤습니다. '봄'은 2014년 투애니원 앨범 이후 5년만에 발표한 곡입니다. 사실상 5년의 공백기 동안 자신을 둘러쌌던 여러가지 논란에 대한 심경을 담은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봄'의 가사를 보면 '너'라는 존재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박봄은 '너'에게 두 손을 묶여버렸고, '너'를 찾아 헤맸습니다. 봄바람에 자신의 마음을 실어 '너'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표현돼 있습니다. 산다라박의 랩 파트에서 '너'는 추억이자 떠나간 빈자리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봄' 속의 '너'는 박봄을 외면하고 손가락질했던 대중들을 뜻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런 해석도 틀린 해석은 아니고, 저 역시 귀로만 들을 때는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오랫동안 대중의 외면을 받아 왔지만 과거 투애니원 시절처럼 대중들의 마음을 사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심경이 담긴 노래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MV를 보고 나니 '봄'속의 '너'는 '과거의 박봄'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든 '봄' MV는 박봄에게 과도한 후광을 주거나, 얼굴에 조명을 비추지 않는 방법 등을 통해 박봄의 얼굴을 최대한 보여주지 않습니다.

"깊은 어둠"과 "찬바람"이 가득했던 박봄의 10년

투애니원이 데뷔하던 무렵, 박봄은 비쥬얼과 실력을 모두 갖춘 신인 가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지금도 구글에서 '박봄 데뷔초'라고 검색어를 넣으면 얼굴이 지금처럼 변하기 이전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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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체로 2012년 사진부터 박봄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알던 모습과 유사하게 바뀝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박봄 자신만이 알겠지요.

박봄의 외모가 데뷔초와 크게 달라지면서 박봄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뀝니다. 소속사에서도 이런 대중의 평가를 인식했는지, 2012년 이후 2NE1의 발표곡에서 박봄의 분량은 상당히 줄어듭니다.

박봄의 이미지를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건은 바로 2014년 6월에 알려진 에더럴 밀수 논란 사건입니다. 결과적으로 '입건유예'로 끝났지만, 매우 익숙치 않은 입건유예란 단어 때문에 '그래서 죄가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란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월엔 MBC PD수첩에서 정치검찰에 대한 방송을 내보내면서 에더럴 밀수 논란 사건을 짚고 넘어가는 바람에 '박봄'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밀수 논란 사건 이후 박봄은 공개적 음악활동을 전면 중단합니다. 2015년 말 MAMA(Mnet Asian Music Awards) 무대에 2NE1 완전체가 참가한 것이 2NE1 마지막 활동이었습니다. 멤버 공민지는 2016년 4월에 팀을 탈퇴했고, 한달 뒤인 2016년 5월에 박봄은 YG를 떠납니다.

솔로 아티스트가 된 박봄은 가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했습니다. 여기서도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어눌한 발음으로 방송을 이어간다던가, 성형과 마약 의혹을 제기하는 시청자의 질문에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쥐고 들었다 놨다 하면서 '그런거 한 적 없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논란과 2NE1 해체로 인해 박봄이 향후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무성했습니다.

한마디로 2012년 이후 박봄의 인생은 계속 내리막길만 걸어왔다 해도 무방합니다.

후속곡 MV에서는 자신있게 얼굴 드러낸 박봄

제가 박봄이라면 어떤 생각을 갖고 살까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2NE1 데뷔 이후 3년 정도는 박봄에게 있어 영광의 시대였습니다. YG라는 회사 특색을 잘 살린 걸그룹에서 비쥬얼과 메인보컬을 담당했습니다. 독특한 음색을 잘 살린 솔로곡을 발표해달라는 팬들의 응원도 빗발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 3월의 박봄은 대중에게 자신의 얼굴조차 당당히 보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10년 전 '영광의 시절'에 "두 손을 묶여버린" 상황에서 "깊은 어둠"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울 할 때면 성형 논란도, 마약 논란도 없던 데뷔 초 자신의 모습을 찾아 헤매지만 2009년의 박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돌아올 수도 없습니다. 찾을 수 없는 것을 찾아 헤매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가 너무 미워집니다.

자신을 떠나버린 '과거의 나'의 빈자리는 너무 큽니다. 여전히 인터넷에는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며 조롱하는 글을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박봄은 "나에게도 다시 봄이 올까요"라고 노래합니다. 사람들이 박봄의 '논란'보다 '박봄'이라는 아티스트의 작품에 기대할 수 있었으면 하는 염원을 담은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글 앞부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저는 '봄' MV의 연출은 박봄의 생각이 어느 정도 담긴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대중 앞에 선보이기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최대한 얼굴이 나오지 않게 MV를 찍은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MV의 끝부분에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제2의 전성기를 노리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봄' 노래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았습니다. 소리바다, 지니 등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봄'이 어느정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박봄도 조금은 자신을 되찾은 듯 합니다.

지난 5월 2일 '봄'의 후속곡 격으로 발표한 '4:44'의 MV에서는 박봄이 자신있게 얼굴을 드러냅니다. 일부러 얼굴이 나오지 않게 하는 장치는 찾을 수 없습니다.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순 없더라도, 지금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며 꾸준한 작품활동 하는 가수가 되길 기대합니다.


(사족) 마약 밀반입 논란의 경우 검찰에서 명확히 기소를 하던지 무혐의 처리를 하던지 했어야 했는데 애매하게 처리해서 5년이 지난 지금도 박봄을 괴롭히고 있는게 아닐까요. 박봄 본인은 죄가 없는데 '입건유예'로 처리된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만, 잊을만 하면 박봄=마약 중독 이미지를 띄우는 여론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겠지요. 실제로 올해 3월 '봄'을 발표하기 직전 "박봄의 수상한 입건유예" 식으로 기사를 쓴 언론사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속 시원하게 박봄 자신이 재수사를 요구해서 기소건 무혐의건 명확한 판단을 받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5년 전 사건(실제 박봄이 조사를 받은 것은 9년 전)을 이제 와서 다시 들추는 것은 절차상으로 보나, 현실성으로 따져보나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입건유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들이 입을 열기 전에는 휴.. 그래도 멘탈붕괴 없이 열심히 노래하시는 모습은 오래오래 보고 싶네요. 저는 '잘 부르는 가수'도 좋아하지만, '단 한명뿐인 가수'를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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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T 는 코인관련 글만 허용되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잘못하시면 다운보팅 받으실수도 있을것 같네요

이미 다운보팅 받았네요 ㅠ 저야 스팀잇 오래 사용해서 별 상관은 없는데 말없이 다운보팅만 하고 가시면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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