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비디오 특약점

in sct •  5 years ago  (edited)

어릴때 처음 가져봤던 비디오 플레이어는 대우꺼였다. 티비에서 하는걸 녹화할 수 있도록 공테이프도 두어개 있고, 재미없는 다큐멘터리 테이프도 있었다. 무엇보다 두근대는건 비디오 가게에 붙어있는 영화포스터의 그 영화들을 이제는 빌려다 볼 수 있다는 거였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나 할까.

어느날 밖에서 비디오를 빌려왔는데 테이프 넣는 곳에 안들어간 날이 있었다. 규격이 달랐던 것이다.
그 당혹감...
집에 있는 대우 비디오 테이프 vs 쓸데없이 크기만 하고 재생도 안되는 멍청한 테이프.
작지만 내실있는 대우 테이프가 옳게 느껴졌고 큰 테이프는 그립감도 안좋고 좀더 덜그럭 거리는 것 같고 그랬다.

Screenshot from 2019-12-13 01-13-46.png
|||| 대우비디오 특약점 |||| 이라는 간판이 있는 곳에 가면 규격에 맞는 비디오테이프를 빌릴 수 있다고 들었다.
옳게 된 비디오 가게가 다행히 동네에 하나 있었으니 거기만 가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여기저기 다른 동네에도 다녀보면서 관찰해보니 대우비디오 특약점은 별로 없고 일반 비디오가게는 많았다.
큰 비디오가게에 가면 대우 규격의 비디오테이프 코너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게 자리잡고 있었다.

컨텐츠의 규모에서 밀리고 있었다. 내가 속한 쪽이 소수구나...라고 서서히 깨달아갔다. 그래도 내마음속의 머법관이 처음에 내렸던 판결은 무의식중에 자리잡고 있었다. 대우 규격이 옳은것, 큰 테이프는 틀린것.

세월이 좀 더 지나 부모님이 비디오플레이어를 새걸로 장만해주셨을 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확 달라졌다.
누릴 수 있는 컨텐츠의 세상이 확 넓어진 것이다. 아무 비디오가게에나 가도 거기 있는 비디오가 모두 집에 있는 비디오 플레이어에 호환이 된다는건 그전에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다.
내가 속한 곳이 주류이자 대세가 되자 커다란 사이즈의 테이프도 괜찮아 보였다.
그후로도 길을 가다 가끔씩 대우비디오 특약점 간판을 보면 순간적으로 반가운 기분은 들었으나 들어가볼 일은 없었다.
세월이 더 흐르면서 그 간판도 완전히 사라졌고 기억에서도 잊혀져 갔다.

김우중씨 부고를 보고 갑자기 떠올라서 가지고 있던 기억을 떠올려 봤는데
이걸 왜 코인 태그를 달고 코인이랑 엮으려 하느냐 하면
코인 또한 표준이 되기 위한 경쟁이기 때문이다.

특정 코인에 몰입하다 보면 사고방식이 그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그 코인을 전부 다 손절해보면 정신이 번쩍 나면서
역시 비트코인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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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친척집에서 처음 봤던 비디오플레이어 가격이 3천만원이었던 기억이 있었네요. 물론 국내에서는 만들지 못했던 시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