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Traite des Trois Imposteurs Moise Jesus Mahpmet
스피노자의 정신 지음
성귀수 옮김
<세 명의 사기꾼>의 원제는 '스피노자의 정신(L'Esprit de M. Benoit de Spinoza)'이며, 오늘날까지도 이 문헌의 저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범신론을 주장했던 스피노자의 사유에 기반하여 종교를 비판하고 있기에, 지은이는 스피노자이거나 또는 그의 추종자 중 한 사람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 외 저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서구 유럽에 악명을 떨친 이슬람 종교 철학자 이븐 루슈드(1126~1198), 13세기의 유명한 연금술사였던 아르노 드 빌뇌브(1240~1311), 마키아벨리, 수학자이자 광인 천재인 카르디노(1501~1576), 무슬림과의 화해를 주장하다 투옥된 바 있는 프랑스 출신 인문주의자 기욤 포스텔(1510~1581), 범신론적 인문주의를 주창한 조르디노 브루노(1548~1600) 등이다.
- 책 <세 명의 사기꾼. 모세, 예수, 마호메트>에서 -
세계 3대 종교에 직격탄을 날린 악명 높은 괴문헌
때는 17세기 말. "사상(思想)도 얼어버린다"는 북구의 나라 스웨덴 스톡홀름 궁전에서는 당대 제일의 지성적인 군주로 유명한 크리스티나 여왕이 이제나저제나 희소식이 당도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데카르트를 개인교수로 초빙할 만큼 학예와 철학에 조예가 깊은 여왕으로서는, 근래 들어와 부쩍 유럽 전역을 들쑤시듯 떠돌고 있는 흉흉한 괴소문에 여간 호기심이 쏠리는 게 아니었다. 도무지 진원(震源)이 파악되지 않는 괴소문은 어느 정체불명의 문헌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서슬 시퍼런 검열을 피해 오로지 수사본(手寫本) 형태로만, 그것도 유럽의 극히 제한된 지식인 그룹을 중심으로 웬 끔찍한 내용의 문헌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에 크리스티나 여왕은 문제의 수사본을 단 한 부라도 구해 가져오는 사람에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거금 3만 리브르를 지불하겠다는 약조를 걸었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누구 하나 "여기 대령했나이다"하며 시원스레 고해 오는 자가 없었다. 결국 그토록 손에 넣고 싶었던 괴문헌과의 인연은, 여왕이 사촌 오빠에게 왕위를 이양하고 로마로 영구 이주해 순수한 문예 애호가로 생을 마치는 1689년까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만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1712년, 자유의 나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사상 최초로 문제의 수사본이 정식 서적으로 출간되는데, 그 부수는 모두 합해 고작 일흔 권. 21세기의 독자인 당신이 손에 쥐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다시 그로부터 9년이 더 지난 1721년 재판을 찍으면서 몇 가지를 좀 더 치밀하게 수정, 보완한 텍스트이니 그 감회가 특별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 중략 -
특히 1690년부터 1760년 사이에 극에 달했던 수사본의 비밀 유통 건수 중에서도 이른바 지하(地下) 수사본의 제왕이라 할 만큼 악명 높았던 사례가 있었으니, 바로 저 크리스티나 여왕의 애간장을 타게 했단 <세 명의 사기꾼론(論) (Traite des Trois Imposteurs>이라는 문헌 그것이다. 이 문헌이 수수께끼인 점은, 유명도에 비해 누구도 직접 읽어보았다거나 소장하고 있다며 나서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과연 집필은 누가 한 것인지 무수한 설(設)만 난무할 뿐 정체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통념으로 볼 때, 지독하리만치 끔찍한 신성모독과 엄청나게 전복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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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속의 수사본이었던 때를 포함해 책으로 엮어져 나온 후까지, 추측된 저자 목록에 오르내린 이름들만 대충 살펴봐도 이 괴문헌이 얼마나 많은 논란과 스캔들의 중심에 있었는지를 얼추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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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들 중에는 투옥 내지는 추방, 심지어 화형(火刑)까지 당한 경우가 숱하게 확인될 정도다. 그만큼 파격적이고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뜻일 터. 아니나 다를까, 처음 이 책이 출간된 이후 1768년까지 오리지널 텍스트에 여러 차례 수정과 조작이 가해지면서 판을 거듭할 때마다 파리의 서적상들은 당국으로부터 떨어지는 추상같은 검거령에 늘 시달려야만 했다고 한다.
- 중략 -
오늘의 종교적 관점으로 볼 때, 분명 이 책에는 기발하되 불경스러운 착상이 있는 만큼 단순하기에 과도하게 나아갈 수 있었을 논의와 착상들이 끊임없이 출몰해왔기에 오늘과 같은 종교의 단단한 자리매김이 가능한 것이며, 정교하게 발달된 작금의 모든 종교적 교리(敎理) 역시 따지고 보면 그처럼 까탈스러운 도전들에 일일이 응전(應戰) 하는 가운데 하나하나 갖춰진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끔찍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도 좋은 공부 자료가 되어주리라 확신한다.
- 책 <세 명의 사기꾼 모세, 예수, 마호메트> 중에서 -
옮긴이의 해설문에 나오는 내용을 간략하게 옮겨 보았다. 스웨덴 여왕 크리스티나가 죽기 전까지 그렇게 애타게 찾고 있던 책이다.
마치 영화 <다빈치 코드>의 랭던(통 행크스) 박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니체가 집필한 <안티 크리스트>라는 책도 시대적 배경으로 보나 계몽주의 철학사적으로 보나 이 문헌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다.
당연히 아브라함의 세 종교(유대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인들은 읽기가 매우 거북스럽고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내용을 반박하려면 엄청난 능력과 학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유일신을 믿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를 부정하는 것을 잘 이해하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기 주장만 강하고 정신 수양이 덜 된 성직자들과 광신자들은 더욱 그렇다. 요즘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목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막대한 사유재산을 모으는 것을 넘어서 간통 그리고 성폭행까지 저지르는.
신이 있다고 믿는다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일 앞장서서 나쁜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그래서 둘 중 하나가 분명하다. 백날 죄를 지어도 신이나 예수에게 회계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달콤한 유혹에 사로 잡혀 있거나, 아니면 신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 배신감에 인간이기를 포기했거나. 회계만 하면 천국 갈 수 있다는 믿음은, 따르면 밥 먹여 준다는 김일성 주체사상과 무엇이 다른지 되묻고 싶다.
하기사 기독교를 대표한다는 사람이 망발이나 하고 있으니 유일신 광신도들이 점점 무서워지는 것은 나만 느끼는 감정일까? 사실 정신병원에 들어 갈 1순위는 그들이 아닌가 싶다.
현재 이 저작의 출판 부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서, 수사본 상태였을 때와 비교해도 직접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서둘러 구입하여 소장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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