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진화하는 중국 홍바오 문화 체험기

지난주 설 명절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두둑한 세뱃돈으로 무엇을 지를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신 분들이 많길 바랍니다.(물론 세뱃돈을 주느라 지갑이 가벼워지신 분들도 적지 않겠지만요..)

저는 올해 설 연휴를 중국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기간이었기에 상하이 기차역에서 대규모 인구 인동을 몸소 느껴보고 밤새 폭죽 터뜨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요. 우리나라의 세뱃돈 격인 홍바오(紅包) 문화가 디지털로 진화하는 모습도 함께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붉은 봉투에서 모바일 메신저로
홍바오는 붉은색 봉투를 의미하는 중국어입니다. 세뱃돈이나 결혼식 축의금 등을 줄 때 '복(福)' '길(吉)' '재(財)' 등이 적힌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주는 관습에서 유래했죠.

요즘에는 실제 봉투보다는 위챗(웨이신)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홍바오를 보내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15일 하루 동안 6억 8800만 명이 위챗으로 홍바오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은 국영방송 CCTV의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春晩)'과 제휴해 6억 위안(약 1017억원)에 달하는 홍바오를 뿌리는 프로모션도 진행했습니다.

이 같은 모바일 홍바오 문화는 2014년 텐센트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텐페이를 이용해 홍바오를 주고받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알리바바 역시 타오바오, 알리페이 등을 활용한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일명 '홍바오 대전'이 매년 춘절이면 벌어지고 있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춘완을 보다 보면 중간중간 홍바오를 받는 이벤트가 화면에 나옵니다. 모바일 간편결제, 핀테크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도 가족이 서로 알려주며 금세 익숙해지고요. 여기에 모바일 메신저와 홍바오 문화를 접목한 게임화 기능까지 접목되면서 빠른 속도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확산이 이뤄지는 모습입니다.
선착순에 복불복, 흔들기, 걷기까지.. 즐거움 더하는 게임화
중국 모바일 홍바오는 단순 송금을 넘어 가족 간 우애를 더하는 디지털 문화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위챗에서는 가족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받을 사람 수와 총 금액을 적어 홍바오를 전송하면 선착순으로 받은 몇 명에게만 해당 금액 내에서 랜덤하게 돈이 전달됩니다. 선착순 + 복불복인 셈이죠.

잽싸게 홍바오를 열어 돈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큰 금액에 당첨된 1등이 표시됩니다. 그리고 1등 당첨자는 다음으로 채팅창에 홍바오를 돌리고요. 이를 반복하다 보면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주변의 위챗 친구를 찾는 기능인 '흔들기' 횟수에 따라 홍바오를 준다거나 걸음 수에 따라 홍바오를 지급하는 행사도 있습니다. 홍바오 주고받기 외에도 단체 채팅 방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게임도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인기입니다.

위챗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점프점프(跳一跳·티아오이티아오). 다음 박스까지 거리를 조절해 손가락으로 화면을 눌렀다가 떼며 앞으로 점프하는 게임입니다. 지난해 말 텐센트에서 선보였는데 불과 며칠 만에 수억 명이 즐기는 국민 게임으로 등극했습니다.
중국은 모바일 결제, 핀테크 분야에서 이제 가장 앞선 나라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가 됐습니다. 신용카드 경제를 지나쳐 바로 오프라인 상거래에서 모바일 결제를 활용하고 있죠.

이번에 겪어본 모바일 홍바오 문화 역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기업 간 시장 주도권 경쟁이 하나의 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는... 그리고 기술의 대중적인 확산에도 톡톡히 기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