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좋더라, 장봉도

in seom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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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를 타고 목포까지 내려가 2시간 넘게 배를 타야 섬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건 편견이다. 인천에는 100개가 넘는 섬이 있다. 그 중 바닷길 트레킹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장봉도를 찾았다. 공항철도와 시내버스로 선착장까지 갈 수 있어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서울에서 가까우니 시간도 절약되며 무엇보다 마음껏 바다를 볼 수 있다. 장봉도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장봉도의 트레킹 코스는 대략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선착장에서 출발해 옹암해변, 한들해변, 야달 선착장, 건어장해변, 장봉 4리 버스 종점, 윤옥골을 따라 걷는 해안 둘레길(8.1km)과 버스로 장봉 3리나 4리까지 가서 능선을 걷는 능선길이 있다. 해안길은 해변과 산길이 어우러져 기암괴석 사이를 걸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물때를 잘 맞춰가야 하고 바위 사이를 걸어야 하는 구간이 있어 조금 위험할 수 있다. 이번엔 물이 찬 시간대라 능선길로 가보기로 한다.

섬에는 유일한 대중교통으로 마을버스 한 대가 있다. 배 도착 시간에 맞춰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장봉 4리까지 간다. 버스에서 만나는 섬 주민들과의 인사 한마디는 여행의 큰 활력소다. 회차지점 장봉 4리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여기서부터 장봉도 트레킹 코스의 존재 이유인 가막머리로 가는 여정이 시작한다. 선착장에서 가막머리 낙조대까지 거리가 8.5km인데, 버스로 장봉 4리까지 왔으므로 약 2.4km만 걸으면 된다. 이 구간이 바로 장봉도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다. 일반적인 산길의 하이라이트라 함은 마지막에 한번 쫙 펼쳐지는 전경을 가리키는데 여긴 상황이 좀 생각보다 좋더라, 장봉도 시외버스를 타고 목포까지 내려가 2시간 넘게 배를 타야 섬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건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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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는 100개가 넘는 섬이 있다. 그 중 바닷길 트레킹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장봉도를 찾았다. 공항철도와 시내버스로 선착장까지 갈 수 있어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서울에서 가까우니 시간도 절약되며 무엇보다 마음껏 바다를 볼 수 있다. 장봉도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르다. 구간 내내 지칠 만하면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마치 중독성 진한 후크송 같다. 크게 험하지도 않다. 걷기에 딱 좋은 오솔길을 살랑살랑 걷다가(겨울에는 녹지 않은 눈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심심할라치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다. 첫 고지에서는 탄성을 지르며 바다 배경에 포즈도 잡아보지만 점점 당연한 듯 스쳐 지나간다. 지칠 새 없이 능선을 따라 바다 위를 호령하듯 걷는다는 점에서, 웬만큼 잘 나가는 트레킹 코스가 와도 지지 않을만하다. 자, 다 덤벼!

 

 

 

섬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끝나는 곳에 섬이 숨겨놓은 듯한 자그마한 나무 데크가 보인다. 이곳을 ‘가막머리’라 부른다. 가막머리는 서북쪽을 향해 길게 뻗은 섬의 끄트머리에 있는 낙조대다. 서쪽 가장자리에 위치했기 때문에 낙조가 멋진 건 너무 당연하다. 수면 위로 태양이 떨어지는 풍경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바다와 하늘 사이 귀여운 무인도, 서만도와 동만도만이 오브제가 된다. 트레킹을 마친 후 낙조를 보고 다시 능선을 타고 내려가 민박을 이용해도 되는데, 비수기에는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야영을 계획했다면 진촌해변이나 가막머리 낙조대 데크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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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막머리 데크는 이미 백패커와 등산객들 사이에서 명소가 된지 오래다. 망망대해를 지척에 두고 하룻밤을 보내고 맞는 아침의 공기는 차갑지만 벅차고, 햇살은 따스하고 정답다. 장봉도는 대단히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섬은 아니다. 이름난 관광지도 아니다. 하지만 걸어도 걸어도 멋진 바다 풍경을 선물처럼 내놓는 길이 있고, 그 길 사이에 소박한 숲이 있다. 그리고 길 끝에 펼쳐진 풍경은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의 장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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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고 또 추린, 그 밖의 인천 섬

교동도

강화군에 속한 섬으로 바다 건너 5km 거리에 군사분계선이 있어 북한 땅이 눈앞에 보인다. 최근 연륙교가 개통돼 배편을 걱정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다. 민통선에 위치해 섬 입구에서 임시 출입증을 발급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향교인 교동향교와 섬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대룡시장은 꼭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대룡시장은 이발관, 다방 등 60~70년대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 즐비해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T I P 새벽 6시~오후 8시에 교동대교 입구 검문소에서 출입증 발급(신분증 지참)

 

굴업도

굴업도는 골프장 개발 문제로 꽤 오랜 시간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였다가 최근에야 오랜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도민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굴업도를 살려야 한다고 외쳤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백패커의 성지’. 굴업도를 칭하는 거창한 수식어를 증명하듯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객들이 섬을 찾고 있다. 개머리 언덕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다가 꽃사슴을 만나도 놀라지 마시라. 굴업도 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니까.
T I P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를 거쳐 굴업도로 간다(홀수날 약 2시간 20분, 짝수날 약 3시간 20분 소요). 문의 032-887-2705(케이에스해운), 1577-2891(고려고속훼리)

 

무의도

육지에서 거리가 얼마 안 돼 배를 타고 약 5분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시시한 섬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호룡곡산에서 국사봉을 잇는 구간의 풍광은 ‘서해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다. 광명항에서 큰무리 선착장까지 걷는 종주 산행 코스는 길이 험하지 않고, 4시간이면 거뜬해 당일 산행으로 섬을 찾는 이도 많다.
T I P 잠진도 선착장에서 카페리 운행(30분 간격, 약 5분 소요) 문의 032-751-3354(무의도해운)

 

팔미도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로, 대한민국 최초의 등대가 있는 작은 섬. 물이 빠지면 섬이 둘로 나뉘었다가 물이 차면 하나로 연결되는 신비의 섬이다. 106년간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2009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섬 내에서 숙박과 낚시는 할 수 없다.
T I P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평일 1회, 주말 및 공휴일 3회 유람선 운행 (45분 소요) 문의 032-885-0001(현대마린개발)

 

사승봉도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작은 섬으로, 섬에 들어서면 길이 4km, 폭 2km의 거대한 모래해변이 펼쳐진다. 사람이 살지 않아 한적하고 깨끗하다. 어릴 적 꿈꾸던 아무도 없는 섬에서의 하룻밤이 이뤄질 것 같은 섬이다. 육지에서 사승봉도로 바로 가는 배편은 없고, 승봉도에서 어선을 빌려 들어갈 수 있다.
T I P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승봉도 가는 배 운행 (1시간~1시간 30분 소요) 문의 032-887-6669(대부해운 인천지점)

 

세어도

인천에 있는 대부분의 섬들이 옹진군에 속해 있지만 세어도는 특이하게 서구 소속이다. 서구청에서 무료로 선박을 운행 중이다. 도심과 가깝지만 섬에는 숙박시설은 고사하고 가게도 하나 없다. 시간이 멈춘 듯 조용히 펼쳐진 갯벌만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T I P 세어도 선착장에서 물때에 따라 하루 1~2회 정서진호 운행(20명 정원, 신분증 지참). 문의 032-560-4161(서구청 재무과)

 

 


글 김연지|사진 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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